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다보면 어느 선까지 진행 혹은 개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없지 않다. 왜냐하면 상담을 계속 진행하는 것이 과연 내담자에게 혹은 내담자와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 양측에 유익한 일인지 모호해지는 순간이 없지 않고,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감추고, 유리한 내용은 부풀리는 경향이 없지 않다. 상담을 받는 쪽에서 조금만 노력해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문제까지 전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모른척하거나 왜곡하기 일쑤다.

그래서 처음 이주노동자 상담을 하는 사람들은 심정적으로 이주노동자 편이기 때문에 일방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진행하다가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고,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오히려 이주노동자에 대해 반감을 갖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주노동자 상담을 많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독선적으로 흘러서 자신도 모르게 자칫 심판자의 위치에 서려는 경향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일방의 말만을 믿고 상담을 진행하거나, 독선적으로 판단하여 누군가를 정죄하며 심판하려 드는 것은 상담자로서는 절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다.

"한국 사람이었으면, 주먹질 하셨겠어요?"

지난 7월 말에 폭행 사건을 상담했던 적이 있다. 본인 말로는 국가대표 권투선수를 했고, 국제대회에서 메달도 따서 연금을 받으며 봉제공장도 운영하고, 대형 유통업체에 매장도 갖고 있다는 사장과 관련된 일이었다.

권투 체육관 권투 체육관 광고판(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 권투 체육관 권투 체육관 광고판(이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 고기복

관련사진보기


이 권투선수 출신 사장이 얼마 전 법원에서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볼멘소리로 전화를 해 왔다.

"구속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나왔어요. 1차에서 벌금 나온 것도 과하다고 생각했지만, 군말 않고 납부할 생각이었는데, 단순 폭행으로 합의한 사건에 검사가 항소하는 게 말이 되냐고요. 합의 보고 손해배상까지 했는데, 왜 이렇게 검사가 한국인에게 가혹하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외국인만 싸고 도는 거 아녜요? 더 간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만 하려고요."
"집행유예면 그나마 다행 아닌가요?"
"그게, 원심에서 그랬으면 기대라도 해 보겠는데 지금은 가망 없어요. 받아들여야죠."

사건은 작년에 채 한 달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일을 하고 그만두었던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와 아주 우연한 기회에 길거리에서 마주쳤는데, 만난 김에 밀린 월급 이야기를 꺼낸 이주노동자에게 사장이 주먹을 한 방 날린 것에서 시작되었다.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이라는 것이다. 권투출신 사장은 '욱'하는 심정에 한 방 날렸겠지만, 명색이 국가대표 출신인데, 스쳐도 한 방 아니겠는가? 거의 살인 무기를 날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사건이 경찰에 접수되고, 검찰로 넘어간 후에 사장은 밀린 월급도 청산하고, 폭행 관련하여 치료비와 위자료도 물어주어 양측이 합의서를 썼다. 합의서를 쓰는 자리에서 사장에게 물어봤다.

"한국 사람이면 그렇게 주먹질하시겠어요?"

사장은 피식하고 멋쩍게 웃고 말았다. 사장은 주먹질은 링에서나 하는 거지, 사람에게 하라고 배운 게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거다.

억울하다는 사장님, 따끔하게 한마디 했다

잊고 있었던 사건 당사자가 2013년 해를 넘기기에 앞서 전화를 해 왔다.사장은 연말 인사를 하는 줄 알았는데, 순간 억울함을 호소했다. 2심에서 원심보다 더한 형량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전치 2주의 폭행이었지만, 양측이 합의를 하고, 탄원서까지 제출된 사건에서 벌금형이 아닌 실형이 선고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1심에서 100만 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지만 검사가 항소를 했고, 실형을 이끌어 냈다. 2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기 때문에 사장은 항소를 포기한다고 했다.

법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행, 시비의 원인이 되었던 임금체불이 있었던 점 등, 죄질이 나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다고 한다. 사장 입장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였다.

실형을 선고받은 사장이 억울해하는 것은 이런 거였다. 자신이 월급을 주지 않으려 해서 안 준 게 아니고, 피해자가 퇴사 과정에서 공장장과 언성이 높았었는데, 퇴사 후 뒤끝이 좋지 않다 보니 지급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퇴사 후에 피해자가 전화로 자신이 부당해고 되었다 주장하면서 쌍욕을 해댔는데, 1년 만에 길에서 만나는 순간 감정이 폭발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폭행한 것은 맞지만, 합의를 보고 손해배상을 했는데, 왜 이렇게 검사가 한국인에게 가혹하게 하느냐, 외국인만 싸고 도느냐는 게 사장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위자료까지 받은 당사자가 탄원서 한 장을 써 달라는데 거부해서 자신이 입은 피해가 너무 크다고 주장했다. "왜 사건을 경찰과 검찰로 끌고 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피해자가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었다"라며 억울해 했다. 억울하다는 주장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건 관련해서 양측이 화해를 하고, 합의서를 쓰게 하고, 탄원서까지 써 줬던 입장에서는 우발적으로 폭행을 했으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기 전에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했으면 될 일을, 크게 만든 장본인이 할 주장은 아니었다.

상담을 하는 사람은 불편하더라도 사장의 이런 하소연에 따끔하게 한마디 해 줘야 한다. "내가 탄원서를 써 준 것은 사장님이 용서를 구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 피해자를 비난함으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거다. 판사가 한 말을 되새기면서 앞으로 같은 실수를 하지 마시라"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