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톱밴드2>에서 강렬한 사운드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주목받은 밴드 해리빅버튼(HarryBigButton)은 오는 27일, 28일 양일간 홍대 롤링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이들의 콘서트 '우정의 무대'는 국내 유수의 밴드 및 힙합 뮤지션 20여 명이 대거 합류한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진행된다.
최근 마포구 서교동 한 스튜디오에서 막바지 공연 준비에 한창인 해리빅버튼(이성수 강대희 닐 스미스)를 만났다.
- 단독 공연이 거의 록 페스티벌 수준이에요. 게스트만해도 힙합뮤지션 가리온, 소울다이브를 비롯해 이혁(내귀의 도청장치), 심지(피아), 박근홍(게이트 플라워즈), 반(브로큰발렌타인) 등 화려한데요. 어떻게 이런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나요?"<톱밴드2> 이후 정규 1집 <킹스라이프(King's Life)>를 발표하고 3일 후엔가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꼼짝없이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거든요. 열정은 끓어서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생각으로밖에 할 수 없었죠. 그중에 하나가 이번 공연 '우정의 무대'예요. 좋아하는 많은 밴드와 공연을 하고 싶었는데 실제로 하게 된 거죠."(이성수)
- 그 많은 뮤지션을 섭외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막상 직접 연락을 취해서 섭외하려니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음악적인 교류 이외에는 사적인 친분이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모두들 '형님!'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고 흔쾌히 동참해주겠다고 했습니다."
- 콜라보레이션이면 함께 노래를 부르는 건가요? "아니요. 단순히 노래를 같이 부르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색깔과 해리빅버튼의 음악이 어우러지는 것에 중점을 둔 콜라보레이션입니다. 처음에 이런 공연을 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무리수라고 했어요. 그때는 별생각 없이 '왜 안 돼?' 했는데 스케줄 맞추는 것과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부분은 어렵네요. 하지만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기대했던 것보다 결과가 멋지게 나와서 기분이 좋습니다."
- 멤버도 새로워진 것 같아요. 함께 밴드를 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이 있나요?"드러머 강대희씨는 오래된 지인이고요. 각자 다른 곳에서 연주하다가 드디어 뭉치게 됐습니다. 베이스 치는 닐은 아일랜드인인데요 <톱밴드2>에서 인연이 닿았어요. 당시 마그나폴이라는 밴드에서 연주했었거든요. 이렇게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밴드를 하려면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 뇌의 욕심보다는 가슴이 통해야 할 것 같아요."(이성수)
- 이성수씨는 1990년대 말 국내 헤비메탈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밴드 크래쉬에서 연주한 적 있지 않나요? 시간이 꽤 흘렀는데요. 오랫동안 쉬다가 돌아온 이유가 뭔가요?"쉬었던 적 없는데? 없었어요. 물론 일과 병행하려니까 집중하지 못한 것은 있었지만 음악을 놓은 적은 없었어요. 베이스를 구해 놓고 보컬을 기다리다가 몇 년, 또 반대로 몇 년. 그동안 동료나 후배들이 하는 공연에 갔었어요. 돌아오는 길에 '꼭 조만간 해야지' 그러다가 급기야는 영문 모를 병이 나버렸습니다. 도무지 불끈하는 무언가를 주체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11년에 다시 밴드를 시작하게 된 건데 정말. 꾀병 아니 신병?(웃음)처럼 씻은 듯이 나았어요. 정말 음악을 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 나름의 공백기 동안 국내 밴드의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제가 활동하던 1990년대에는 작고 두터웠다면 지금은 넓어지고 음악도 다양해졌죠. 자기의 마음이 이끄는 쪽으로 다양하게 개성을 살려서 음악을 하는 모습은 좋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하게 되어버려서 색깔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 안타깝죠. 팬들도 확실히 달라졌어요. 1990년대에는 뭐랄까 마니아층 위주였다고 볼 수 있죠. 색깔이 확실했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반응이 미쳤었죠. 뮤지션보다 더 피 터지게 놀았거든요.(웃음) 지금은 팬층이 다양해졌고 동시에 아직은 뭔가 서먹서먹한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과도기 같아요. 저희의 역할도 있고요. 곧 또 다른 문화가 생길 것 같은데요?"
- 솔직히 해리빅버튼의 음악이 대중적이기에는 무리가 있어요."깰 수 있어요! 대중적인 것이 어떤 것인데요? 내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이 가는 것들이잖아요. 예를 들면 친구들이나 우리가 속한 사회에 대한 것을 담아내면 그것이 대중적인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사회적인 발언을 하는 예술인들은 권력에 따라서 설 자리가 좁아지기도 하잖아요. 어쩌면 조심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글쎄요. 밖의 것들이 작아진다고 내 안의 것들까지 줄어들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 노래를 금지곡으로 한다거나 장발 단속을 한다면 조금 타격이 있겠지만.(웃음) 어렵거나 복잡한 거 아니에요. 최소한의 개념만 탑재하자는 거죠.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면 말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죠. 그릇된 대상이 있다면 음악으로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요즘 어떤 것에 분노하셨나요?"철도 민영화요. 그 뭐야. 직위해제. 5000명에서 육천 칠천...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잖아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분노할 일이 많아서 이제는 돌을 던질 때가 된 것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대학생들이 대자보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인가요? 참 멋있었어요."
- 농담인데요. 그렇게 하다가 종북 소리 듣겠어요."종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어요. '그러면 너네는 종일이냐. 종미냐?'고요. 옛것을 끄집어내서 꾸러미로 싸서 묶어버리고 단정 짓는 거. 지겹지 않나요?"
▲ 밴드 해리빅버튼의 콘서트 포스터 ⓒ 루디컴퍼니, 하드보일드뮤직
- 해리빅버튼의 꿈은 뭔가요?"월드투어를 해보고 싶어요. 극한에 도전하는 거 있잖아요. 월드 뮤지션처럼 일 년 동안 주 5일제 근무처럼 빡빡하게 스케줄을 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공연하고 싶어요. 가까운 미래에 대한 꿈은 국내 록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 급에 서고 싶어요. 누군가를 제치고 그 자리에 서고 싶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해리빅버튼의 음악이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이 되고 싶은 거죠."
- 마지막 질문인데요. 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어떠한 장르라기보다는 정신이라고 봅니다. 록은 특정 집단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에요. 예전에 제주도에 행사를 간 적이 있는데 관객이 초등학생이었어요. 천진난만한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기타 연주를 하다가 힘들게 고개를 들어 아이들을 봤는데 무척 즐기고 있는 거예요. 그때 확실히 느낄 수 있었죠. 아이들에게 '얘들아, 록이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바위 같은 마음이란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나네요."
"사람이 갑자기 늙는 시점은 꿈을 접었을 때"라고 말하는 그들. 인터뷰를 진행하는 두어 시간 동안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열정'이었다. 하지만 그 열정의 숙성이 적정선이었던지 조급함이나 과함은 엿볼 수 없었다. 꿈을 이야기할 때도 그저 더 많은 공연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정말 음악만 가슴으로 하는, 해야 하는, 그래야 아프지 않은, '거침없이' 해리빅버튼인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