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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성택 숙청 과정은 김일성에게서 전수돼 내려온 북한의 전통적 반대파 숙청 방식의 판박이다. 김일성의 외모를 빼어박은 김정은이 공포정치의 유산까지 ‘격세유전’으로 전수받은 셈이다.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 끌려가는 북 장성택 북한 조선중앙TV는 9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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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지난 9일 공개한 장성택의 숙청 과정은 폐쇄된 1인 독재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권력의 음모와 공포 그리고 대중선동을 담은 정치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관인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가 공개되고, 권력의 정점인 정치국 위원으로서 늘 단상에 앉았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단하에서 사실상 인민재판을 받아 끌려 나왔다. 이런 과정이 북한에서 유일한 전국 방송인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되어 대대적으로 전파된 과정은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한편의 드라마를 연상케 한다.

이 드라마의 타이틀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진격의 김정은'이 이른바 '백두혈통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정치적 후견인이자 '2인자'였던 숙부(고모부)를 '불경죄'로 단죄한 '막장 정치 드라마'다. 이런 막장 드라마는 사실 정상국가에서는 통용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다. 이른바 '백두혈통의 유일적 영도체계'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습 독재국가인 북한 사회에서만 유통될 수 있는 드라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처음부터 막장으로 기획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고 권력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난 이후 권력의 정점에 올랐던 장성택이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로 숙청되기까지 5년여에 걸쳐 북한 당국이 대내외에 공개한 이른바 '1호 사진'(북한 주민들이 최고 지도자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을 가리키는 표현)들을 복기해 보면, 이 드라마가 왜 막장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제2인자에서 종파분자의 나락으로 떨어진 장성택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9일 오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라는 제목으로 "장성택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일체 칭호를 박탈하며 우리 당에서 출당, 제명시킨 데 대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 나절도 안된 시각인 오후 3시 18분께 뉴스 시간에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제복을 입은 인민보안성 요원들에 의해 끌려 나가는 모습을 담은 사진까지 공개했다.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핵심 조직인 당-정-군에서 8개의 직위(▲ 노동당 정치국 위원, 행정부장, 중앙군사위 위원, 중앙위 위원 ▲ 국방위 부위원장,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 인민군 대장)를 가진 '제2인자'에서 '종파분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중앙TV에 방영된 이 사진들을 나중에 <연합뉴스>와 외신에도 배포했다. 이로써 국가정보원이 지난 3일 오후 국회 정보위원장과 여야 간사에게 대면 보고함으로써 외부에 처음 알려진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 장성택, 실각 징후'가 북한 당국에 의해 공식 확인됐다. 그것도 만인이 보는 앞에서 보란 듯이 숙청 대상자의 죄상을 밝히고 인신을 체포하는 극적인 방식으로.

이날 <연합뉴스>가 공개한, <조선중앙통신>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는 글자 수가 3000자를 넘는 장문의 격문이다. 이 장문의 3000자 보도문은 특히 장성택 부위원장을 해임한 원인을 '반당·반혁명 종파행위'와 부정부패,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까지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황을 보면, 측근들의 처형 이후 연금 상태였던 장성택은 이날 짜여진 각본대로 정치국 확대회의에 출석해 당과 군의 책임일꾼 수백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장문의 범죄사실이 '공시'된 가운데 끌려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후견인이자 2인자로 통했던 장성택장의 숙청 사실을 신속하게 발표한 것은 대내외에 장성택의 실각이 명백한 '사실'임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읽힌다. 더구나 '3000자 보도문'에 이어 체포 장면 사진까지 공개한 것은 북한의 파워 엘리트들에게 '김정은 체제에 대한 도전은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고도로 계산된 공포의 이미지 정치를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성택 숙청 과정은 김일성에게서 전수돼 내려온 북한의 전통적 반대파 숙청 방식의 판박이다. 김일성의 외모를 빼어 박은 김정은이 공포정치의 유산까지 '격세유전'으로 전수받은 셈이다.

