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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길에서 본 아메리카'는 세 차례에 걸친 북미대륙 여행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약 10개월에 걸친 미국과 캐나다 단독여행, 55일 가량 이어진 아들과 아들 친구 둘을 포함한 미국 횡단여행, 식구들과 함께 한 보름간의 미국 서부여행이 그것입니다.

10년 남짓한 미국생활 경험도 추억담의 일부분을 구성합니다. 뒷길에서 본 아메리카는 사진 중심으로 서술되며, 북미의 앞모습보다는 뒤태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기억에 주로 의존하기 때문에 다소 부정확한 정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적해주시면 바로 잡겠습니다.... 기자말

ⓒ 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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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늦여름 미국 산타바바라의 친구 집에서 며칠을 묵은 뒤, 아침 안개를 뒤로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미국에 살았을 때는 물론 지금까지도 신세를 많이 지고 있는 친구입니다. 산타바바라 같은 미국 서부 해안은 아침 저녁으로 한여름에도 안개가 낄 때가 많습니다. 바다 안개, 즉 해무입니다. 햇빛이 강렬한 6월에도 예외 없이 일어나는 현상으로 '준 글룸'(June Gloom)이라고도 합니다. 6월의 잿빛 정도로 번역이 될까요.

산타바바라는 날씨가 연중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보입니다. 정확히는 서안 해양성 기후라고 부릅니다. 정처없이 그때그때 마음 내키는 대로 차를 몰고 길을 떠나기 직전의 모습입니다. 친구(사진 왼쪽)한테 씩씩하게 "여행 끝나고 나서 보자, 건강해라"라고 말하고 차에 올라 탔는데, 정말 막막하더군요. 동부해안을 향해 최단거리로 달려가고 싶어서, 일단 네바다 쪽으로 운전대를 꺾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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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그러니까 2007년 초여름 여행을 끝낸 뒤 찍은 사진 입니다. 타이어 펑크가 몇차례 나기도 했고, 아예 바퀴의 림이 휘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시애틀 인근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밤을 지새고 난 뒤의 모습입니다. 저도 고생했지만, 차가 정말 수고했습니다. 생명체가 아니지만, 차에 대해 고맙고 사랑스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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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안의 모습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미니밴인데, 운전석 뒤쪽의 2열과 3열 좌석을 들어내고 그 안을 숙소 겸 짐칸으로 간단하게 개조했습니다. 생수를 담는 박스들을 배열한 뒤 거기에 옷가지며 생필품, 식량들을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베니어 합판 2장을 잇대서 덮었습니다. 저녁이 되면 차를 길가나 숲속, 공터에 세워두고 이 베니어 합판 위에 침낭을 깔아놓은 다음, 그 속에 몸을 집어 넣고 잠을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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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기 직전 타이어 상태입니다. 많이 닳아서 타이어 속에 있는 철심이 일부는 삐죽 빠져나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상태로 1만km도 훨씬 더 달린 뒤에야 타이어를 갈았습니다. 비용 부담 때문이기도 했지만, 여름철 여행 때는 닳은 타이어가 큰 문제가 될 수 없다는 판단도 한 몫을 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는 미국 서부의 건조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홈이 없는 타이어가 더 접지력이 좋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레이스 전용 자동차를 보면, 타이어의 홈이 두드러지지 않은 편인데 이 역시 땅과 마찰 면적, 즉 접지 부분을 늘리기 위한 고려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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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여행을 떠날 때는 제법 덩치가 큰 미니밴을 이용했는데, 2011년 여름 아들과 아들 친구 둘 등 모두 넷이 여행길에 올랐을 때는 에코라는 이름의 조그만 승용차가 발노릇을 했습니다. 한국차로 치면 현대 베르나와 엇비슷한 크기입니다.

대학생인 아들과 친구들, 저를 포함한 4명이 몸무게만 합계 320kg 이상이어서 차가 푹 꺼지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비용 때문에 작은 차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혼자 하는 여행과 여럿이 하는 여행은 맛이 전적으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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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다운타운이 멀리 뒤편으로 보입니다. 사진 한가운데 자리한 희미하게 보이는 건물은 북미대륙에서도 손꼽히게 높다는 이 도시의 상징물, 스트라토스피어 타워입니다. 높이가 350m가 넘는다지요.

