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1월 5일부터 1월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아! 칼라파타르 5,550m [1월 14(화)일]로부체(4,910m) - 고락셉(5,140m) - 칼라파타르(5,550m) - 고락셉(5,140m)피곤하고 무기력해서 어제 잠을 일찍(오후 8시) 잤다. 깊은 잠을 자고 소변 때문에 잠에서 깨니 오후 10시였다. 시간이 많이 지난 줄 알았다. 두통이 심하다. 잠이 들었다가 오전 2시에 다시 심한 두통과 가슴 답답함 때문에 일어났다. 호흡을 아무리 깊게 부지런히 내쉬어도 가슴이 답답해 '이러다 내가 죽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졌다.
아침에 산행도우미들이 잠을 깨우며 차를 권했지만, 계속 누워서 잠을 자고 싶었다. 30분을 침낭에서 뭉기적거리다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났다. 허파꽈리까지 공기가 도달하도록 깊은 호흡을 계속하며 움직이니 머리 아픔이 좀 괜찮아졌다.
칼라파타르를 오후에 가기로 일정을 바꿨다. 문제는 날씨다. 칼라파타르 정상에서 에베레스트를 볼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준비운동을 하고 오전 8시에 출발했다. 쿰부 빙하지대를 계속 따라가는 길이다. 암석으로 된 산에 눈이 하얗게 있고 회색의 황량한 계곡이 계속된다. 두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박영석은 산의 등정이 아니고 '어떤 길로' '어떻게 오르는지'를 중요하게 따지는, 등로주의에 충실했던 세계적인 등반가였다. 해발 8000m 이상 14좌를 완등하고 남극·북극점 탐험에 성공한 박영석도 2011년 안나푸르나(8091m)에서 새로운 길로 산에 오르다 히말리아 하늘의 별이 됐다. 1993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 당시 함께 오르다 사망한 남원우·안진섭의 추모비가 보였다. 박영석은 14좌를 완등하고 이 추모비를 세웠다.
"그대 더 높은 눈으로,더 높은 산을산 위에서 바라보기 위해 함께 왔던 악우 남원우, 안진섭여기 히말리아의 하늘에 맑은 영혼으로 남다."
큰사진보기
|
| ▲ 빙하지대 창리 눕(Changri Nup Glacier) 빙하지대 |
| ⓒ 최성 |
관련사진보기 |
빙하지대를 지나면서 만난 서양인이 오전 6시 20분에 칼라파타르에 갔으나 너무 추워서 중간에 에베레스트만 보고 왔다고 한다. 얼음을 본 좁교가 가지 않고 버텼다. 산행도우미들이 급히 모래와 흙을 얼음 위에 뿌리고 나서야 움직였다. 세심하고 영리한 동물이다.
오전 11시 분에 고락셉(Gorak Shep, 5140m, 540mbar)에 있는 히말리안 롣지(Himalayan Lodge)에 도착했다. 머리가 계속 아프고 힘들다. 점심으로 오무라이스가 나왔다. 토할 것 같은 기분에 조금만 먹었다. 계속 움직여야 하는데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있다.
낮 12시 40분, 칼라파타르를 향해 출발했다. 5140m에서 시작하는 데다 오르는 길 경사가 아주 가파라 힘들다. 뒤로 처지면 더 힘들 것 같아 선두에서 길을 잡았다. 그동안의 산행 경험으로, 이럴 때는 좁은 걸음으로 쉬지 않고 천천히 계속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몇 발자국 앞에 있는 동료를 따라잡아 같이 가고 싶지만 절대 거리를 좁힐 수 없다. 중력을 이겨야 하는 데다 걸음을 약간만 서둘러도 어지러워지는 고산병 증세를 극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큰 바위들이 가득한 너덜지대에 바람에 휘날리는 타르초가 있는 칼라파타르(5550m)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사람이 한 사람이 서기에도 부족할 만큼 뾰족하고 심하게 부는 바람을 체온을 급격히 떨어뜨려 맨손으로 사진기 셔터를 누르기 힘들다.
에베레스트가 잘 보이는 5550m 이곳에 오기 위해 9일을 올랐다. 해발고도 0m인 목포에서 출발해 10일 만에 수직으로 5550m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이르기까지 그동안의 시간이 좋았다. 어떤 간섭이나 영향 없이 오로지 자신에만 침잠할 수 있었던 세월이 행복했다.
에베레스트를 가는 것은, 산을 오른다는 것은 자신을 오르는 행위와 같다. 참고 견디며 오르고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자신이 온 길을 되돌아 보는 것이다. 지나 온 길을 살펴야 바르게 가고 있는지 그른지 판단할 수 있다.
너무 추워서 빠르게 내려갔다. 오르면서 모두 힘들어 하고 산행도우미들이 매고 온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동료도 있다. 손이라도 잡아주고 짐이라도 거들어주면 좋았을 것이다.
큰사진보기
|
| ▲ 돌아오는 길 칼라파타르에서 고락셉으로 돌아오는 길. 모래가 가득한 이 분지를 나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고락셉 사막'으로 이름지었다. |
| ⓒ 최성 |
관련사진보기 |
오후 3시 40분, 롯지에 도착했다. 숨은 가쁘고 머리가 아팠다. 옷을 갈아입고 쉴 준비를 하고 싶어도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었다. 먼저 마늘스프와 팝콘을 먹었다. 물휴지로 최대한 천천히 손발을 닦았다. 사람은 최상이 아니고 차선에서도 만족을 얻을 줄 안다. 물휴지로 닦는 것만으로도 상쾌함이 왔다.
밥과 된장국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된장국이 칼칼하고 시원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 식사 때 대부분 한 공기 정도씩 더 먹었는데 점심 때부터 먹는 게 즐거움이 아니라 신경써야 하는 일이 되고 있다. 후식으로 파인애플 통조림을 덥혀주었다. 맛있다.
내일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에 다녀오기로 희망했다.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이라는 말의 의의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고 여기까지 와서 그냥 내려가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서다.
가봤자 별 볼 것이 없다며 대부분의 사람이 말리고 여자 동료들이 걱정된다며 같이 바로 하산할 것을 종용했다. 같이 온 입장에서 행동을 같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라는 상징에 내가 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음먹었다.
큰사진보기
|
| ▲ 산행 지도 로부체, 고락셉, 칼라파타르, 고락셉까지 7.8km(축척 1:75,000) |
| ⓒ 최성 |
관련사진보기 |
칼라파타르에 19명 전원이 다녀왔다. 서로 배려하고 응원해준 덕분이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