외부세계의 '오류'를 즉각 시정하는, 거침없는 김정은

사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2011년 12월 17일) 이후 김정은이 집권한 지 거의 2년이 됐지만, 그의 리더십과 북한 체제의 안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보내는 외부 시선이 적지 않았다. 또 김일성으로부터 20년간에 걸쳐 '후계자 수업'을 받은 김정일과 견주어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 기간이 짧았고 나이도 어리기 때문에 장성택 부위원장이 후견인으로서 주요 정책을 사실상 결정한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정은 정권은 아버지 때와는 달리 외부세계의 '오해'와 '오류'를 즉각 시정하는 거침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국내외 언론, 특히 외국 언론이 장성택에 대해 주목한 것은 지난 2008년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9월 9일 당시 김정일이 북한 정권수립 60주년 기념행사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과 관련, AP통신은 미국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일이 뇌졸중일 가능성이 크다고 처음 보도했다. 이어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일이 8월 14일쯤 쓰러졌다는 정보를 근거로 북한에서 김정일의 중병을 틈타 이미 암투가 진행중이라고 섣부른 전망을 하기도 했다.

일본 TV아사히가 2009년 6월 당시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은)의 최근 사진이라고 공개한 얼굴 사진. 그러나 인터넷 다음에서 한 무속인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지기 배아무개씨의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TV아사히 화면).
 일본 TV아사히가 2009년 6월 당시 김정일의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은)의 최근 사진이라고 공개한 얼굴 사진. 그러나 인터넷 다음에서 한 무속인 카페를 운영하는 카페지기 배아무개씨의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사진은 TV아사히 화면).
ⓒ TV아사히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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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010년 4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이 유력한 후계자 후보인 김정은의 최근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정보당국은 김정일 옆의 사진 속 인물이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김광남 기사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오보로 판명났다(사진은 이를 보도한 YTN 화면).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010년 4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이 유력한 후계자 후보인 김정은의 최근 사진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국 정보당국은 김정일 옆의 사진 속 인물이 함경북도 김책제철연합기업소 김광남 기사장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혀 오보로 판명났다(사진은 이를 보도한 YTN 화면).
ⓒ YTN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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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그해 9월 10일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8월 14일 이후 순환기 계통에 병이 났지만 수술과 집중 치료를 받아 상태가 많이 호전되어 국정 관리가 가능하고 권력 공백은 없다"는 요지로 보고했다. 이후 외신의 추측 보도는 다소 누그러졌으나 오보 행진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미국 ABC방송이 그해 10월 20일 오후 긴급뉴스를 통해 그동안 뇌졸중 등 와병설이 나돌던 김 위원장이 2개월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가 동영상을 삭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듬해인 2009년 4월 9일 북한 당국은 최고인민회의(한국의 국회에 해당) 제12기 1차회의를 열고 1998년 9월 제10기 1차회의 이후 11년 만에 사회주의 헌법을 개정했다. 북한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재추대하고 김 위원장의 매제이며 '권력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을 포함한 5명을 새로 국방위원에 임명해 국방위원회를 대폭 확대했다.

특이한 점은 북한 당국이 다음날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에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출된 국방위원회 구성원 전원의 얼굴 사진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특히 2003년 국방위원에 선출됐으나 얼굴이 한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백세봉의 경우, 그동안 일부에선 "백세봉은 '백두산의 세 봉우리'를 뜻하는 것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차남인 정철의 가명일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으나 사진 공개는 이러한 억측을 불식 시켰다.

