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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 측에서 표를 나눠주고 있다
 주최 측에서 표를 나눠주고 있다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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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 프리(Barrier-free), 직역하자면 '장애물로부터 자유로운' 정도가 될 것이다. 더 친숙한 단어로는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ial Design)이 있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시청각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이 더 용이하도록 음성 화면해설과 자국어 자막을 넣은 영화를 말한다. 4일 서울 광진구 강변CGV에서 (사)한국농아인협회 주최로 열린 '화면해설 영화 상영회'를 찾았다.

영화관에 들어서자 사람들 사이로 한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할머니는 어두운 색 안경을 끼고 접이식 흰 지팡이를 옆에 세워둔 채 앉아 있었다. 상영시간은 7시. 6시 20분께 매표소 맞은편에 기다란 테이블과 '오늘은 장애인을 위한 영화관람데이'라는 배너가 자리를 잡은 뒤, 주최 측에서 나온 사람들이 관객들에게 영화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상영관을 통째로 빌려 시사회를 연다"고 한다.

테이블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수화로 얘기를 나누며 웃었다. 다른 쪽에서는 누군가의 팔 한쪽을 꼭 붙잡은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관에 들어오면서 본 할머니다. "기대된다"며 "(상영관으로) 먼저 들어가자"고 함께 온 할아버지를 보챘다. 이들 모두 영화를 보러온 '관객들'이었다.

"타이틀 자막 용의자 더 써스펙트."

타이틀 자막을 알려주는 음성 해설이다. 보통 영화 상영 시작 이후 10분 동안 광고를 보여준다. 배리어 프리 영화라고 다른 것은 없다. 비상상황 시 피난유도 영상에 자막이 없는 것을 보고는 '저렇게 해도 되는건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됐다.

"30대 남자 지동철이 도주하고 있다."
"동철이 한강대교 위를 질주한다. 경찰과 형사, 요원들이 그를 쫓고 있다."
"동철이 다리 난간을 밟고 올라가 강으로 뛰어내린다."

사뭇 신기했다. 극장 스피커에서 나오는 성우의 목소리가 영화 화면을 설명해준다. 주인공이 어떤 행동을 하고 무슨 표정을 짓는지, 누가 나타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설명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스피커를 통해 나왔다. 눈을 감고 액션 장면을 '듣기'도 해봤다. <용의자>는 액션영화인데다 '속도감'을 중시한 작품이라 화면전환이 빨라 성우의 화면 설명이 어려웠다고 한다.

대사가 없고 배경음이 나올 경우에는 "♫ 긴장감 있는 음악 ♫" 같은 자막이 나오기도 했다. 대사는 한글 자막으로 표시된다. 인물의 대사 앞에는 (지동철), (민대령), (김실장) 등 그 대사를 말한 등장인물의 이름이 표기됐다. 소리는 문자로, 문자는 소리로 다시 한번 설명하는 식이다. 배리어 프리 영화를 처음 봤지만 나는 자막과 해설이 불편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도 배우와 배역을 알려주는 음성 해설이 이어졌다.

