61년 동안 일곱 명의 자식을 낳아 기르며 함께 살아온 부부. 구십 세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사랑이 넘친다. 사랑이 넘치다 못해 뜨거워서 '욕정은 늙지도 않는다'면서 서로를 깊이 품어 안는다.

아무리 그래도 세월의 심술은 피할 수 없어 아내 '아이린'에게 치매가 찾아온다. 집에 불이 날 뻔 하고, 넘어져 병원에 입원을 하고, 남편 '크레이그'가 안보이면 불안해서 어쩔 줄 모른다.

자식들이 성화를 부리지만 집에서 아내를 돌보려는 남편. 그러나 겨울이면 물이 얼어 화장실 사용이 어렵고, 아무래도 더 이상 이 집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남편은 갖고 있던 땅에 아내를 위한 맞춤형 새 집을 손수 짓기로 결심한다. 

영화 <해피엔딩 프로젝트>  포스터

▲ 영화 <해피엔딩 프로젝트> 포스터 ⓒ (주)에스와이코마드

돌아가신 아버지한테서 나무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배운데다가, 평생 해온 목공일이니 어려울 것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의외의 곳에서 터진다. 시청 건축과에서 들고 나선 것. 설계에서부터 자재 선정, 건축 방식까지 어느 것 하나 법에 들어맞는 것이 없다는 것.

법을 위반했다며 사람들이 찾아오고, 출두하라는 연락이 오고, 자식들은 또 자식들대로 연로한 아버지가 걱정이 돼 반대를 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거기다가 아내의 증세는 점차 심해지니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내 땅에 내 힘으로 안전하게 아내을 위한 집을 짓는다는데 왜들 이러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크레이그는 변호사와 함께 대응해 나가면서도 결코 집짓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런 고생을 하면서 결국 집을 완성하게 되는지 못하는지, 병세가 깊어가고 나이 들어가는 두 사람이 과연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직접 확인해볼 일이다.

영화는 평화로운 풍경과 함께 평생을 해로한 부부의 모습을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살면서 조금은 심각할 정도로 마음 상한 일도 있었던 눈치인데, 이 노부부는 거의 대부분 서로 눈을 맞추며 웃는다. 그래서 두 사람의 주름이 참 아름답다. 

영화 <해피엔딩 프로젝트>의 한 장면  주인공 크레이그와 아이린, 이 웃음이 영원할 수 있다면...

▲ 영화 <해피엔딩 프로젝트>의 한 장면 주인공 크레이그와 아이린, 이 웃음이 영원할 수 있다면... ⓒ (주)에스와이코마드


더욱 치매 걸린 아내를 대하는 남편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아내의 병때문에 난감한 일을 겪으면서도 사랑을 듬뿍 담아 아내의 눈을 들여다보고, 환자라고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법은 없다. 아내의 치매 증세가 밤새 잠을 안자고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지르며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지 않는 '착한 치매'라서 그럴까.

두 사람이 함께 쌓아온 세월이 도대체 어떤 것이었기에 인생의 마지막 언덕에서 맞닥뜨린 치매라는 무섭고 거대한 파도를 이렇게 넘어갈 수 있단 말인가. 금슬 좋기로 소문난 결혼 생활 60년의 친정 부모님과 이제 겨우 20년 세월 조금 넘긴 우리 부부 생각을 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두 사람의 몇 마디 대화가 크레이그가 집의 골격을 만들면서 촘촘히 세운 나무 기둥들의 모습과 함께 가슴에 소리 없이 새겨지는 것 같았다.

"기억이 잘 안나...기억 좀 못하면 어때...우리 이렇게 살아있잖아...서로 같이 있으면 됐지...그래도 당신은 내 아내야"  

덧붙이는 글 영화 <해피엔딩 프로젝트, Still Mine (캐나다, 2012)> (감독 : 마이클 맥고완 / 출연 : 제임스 크롬웰, 쥬느비에브 뷰졸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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