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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3일 오후 3시 46분]

롯데카드, NH농협카드, KB카드 3개 카드사 정보유출이 알려진 지 영업일로 4일째를 맞은 가운데, 국민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일 오후 6시까지 3개사의 재발급, 해지 요청 건수가 229만 건을 넘어섰다. 229만이라는 숫자는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 분노를 보여준다.

<오마이뉴스>는 이번 사태와 관련된 한 금융사 영업점 직원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하루 종일, 화장실도 못가며 불만 가득한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다. 아무리 안심하라고 해도 믿지 않는 고객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한 가운데 있는 영업점 직원들의 하루를 들여다봤다.

[경기도의 한 지점에서 근무 중인 A씨(여) : 입사 8년차]

카드교체 안내하는 KB국민카드 직원 KB국민카드 직원이 22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 1층에 설치된 KB국민카드 개인정보비상상담실에서 개인정보유출 피해자에게 카드교체 안내를 하고 있다.
▲ 카드교체 안내하는 KB국민카드 직원 카드사 정보 유출사고로 인해 한 금융사 직원이 개인정보유출 피해자에게 카드교체 안내를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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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를 못 믿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고객 앞에서 카드를 잘랐는데, 못 믿겠대요. 잘라진 카드 조각을 파쇄기에 넣었는지 일일이 다 확인하는 거예요. 한 고객은 카드 조각을 보고서도 영수증을 달래요. 해지 영수증을."

A씨는 고객 앞에서 카드를 자르고 나서도 다시 설명을 한다. 제대로 잘린 게 맞는지, 문제가 되지 않는지 확인을 요구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이제 안심하라고 설득하지만 어떤 고객은 영수증까지 달라고 한다. 없다고 하니 명함을 가져갔다. 진심을 다해 설명하지만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날은 고객에게 짜증을 냈다. 충분히 설명을 했는데도 자꾸 의심해서다. 힘들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아버님, 저 정말 힘들어요.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린 거예요."

큰 소리 치는 고객은 생각보다 적다. 다만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재발급이 늦어지는 데 대해 불만이다. 지점장은 번호표 받는 고객에게 대기 시간을 알려준다. 두세 시간 후에 오라고 말이다.

A씨의 카드도 털릴 만큼 털렸다. 하지만 재발급을 하지 않았다. 카드번호가 유출되지 않았기에 큰 걱정은 없다. 사고가 나려면 이미 그전에 터졌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쁜 점들을 부각시켜 고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고객님들의 불신, 이해하지만 창구 직원 말들을 충분히 듣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요. 저희들이 그렇게 설명해도 한 가지만 보려고 해요. 사고가 났으니까 큰일 났다, 이것 밖에 안 보려해요. 언론 뉴스가 조장했어요. 언론이 미워요."

3일째, 점점 아프기 시작한다. 하루 종일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니 어깨가 결린다. 쉼 없이 말하다 보니 두통도 온다. 앉은 자세 때문에 갈비뼈도 아프다. 사내 메신저로 동료에게 "없던 다크 서클도 생기겠다"고 말했다.

이날 지점 번호표가 500번을 넘었다. 지점을 옮긴 지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직접 처리한 건수만 100건이 조금 안 된다. 거의 대부분이 카드 재발급이다. 이번주 주말에는 제발 근무하지 않기를 고대한다. 이날은 연장 영업도 했다. 연장 시간에는 카드 관련 업무만 받는다.

점심 시간은 30분이다. 밥 먹고 이 닦고 끝이다. 커피는 사치다. 나머지 휴식시간도 언감생심이다. 화장실은 '고객님' 눈치를 봐야 가능하다. 자리를 비우면 번호표만 보던 고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다. 대신 고객님을 앉혀 놓고 속삭인다.

"죄송합니다, 화장실 잠깐 다녀올게요. 3분만 기다려주세요."

[서울시내 한 지점에서 근무 중인 B씨(남) : 입사 14년차]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 창구  신용카드사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해 고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에서 수십 명의 고객들이 피해 방지를 위해 카드 재발급과 개인 업무를 보고 있다
▲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로 붐비는 은행 창구 지난 20일 오후 한 은행에서 고객들이 정보유출 피해 방지를 위해 카드 재발급과 업무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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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이날 하루종일 화장실도 못 갔다. 점심 시간은 20분이었다. 객장에 고객들이 꽉 차 있는데 자리를 비울 엄두가 안 났다. 두세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그들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생리적인 곤란함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태가 터지고 나서 한 고객이 카드를 동료 얼굴에 집어 던졌다. 진상 고객이었다. 그 후로는 없었다. 몇몇 분들이 속에 담긴 말들을 꺼내기도 한다. "니네가 제대로 한 게 뭐냐", "너희가 사고친 게 한두 가지냐"하고 불만을 터트린다.

"그동안 쌓인 불만과 불신이 이번에 터진 것 같아요. 이번 사태가 촉매가 된 셈이죠. 입장을 바꿔 생각한다면 고객 불만이 이해가 돼요. 하지만 한편으론 왜 그걸 다 들어야 하나 억울한 생각도 든어요. '내가 죄인인가', 하지만 긍정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고 다짐해요."

고객이 평소에 비해 5~6배 늘었다. 평소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 아니지만 이 정도 숫자는 처음이다. 퇴근 시간은 두 시간 늦춰졌다. 평소 오후 8시~9시에 퇴근했는데 연장근무로 오후 10시~11시가 돼야 회사를 나선다.

물론 B씨도 다 털렸다. 직원이다보니 더 꼼꼼이 적어서 다 털렸다. 하지만 재발급은 하지 않는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고객들이 뉴스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 그리고 고객에게 한 마디 남겼다.

"개인정보 유출은 물론 심각한 일이에요. 우리나라가 예전부터 정보 보호에 취약했죠. 그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기보다 이제는 은행을 믿고 지켜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보유출 문제로 은행 예금까지 빼가는 분들이 있는데, 그 정도의 상황은 아니에요. 믿고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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