라스베이거스는 로스앤젤레스와 마찬가지로 LA형 스모그, 즉 광화학 스모그 현상으로 인해 공기의 질이 좋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강한 햇빛에 자동차와 공장의 매연 등이 어우러져 생기는 게 광화학 스모그입니다. 라스베이거스는 사막 위에 지어진 불야성과 같은 곳으로, 어딘지 위태로운 느낌이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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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외곽의 신흥주택가입니다. 문자 그대로 사막 한복판에 늘어선 집입니다.  2000년을 전후해 미국의 서남부 지역은 주택 경기가 활황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위와 같은 주택들이 엄청나게 건설됐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집값이 폭락했을 때 이른바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이고, 위처럼 새롭게 형성된 주택들이었습니다. 금융위기가 닥치기 3~4년 전에 신축된 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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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에서 북쪽으로 좀 달리면 유타주가 나옵니다. 유타주에서 네바다까지를 흐르는 버진(virgin)강, 즉 처녀강의 강줄기가 사막을 적십니다. 오아시스인 셈입니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사막이지만, 이처럼 물이 끊이지 않는 곳에는 훌륭한 농토가 제법 있습니다. 물론 이 곳에도 카지노는 들어서 있습니다.

미국 서부는 사막지대가 많지만, 이처럼 군데군데 물이 풍성한 곳들이 적지 않습니다. 세계 주요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발상지가 모두 사막인데, 어쩐지 이런 사막은 신 혹은 우주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몰몬교도들이 네바다 주의 바로 북쪽인 유타 주를 근거지로 삼은 것도 자연환경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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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와 유타 주를 가르는 경계에 위치한 한 다리입니다. 그 다리 밑으로 연인의 사랑을 표시한 낙서가 그려져 있습니다. 인가에서 한참 떨어진 이런 다리 밑에 와서 사랑의 표식을 만들어 놓는 심리는 무얼까요.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이런 종류의 낙서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걸 보면, 이 또한 사람의 보편적인 속성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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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바다 주에서 유타로 들어가면 처음 만나는 국립공원이 바로 자이언(zion)입니다. 우리 식으로는 시온이라고도 하지요. 초기 몰몬교도들이 이 곳에 자리를 잡아,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유타 주는 기기묘묘한 땅의 모양과 거대한 바위들이 향연을 펼치는 곳으로 유명한데, 자이언 국립공원은 맛보기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막 특유의 건조한 공기 때문에 한 여름은 물론 겨울에도 하늘이 눈부시게 푸를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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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국립공원은 자이언 캐년이라는 거대한 골짜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공원 구석구석에는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들이 적지 않습니다. 구불구불 가파른 산사면을 타고 이어진 길이 험악한 경사를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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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리조나 주 스콧츠데일에서 왔다는 부부입니다. 애리조나는 물론 미국을 대표하는 명승지로 그랜드 캐년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부부 말로는 디테일은 그랜드 캐년보다 자이언 캐년이 더 멋있다네요. 미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행객 가운데 은퇴한 연령대의 부부들이 아주 눈에 많이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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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국립공원의 사슴 한마리입니다.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사진기를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혼자 장기간 대륙의 오지를 떠돌아 다니다 보면, 살아있는 것들이 그리운데, 동물들을 만나면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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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 국립공원의 암벽에 붙어 있는 도마뱀입니다. 보호색이 무엇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여행은 적응의 시간이기도 한데요. 이처럼 물리적인 측면에서 적응보다는 심리적인 적응이 인간에게는 훨씬 중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낯선 곳을 떠돌다 보면 여행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보호 심리도 생기기 마련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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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목적지 없이 그날그날 이동할 방향을 정하다 보면, 사람도 바람, 사는 것도 바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먼지처럼 왔다가 가는 게 인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차로 흙길을 달리다 보면 흙먼지가 적잖게 들어옵니다. 오 나의 먼지들이여. oh my dust 입니다.

덧붙이는 글 | sejongsee.net(세종시 닷넷)에도 올렸습니다. sejongsee.net은 세종시 커뮤니티 포털을 지향하는 인터넷 사이트로 필자의 1인 미디어 도구이기도 합니다.



태그:#여행, #북미대륙,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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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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