소리는 문자로 장면은 음성으로 설명하는 '배리어 프리' 영화

15편. 2013년 한 해 동안 만들어진 배리어 프리 영화의 수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같은 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총 279편이다. 전국 관객 수가 100만을 넘는 한국영화는 총 30편이었다. 숫자로만 보면, 흥행작의 절반 정도를 배리어 프리 영화로 작업하는 셈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2005년부터 한국영화진흥원의 위탁을 받아 배리어 프리 영화를 제작하고 상영해왔다. 처음 한글자막·화면해설 상영 사업이 시작된 2005년은 한 해 동안 10편이 제작돼 94회 상영됐다. 관람객 수는 602명이었다. 2013년에는 상영 횟수가 735회, 관람객도 2만1223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배리어 프리 영화 시사회를 주관하는 한국농아인협회 기획부 서하나씨는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시청각장애인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하고 확대해야 한다'고 외쳤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진전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자막은 일반 자막과 달리 효과음에 대한 표현도 필요하다. 화면해설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 미디어접근센터에서 양성된 화면해설 작가들이 대본을 작성하고, 그에 맞춰 전문 성우의 녹음을 입힌다. 전문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다. 배급사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용의자>의 경우는 이미 개봉한 지 꽤 지난 영화라 무리가 없었지만, 개봉 전 유출위험 때문에 공급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다행히 현재 CJ E&M과 쇼박스는 업무협약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배급사로도 업무협약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극장 측에서 봤을 때는 영리적인 목적을 취하기 어려워 상영이 까다롭다. CGV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업무협약을 했기 때문에 이번 시사회가 가능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우에는 특수장치를 마련해 놓는다. FM 송수신기를 이용해 시각장애인에게는 화면해설을 들려주고, 청각장애인은 자막이 화면에 맞게 나오는 특수 안경을 사용한다. 장비들이 고가이고, 국내에는 수리 및 점검이 가능한 업체가 없기 때문에 국내에 도입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1년에 15편만 배리어 프리 영화로 제작되지만...

 인터뷰에 응해주신 청각장애인 지미경씨(우측)
 인터뷰에 응해주신 청각장애인 지미경씨(우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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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관람한 청각장애인 지미경씨는 손을 바삐 움직이며 "별 다섯 개"라고 소감을 말했다. 수화통역사 분을 통해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밝은 웃음을 머금은 그녀의 얼굴에서 영화에 대한 만족스러움을 볼 수 있었다. 영화의 속도감 때문에 불편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액션신에서 장면 전환이 너무 빨랐던 것을 빼면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한국영화를 볼 때면 자막이 없는 점이 불편하다. (스토리를) 이해할 수도 없고 (배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어 지루할 때가 많다. 여기는 자막해설이 있어 편하게 관람할 수 있어 좋다. 상황과 효과음에 대한 자막과 배우의 표정을 함께 보면 느낌이 있다. 옛날에는 외국영화만 봤다. 예전에는 자막 서비스가 생기고 나서는 한국영화에 대해 더 관심이 생겼다."

홍은녀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시력은 "불빛이 보이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녀는 영화가 끝나자 남편의 팔꿈치를 잡고 상영관을 나왔다. 그녀는 평소에 "영화뿐만 아니라 뮤지컬 등을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비장애인이 화면해설 없는 영화를 볼 때 100을 이해한다면, 나는 80 정도밖에 이해할 수 없는 것 같다. 지인들과 함께 그 영화에 대해서 얘기할 때 '그 장면에서 뭐 한 거냐'고 물어볼 때도 있다. 평소 극장에 가면 자리 찾는 데 불편함이 있다. 발권할 때도 내 차례가 몇 번인지 알기 어렵고, 장애인 전용 창구가 있어도 직원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 많은, 더 다양한 화면해설 영화가 나와서, 골라볼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달마다 한 작품밖에 없어서 아쉽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이 쓴 책 <건투를 빈다>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있다. 그가 독일에서 본 버스에 대한 부분이다.

독일엔 정차 시 버스의 한 쪽 면을 기울여 버스 계단의 턱을 없애고 휠체어가 올라탈 수 있도록 만든 시내버스가 벌써 십 년 넘게 운행되고 있다. (중략) 밧줄이나 장비의 도움 없이도 누구나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계단이란 게 발명됐다. 마찬가지다. 대중교통이란 대중 누구나 그걸 타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어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 '누구나'에 장애인도 포함되어야 마땅한 거다. (p37)

교통에 한정된 얘기가 아니다. 영화는 누구나 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나'에 시청각장애인은 포함되어 있는가.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매년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탄생한다. 하지만 9년 전이나 지금이나 '누구나'의 기준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그대로다. 과연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를 위해 영화 관계자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영화 관람 후 상영관을 나오는 홍은녀씨(좌측) 부부
 영화 관람 후 상영관을 나오는 홍은녀씨(좌측) 부부
ⓒ 오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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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주석 기자는 오마이뉴스 1기 대학통신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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