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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책표지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책표지
ⓒ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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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의 한 구절이다. 기다리는 뭔가가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지겨울까. 기다림은 달콤한 설렘같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리는 것은 더욱 그렇다.

지금은 모바일 메신저가 있기 때문에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없지만, 손 편지나 이메일이 소중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랑한다'라는 메시지를 구구절절하게 표현했던 과거의 편지와 달리, 지금은 하트가 가득 담긴 이모티콘이 그것을 대신한다. 이제 이메일은 단지 소셜커머스의 쿠폰 정보와 업무용으로만 쓰이는 것 같다.

2008년에 출간 된 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메일로 이뤄진 남녀의 '위험한 사랑'을 다룬다.

여자주인공인 에미는 남편과 아이를 둔 기혼자이고, 남자주인공 레오는 다른 애인이 있는 상태다.

그들의 사랑은 여주인공이 잘못 보낸 이메일 한통으로 시작된다. 소설은 마치 희곡처럼 그가, 그녀가 보내는 이메일로만 구성된다.

이메일을 통해 독자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들의 변해가는 사랑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마치 내가 주인공이 된 것처럼 설렘이 느껴진다. 소설에서 그들은 직접 만나지 않고, 오직 이메일로만 서로의 마음을 표현한다. 하지만 꼭 만나야하는 타이밍에 그들은 솔직한 감정을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는 그들이 만날지, 잠을 잘지 궁금해 미칠 지경까지 간다.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그리고 그사이와 그 바로 전, 바로 후에도"

소설에서 그들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바로 '기다림'이다. 가볍지 않고 단백하게 전하는 표현 방식과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이메일은 '사랑의 화살'인 셈이다. 필자는 가능하면 매일, 지금 만나는 연인에게 이메일을 보낸다. 그리고 하루에도 쉼 없이 쏟아지는 스팸메일 속에서 그녀의 답장을 기다리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연을 가장한 이메일을 보내보면 어떨까? 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처럼 말이다.


태그:#이메일, #새벽 세시, #편지, #소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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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부자가 목표인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브런치를 통해 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려고 합니다. 2030 세대의 공감을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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