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

신의 뜻[1월 7(화)일]

트리부반공항 - 루크라(2,840m) - 팍딩(2,610m)

4:00에 일어났다. 카투만두에서 루크라까지 움직이는 네팔 국내선 비행기는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안개, 바람이 대표적이다. 대기가 안정돼 있는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기위해 버스에 올랐다. 윤영조 2013. 풀꽃산악회 회장이 인사말을 하였다. "멋진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에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 서로 협력하고 배려해서 한 사람도 낙오하는 일 없이 모두가 완등하자. 평생 잊을 수 없는 과정이 되게 하자." 윤영조는 어떤 상황도 부드럽게 만들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힘이 있다. 별 하나, 달빛도 없는 어두운 시간에도 거리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트리부반 공항에는 헬리콥터와 경비행기로 등산객을 실어 나르는 항공사들이 많다. 비행기는 활주로가 있는 곳에, 헬리콥터는 등산객이 원하는 곳에 내려줄 것이다. 6:20이면 첫 비행기가 떠야하는데 안개 때문에 발이 묶여있다.

사람과 기계의 힘이 아주 커 보일 때가 있지만 사람의 일은 자연의 작은 변화에 그야말로 무력하다. '새발의 피'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자연이 가진 가장 절대적인 것은 시간이다. 생성하고 소멸하는 모든 변화에 비해 시간은 언제나 영원하다. 안개가 쉽게 걷히지 않는다.

"오늘 못 가면 어쩌지요?"
"신의 뜻에 맡겨야지요."

정오승 인솔자의 말이다.네팔에서 사람들이 산에 오르고 내리는 일은 전적으로 신의 의지다. 사람들은 다만 신과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정작 산에 오르는 것보다 산에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것을 결정하기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중요하다. 일상이 소중한 것이다.

공항에 묶인지 3 시간째다. 신의 뜻을 기다리고 있다. 은빛으로 달처럼 떠 있는 해가 보인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10:00에 안개가 걷히고 햇살이 투명해졌다.

카투만두에서 루크라까지 하늘길(축척 1:1,100,000)
▲ 하늘길 카투만두에서 루크라까지 하늘길(축척 1:1,100,000)
ⓒ 최성

관련사진보기


카트만두에서 루크라까지 가는 타라항공(Tara Air)에서 본 네팔 남쪽의 모습
▲ 비행기와 산 카트만두에서 루크라까지 가는 타라항공(Tara Air)에서 본 네팔 남쪽의 모습
ⓒ 최성

관련사진보기


버스로 우리가 탈 비행기로 이동하였다. 대형여객기에 비하면 종이비행기 수준이지만 우리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킨다. 작고 사소한 것이 결정적이다. 프로펠라가 풀풀거리고 조종사 2 명, 맨 뒤 좌석에 앉은 여자안내원 2 명 사이에 12 명을 태운 비행기가 하늘로 솟았다. 가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있지만 히말리아의 신에게 일단의 허락을 받은 것이다.

타라항공 경비행기를 타고 가며 본 산 풍경
▲ 산과 계단식 경작지 타라항공 경비행기를 타고 가며 본 산 풍경
ⓒ 최성

관련사진보기


비행기 왼쪽 창을 통해 흰 눈을 머리에 얹은 설산들이 하늘에 마루금을 긋고, 오른쪽으로는 산 능선을 따라 길이 나 있으며 길마다 계단식으로 일구어진 밭과 집이 보인다. 그렇게 급경사 진 곳에 밭을 일구고 농작물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길은 반드시 연결된다.

루크라와 텐징 힐러리 공항에서 이륙하려는 비행기
▲ 루크라와 공항 루크라와 텐징 힐러리 공항에서 이륙하려는 비행기
ⓒ 최성

관련사진보기


가슴을 졸이게 하며 산과 계곡을 넘나들던 비행기는 10:50에 루크라(2,840m)에 도착했다. 70m 정도 되는 활주로는 상당한 경사로 기울어져 있다. 착륙할 때 올라가게 만들어 중력에 의한 제동으로 활주거리를 줄였고, 이륙할 때는 비행하는데 필요한 추진력을 자연낙하에 의해 속도가 빨라지는 이점이 있다. 사람이 가진 능력이란 가끔 귀신도 놀라게 하는 신통력을 부릴 때가 있다.

루크라 넘버 롣지(Lukla Number Lodge)에서 산행준비를 하였다. 점심을 기다리면서 같이 여행을 온 보람, 산행을 통해 내면으로 가까이 가기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빔밥에 계란국을 먹었다.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전혀 차이가 없고 4:30에 아침식사를 하여 너무 배가 고팠던 우리에게 밖에서 먹는 식사치고 너무 맛있었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를 해준 사람들이 고맙다. 어떤 음식이든 입에 들어갈 때는 항상 고마워 할 일이다.

루크라 넘버 롣지에서
▲ 산행준비 루크라 넘버 롣지에서
ⓒ 최성

관련사진보기


산행 출발 전에 스틱 사용법에 대해 인솔자의 설명이 있었다. "스틱의 길이는 평지를 걸을 때 팔의 각도가 직각이 되는 길이를 기본으로 하여 오를 때는 약간 짧게, 내려갈 때는 길게 한다. 줄을 약간 길게 하여 줄과 스틱 손잡이를 같이 쥔다. 스틱 끝에 있는 쇠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항상 주의한다."

