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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가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결성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했다(관련 기사 : "대통령 기도회는 국회의원 의무" 황당한 한기총).

공문의 내용을 보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가 '대한민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게다가 위촉 요청을 원하지 않으면 22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해놓고는 이미 위촉장까지 일방적으로 발송한 모양이다. 물론, '답변이 없으면 요청을 허락한 것으로 안다'는 황당한 문구도 들어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문과 함께 발송한 위촉장. 2월 17일자로 기재되어 있다.
▲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 창립준비위원 위촉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공문과 함께 발송한 위촉장. 2월 17일자로 기재되어 있다.
ⓒ 서기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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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시절부터 시작된 조찬기도회, 무엇을 위한 건가

먼저 한기총은 대한민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은 한국기독교교회협회(KNCC)다. 단지 물량적으로 큰 집단이라고 해서 스스로 '대표'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표성이라는 것은, 자기들 스스로 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우려가 되는 것은 한기총의 권력지향성이다. 이미 그간의 활동을 통해서 한기총은 자신들의 보수적인 성향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그 보수적인 성향은 철저하게 정치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진보적인 성향의 기독교운동에 대해서는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비판하면서 철저하게 정치적인 행보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기독교계의 조찬기도회는 박정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런 부류의 조찬기도회는 지속해서 정치권력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회로 열렸다. 유신 시대에는 유신체제를 옹호하는 기도회였으며, 1980년대에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은 전두환 군부독재의 안녕을 비는 기도회였고, 이명박 정권 시절에는 장로 대통령의 안녕을 비는 기도회였다.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 과연 그들은 모여서 어떤 기도를 하겠다는 것일까? 구약의 예언자들처럼 정치권력의 부패와 문제들을 서슬 퍼렇게 비판하며, "제대로 정치하지 않으면 망할 것이다"라고 선포라도 할 것인가? 아니, 이전의 조찬기도회가 그랬듯이 현 정권의 안녕을 기도하며, "우리는 당신네 편입니다"하는 낯간지러운 구애를 하는 것이 아닐까? 더욱이 국회의원들에게 창립준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면서, 표를 의식하게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닐까?

공문에는 대통령님을 위해 이런저런 기도해야 할 이유들을 적어놓았지만, 지금 시점은 교회가 '대통령님' 개인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기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진정 대통령님을 위해 기도한다면, 지난 대선에서 국가기관에 의해 광범위하게 불법선거가 자행되었음에도 나 몰라라 하는 것에 대해 회개하라고 외치고, 각종 선거공약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꾸중하고, 국민의 혈세 수조 원을 4대강 사업에 탕진한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았음에 대해서 항의하고, 낙하산 인사 등 국민의 마음을 멍들게 하는 잘못에 대해 엄중하게 꾸짖으며 바른 정치를 하라고 크게 꾸짖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바른길을 간다면, 그것이 '대통령님'을 위하는 조찬기도회일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조찬기도회의 관행에 비추어 보면, 이런 종류의 기도회에서 기도될 내용은 뻔하다. 무엇을 위해서 기도하더라도 결국은 권력자의 입맛에 맞는 기도와 그들의 안녕을 비는 기도 외에 어떤 기도를 하겠는가?

이런 점에서 한기총이 준비하고 있는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는 하나님께 드리는 기도가 아니라, 권력자에게 드리는 기도가 될 것이 뻔하다. 하나님은 분명히 "나 외에 다른 신(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하셨건만, 어째서 한기총은 스스로 우상 섬기는 일에 뛰어들고 있는가?

한기총,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멈춰야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2011년 3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있다.
▲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 대통령 부부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2011년 3월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43회 국가 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자들과 함께 합심기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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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으로서 한기총에서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가슴부터 뛴다. 그게 설렘이나 기대로 말미암은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대체로 부끄러운 일이라서 그렇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그들의 주장과 그들의 편향성이 예수가 그랬던 것처럼 '가난한 자들, 소외된 자들'을 위한 외침이 아니라 늘 '가진 자, 권력'의 편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들 스스로 '대한민국 기독교를 대표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단 덕분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기총과 함께 덤터기를 써버리는 현실도 서글프다. '개독교'로, '먹사'로 함께 전락해 버리는 현실, 다 그런 것이 아니라 좋은 교회도 있고 목사도 있고, 교인도 있다고 해도 믿어지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높여야 할 한기총은 이번 대통령님을 위한 조찬기도회를 준비하면서 하나님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미 충분히 먹칠하였으니, 지금이라도 회개하고 멈춰야 한다. 당신들이 위해서 기도해야 할 것은 '대통령님의 안녕'이 아니라 '국민의 안녕'이며, "이 땅에 하나님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는 예언자의 외침이다. 나라가 이 꼴인데, 나라를 이 꼴로 만들어가는 이들이 누군데, 권력이나 쥐었다고 거기에 아부를 하려는 것인가?

구약성서 미가서 2장 1-3절에 이런 말씀이 있다.

"망할 것들! 권력이나 쥐었다고 자리에 들면 못된 일만 꾸몄다가 아침 밝기가 무섭게 해치우고 마는 이 악당들아, 탐나는 밭이 있으면 빼앗고 탐나는 집을 만나면 제 것으로 만들어 그 집과 함께 임자도 종으로 삼고 밭과 함께 밭 주인도 부려 먹는구나. 나 야훼가 선언한다. 나 이제 이런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리라. 거기에서 빠져나갈 생각은 말라. 머리를 들고 다니지도 못하리라. 재앙이 내릴 때가 가까웠다."

한기총은 하나의 권력이다. 그런데 권력이 어디에서 온 것인가? 하늘로부터 온 것인가, 아니면 물질적인 기반에서 온 것인가? 이 권력을 이용해서 현세의 권력과 야합하려고 한다면, 예언자 미가의 예언은 그 옛날의 예언이 아니라 오늘의 예언이요, 메시지가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들풀교회' 담임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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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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