이례적이지만 계산된 국방위원 전원 얼굴 공개

2009년 4월 10일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1면 전면에 컬러로 게재했다. 이어 4면 맨 윗줄에 부위원장 4명(조명록 제1부위원장, 김영춘 이용무 오극렬), 둘째 줄에 위원 4명(전병호, 김일철, 백세봉, 장성택), 셋째 줄에 나머지 위원 4명(주상성, 우동측, 주규창, 김정각)의 흑백 사진을 순서대로 실었다. 국방위원 전원의 얼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국방위원 전원 얼굴 공개 2009년 4월 10일 노동신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을 1면 전면에 컬러로 게재했다. 이어 4면 맨 윗줄에 부위원장 4명(조명록 제1부위원장, 김영춘 이용무 오극렬), 둘째 줄에 위원 4명(전병호, 김일철, 백세봉, 장성택), 셋째 줄에 나머지 위원 4명(주상성, 우동측, 주규창, 김정각)의 흑백 사진을 순서대로 실었다. 국방위원 전원의 얼굴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었다.
ⓒ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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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국방위원 전원 얼굴 공개는 의도된 공개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왜냐하면 이때까지만 해도, <조선중앙통신> 제휴사인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계열 조선통신사를 통해 북한 사진을 공급받는 <연합뉴스>를 비롯한 한국 언론은 후계설이 나도는 3남의 이름을 '김정운'으로 잘못 표기할 만큼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일본과 서방 언론은 여전히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과 차남인 김정철로의 권력 승계 가능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따라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김정철의 가명으로 보도된 백세봉의 신원을 공개함으로써 김정철 승계설을 불식시켜려 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대다수 한국 언론과 북한 전문가들은 이때까지만 해도 국방위원회 전원 사진 공개에 담긴 메시지를 '집단지도체제'의 신호로 읽었다. 당시 국책연구소의 북한연구센터 소장이 "김정일 위원장의 와병을 계기로 앞으로는 국방위원회라는 합의체적 성격의 기구가 김 위원장을 보좌하면서 큰 권한을 갖고 통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김정일 1인 통치체제를 앞으로는 국방위원회라는 하나의 공동체, 집체적 성격의 기구가 대신할 것이지만 그 중심은 장성택 행정부장이 될 것이다"라고 분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 이후로는 장성택과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파벌 다툼이 지면을 장식하긴 했지만, 대체로 힘의 균형은 장성택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북한은 2010년 6월 7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3차 회의에서 장성택을 국방위 부위원장 겸 당 행정부장으로 선임했다. 또, 3년 전 총리에서 해임돼 지방기업 공장장으로 좌천됐던 박봉주가 2010년 8월 장성택 주도로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권된 게 대표적 사례다(북한의 대표적 경제통으로 올해 4월 다시 총리로 기용된 박봉주는 8일 정치국 확대회의 토론석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장성택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성택으로의 쏠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2011년 12월 17일)과 장례식 때에 절정에 이른 듯했다. 국내 언론은 당시 김정은과 함께 운구차를 호위한 7인 중에서 김정은 뒤에 선 장성택의 후견인 역할에 주목했다. 심지어 최용해가 인민군 총정치국장으로 기용돼 김정은 최측근이 된 것도 장성택의 권력 강화로 해석됐다. 이후 장성택은 지난해 11월 4일 열린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신설된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했다. 장성택이 당·군·정을 아우르는 국가기구 수장이 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통일부는 지난 2월 1일 발간한 '2013년판 북한 권력기구도'에서 장성택을 정치국 위원 서열 1순위로 등재해 그가 북한 권력의 명실상부한 '넘버 2'임을 공식 확인했다. 그러나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세습 독재정권에서는 '불경스런 2인자'를 찍어내려는 내부 권력 암투가 이미 싹트고 있었다. 기자 개인의 추론이지만, 돌이켜보면 그 2인자를 찍어낼 동기 부여는 남쪽에서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국방부가 공개한 장성택의 '삐딱한 사진'이 '불경죄' 동기 부여?

국방부 정보본부가 지난 1월 31일 국방부 기자실에 배포한 제4차 당세포 비서대회에 김정은과 함께 조선중앙TV에 나온 장성택 행정부장의 삐딱한 모습을 담은 사진 2장. 남한 언론의 관련 보도는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권력의 특성상 ‘백두혈통의 유일영도체제’를 옹위하려는 세력에 ‘불경스런 2인자’를 제거할 명문과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숙청의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이는 '삐딱한' 장성택 국방부 정보본부가 지난 1월 31일 국방부 기자실에 배포한 제4차 당세포 비서대회에 김정은과 함께 조선중앙TV에 나온 장성택 행정부장의 삐딱한 모습을 담은 사진 2장. 남한 언론의 관련 보도는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권력의 특성상 ‘백두혈통의 유일영도체제’를 옹위하려는 세력에 ‘불경스런 2인자’를 제거할 명문과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 조선중앙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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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정보본부는 지난 1월 31일 국방부 기자실에 사흘 전 제4차 당세포 비서대회에 김정은과 함께 조선중앙TV에 나온 장성택 행정부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 2장을 배포했다. 국방부는 김 제1비서가 연설하는 동안 장 부장이 다른 곳을 보고 있거나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는 모습을 캡처한 사진을 배포했다. 그리고는 "올해 들어 장성택이 김정은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 자주 식별되고 있어 북한 내 실질 권력자가 김정은이 아닌 장성택이라는 소문이 지속적으로 들리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정보 판단이었다.