루크라 시내를 지나며
▲ 루크라 루크라 시내를 지나며
ⓒ 최성

관련사진보기


바람 때문에 비행기 운항이 중단되어 짐 일부가 오지 못했다. 13:00에 산행을 시작하였다. 텐징힐러리 공항, 루크라 시내를 지나 1993년에 여성 세르파 중 네팔 최초로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 중 사망한 파상 라무(Pasang Lhamu) 상이 있는 문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초르텐을 지나기
▲ 길 초르텐을 지나기
ⓒ 최성

관련사진보기


짐을 이고 이동 중인 세르파
▲ 세르파 짐을 이고 이동 중인 세르파
ⓒ 최성

관련사진보기


머리에 흰 눈을 인 바위 산
▲ 산 머리에 흰 눈을 인 바위 산
ⓒ 최성

관련사진보기


"옴마니반메홈"을 외치며 언제나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 기원륜(Prayer Wheel) "옴마니반메홈"을 외치며 언제나 시계 방향으로 돌아야 한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돌판에 새긴 법문
▲ 돌판 돌판에 새긴 법문
ⓒ 최성

관련사진보기


타도 코시 콜라를 건너는 강철케이블로 된 다리
▲ 다리 타도 코시 콜라를 건너는 강철케이블로 된 다리
ⓒ 최성

관련사진보기


루크라(2,840m)에서 타도코시콜라(2,540m)까지 5.1km 정도를 계속 내려가다 팍딩(2,610m)까지 4.5km를 서서히 올라가는 길이다. 기본적으로 둗코시[Dudh Koshi(우유강)]를 거슬러 가는 길이다.

타도 코시 콜라에서 본 큐슘캉카루 봉
▲ 타도 코시 콜라 타도 코시 콜라에서 본 큐슘캉카루 봉
ⓒ 최성

관련사진보기


돌판과 돌에 새긴 법문
▲ 법문 돌판과 돌에 새긴 법문
ⓒ 최성

관련사진보기


죱교는 야크와 물소암놈의 교잡종이다.
▲ 죱교 죱교는 야크와 물소암놈의 교잡종이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급경사와 퇴적지형으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중이다.
▲ 무너진 산 급경사와 퇴적지형으로 인해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중이다.
ⓒ 최성

관련사진보기


큐슘캉카루(Kusum Khangkaru. 6,370m) 산이 보이는 타도코시콜라에서 쉬고 있을 때,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청년들이 지나갔다.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공사를 마친 이들에게 이곳 주민들이 고맙다는 표시를 해준 것이다.

팍딩에서 둗코시를 건너는 다리. 다리 건너 바로 팍딩스타롣지
▲ 다리 팍딩에서 둗코시를 건너는 다리. 다리 건너 바로 팍딩스타롣지
ⓒ 최성

관련사진보기


팍딩에 도착하여 둗코시를 건넜다. 팍딩스타롣지(Phakding Star Lodge)에 16:30에 도착했다. 3:30 동안 걸었다. 우리나라 보다 규모가 엄청 큰 산과 계곡을 보며 걷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홍차에 우유와 설탕을 넣은 '자이'를 주었다. 분홍색에 따뜻하고 감미로운 느낌을 주는 차는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을 것이다. 숙소를 배정받아 짐을 풀고 몸을 씻었다. 내일부터 몸을 씻을 수 없다.

팍딩스타롣지 마당에서 대금을 연습
▲ 이맹로 팍딩스타롣지 마당에서 대금을 연습
ⓒ 최성

관련사진보기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크게 들렸다. 중국어를 전공하는 이맹로가 대금을 연주하였다. 중국을 가볍게 29 번 다녀왔다고 한다. 자기는 가볍게 한다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돼지고기와 야채를 곁들인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셨다. 칼라파타르 정상에 모두 같이 서자고 격려하고 당부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조리조(요리사 1, 보조 6)와 산행조(길잡이 1, 보조 4), 짐운반(1) 도우미들을 소개했다.

인솔자가 약물과 롣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비상상황을 대비하여 가져온 비아그라는 순간적으로 혈관을 확장시키기 때문에 응급처지 수단이 될 수 있을 듯 하지만 어떤 임상적인 증명이 없다. 수면제는 잠을 잘 수 있게 해주지만 심폐운동능력을 저하시키니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약물을 오남용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롣지는 숙소로 대여해서 얻는 이익보다 음식을 팔아서 남는 이윤 더 크다. 우리처럼 조리기구를 가지고 다니며 산행하는 일행이 묶는 숙소를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도무미들에게 예의를 지키자. 체온유지에 신경쓰자."

김대중이 산 캔맥주를 마시고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일정은 기본적으로 6,7,8 법칙에 따른다. 6 시에 일어나고, 7 시에 식사를 하며 8 시에 산행을 시작한다.

바람 때문에 루크라로 오는 비행기가 4 대만 운항하였다. 일정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우리는 행운아다.

축척(1:5,000)
▲ 루크라에서 팍딩까지 축척(1:5,000)
ⓒ 최성

관련사진보기


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산행개념도 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혜초여행사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 #루크라, #팍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