국방부 정보본부가 포착한 북한 권부의 특이 동향은 거의 모든 매체에 보도됐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앞두고 강경파인 김정은과 온건파인 장성택을 이간질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같은 보도는 2인자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 권력의 특성상 '백두혈통의 유일영도체제'를 옹위하려는 세력에 '불경스런 2인자'를 제거할 명문과 빌미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당국이 장성택의 죄행을 열거하면서 "양봉음위(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면서 속으론 딴마음을 품음)하는 종파적 행위를 일삼았다"고 한 대목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2일 <조선중앙통신>이 전날 송고한 사진을 이례적으로 모두 취소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의 하나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구체적인 취소 이유를 언급하지 않은 채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회의와 관련하여 1일 전송한 사진을 모두 취소합니다"라고 밝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앞서 일부 언론은 3월 31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용해 총정치국장이 연설하려고 자리를 비워 김 제1위원장 바로 옆에 장 부위원장이 앉은 것처럼 나온 사진을 거론하며 장 부위원장이 노동당의 핵심자리를 거머쥐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 김정은(가운데)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4월 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 회의에서 노동당원증을 들어 찬성 표결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왼쪽에는 거취를 감췄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오른쪽 끝에는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앉아 있다. 일각에서는 주석단의 김정은 옆자리에 앉은 최용해 총정치국장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장성택이 마치 바로 옆에 앉은 것처럼 여겨지는 사진으로 인해 장성택이 최용해를 제치고 두드러지는 상황을 피하려고 아예 송고된 사진 7장을 모두 취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 북한 당국은 이 사진의 송고를 왜 취소했나? 북한 김정은(가운데)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4월 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 회의에서 노동당원증을 들어 찬성 표결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왼쪽에는 거취를 감췄던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오른쪽 끝에는 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가 앉아 있다. 일각에서는 주석단의 김정은 옆자리에 앉은 최용해 총정치국장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장성택이 마치 바로 옆에 앉은 것처럼 여겨지는 사진으로 인해 장성택이 최용해를 제치고 두드러지는 상황을 피하려고 아예 송고된 사진 7장을 모두 취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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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일각에서는 주석단의 김정은 옆자리에 앉은 최용해 총정치국장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아 장성택이 마치 바로 옆에 앉은 것처럼 여겨지는 사진으로 인해 장성택이 최용해를 제치고 두드러진 장면을 피하려고 아예 송고된 사진 7장을 모두 취소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되짚어 보면 지난 4월은 이번에 장성택 숙청에 앞서 처형된 것으로 확인된 측근들에 대한 내사가 이미 진행중인 시점이었다. 북한 당국이 "여러 차례 경고도 하고 타격도 주었지만 응하지 않고 도수를 넘었기 때문에 장성택을 제거했다"고 밝힌 대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6월 북한 당국이 '당의 유일사상 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39년 만에 개정하면서 새로 넣은 조항들도 이번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새삼 주목을 받았다. 예를 들어 "우리 당과 혁명의 명맥을 백두의 혈통으로 영원히 이어 나가며.."(10조2항), "개별적 간부들에 대한 환상, 아부, 아첨을 배격하며..."(6조4항) 같은 신설 조항과 '반당적 요소'에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현상'을 새로 추가한 것 등이 이번에 장성택의 죄목에 고스란히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10대 원칙'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백두 혈통'에 맞설 가능성이 있는 당 간부들을 찍어누르는 공포정치의 수단임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

국내 언론은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영결식 당시 운구차를 호위한 '8인방'을 김정은 후계구도를 떠받치는 핵심 지도부로 조명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김정은을 제외하면 장성택을 비롯한 당 관료가 3명, 리영호 등 군부인사가 4명이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북한 매체에서 확인되는 인물은 최태복·김기남 당비서뿐이다. 장성택 숙청이 당장은 잠재적 위협세력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김정은 1인독재 체제를 강화하겠지만, 향후 김정은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경우 자신을 지탱해줄 버팀목이 사라진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공포 혹은 이미지 정치의 본질적 한계이기도 하다.

총칼을 안 들었을 뿐, 비판세력을 '종북세력'으로 몰아세우는 남한의 정치적 상황도 이와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새누리당을 창당할 당시 경제민주화와 개혁의 아이콘으로 전면에 내세운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비대위원 등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불통'과 개혁 퇴보를 강하게 비판하거나 아예 당을 떠났다. 당시 비대위원 11명 중에서 박 대통령 옆에 있는 사람은 주광덕 정무비서관 한 명뿐이다. 대통령 선거일 1년이 다가오는 지금, 집권을 위해 내세운 경제민주화와 국민대통합은 온데 간데 없고, 1인 권력에 대한 맹종-충성파들이 대통령에 대한 야당 의원의 비판마저 '불경죄'로 간주해 재갈을 물리는 공안통치만 남은 형국이다.

스케일과 스펙터클의 차이가 있을 뿐, 남북한의 연말 극장가에선 시대착오적인 '막장 드라마'가 '동시 상영'중이다.


태그:#김정은, #장성택, #김정일, #백두혈통,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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