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꽃보다 할배>는 지난 7월 첫 방송을 시작해 10%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tvN <꽃보다 할배>는 지난 7월 첫 방송을 시작해 10%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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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비지상파 예능'의 전성시대다.

대부분의 지상파 예능이 모두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반면, 시청률 1%만 나와도 '대박' 소리를 듣던 비지상파 예능들은 JTBC <히든싱어><썰전><마녀사냥>, tvN <꽃보다 할배><꽃보다 누나><응답하라 1994> 등을 앞세워 오히려 날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방송사의 시선이 JTBC '여운혁 라인'과 tvN '이명한 사단'을 주목하는 이유다.

<히든싱어> <썰전> 등 JTBC 예능 이끄는 '여운혁 라인'

JTBC는 종편 4개사 중 가장 탄탄한 예능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시청률은 물론이고 화제성 면에서도 타 종편사를 압도하는 괄목할만한 실적을 과시하고 있고, 몇몇 예능 프로그램은 지상파 예능과 대등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개국 이후, 대중성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예능을 활용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던 JTBC로선 상당한 성과를 얻어낸 셈이다. 이 성공의 중심에는 단연 JTBC가 공들여 '모셔온' 여운혁 PD가 자리하고 있다.

1993년 MBC 입사해 2000년 <목표달성 토요일>을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여운혁 PD는 <천생연분><황금어장> 등을 연출하며 스타 PD로 성장했고 이후, <무한도전><황금어장><놀러와><우리 결혼했어요><명랑 히어로> 등을 총괄 기획하는 CP(책임 프로듀서)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뛰어난 예능 연출자로 명성을 떨쳤다.

'천재 기획자'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과 함께해온 그는 탁월한 기획력, 적재적소의 인적 자원 활용, 폭넓은 인맥, 과감한 콘셉트의 차용과 다양한 포맷 운영 등의 강점을 앞세워 MBC 예능의 황금기를 이끈 주인공이었다. <무한도전> 김태호를 비롯해 제영재, 신정수, 김유곤 등 후배 스타 PD들의 탄생 역시 그를 바탕으로 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랬던 그가 2011년 돌연 MBC를 떠나 JTBC로 자리를 옮기면서 예능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상파에서 감히 하지 못했던 정치, 사회, 경제 등 민감하고 색다른 소재들을 과감하게 예능의 소재로 차용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운혁발 예능실험'과 함께 JTBC 예능은 남다른 위용과 규모를 과시하며 지상파 예능과 대등한 수준으로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지상파 경쟁작과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JTBC <히든싱어>

지상파 경쟁작과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있는 JTBC <히든싱어> ⓒ JTBC


이미 MBC <세바퀴>, KBS <인간의 조건>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히든싱어>를 비롯해 한국인이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 20위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는 <썰전>, 시청률 3~4%를 기록하며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유자식 상팔자>, 종편 떼토크의 원조격인 <닥터의 승부>와 <미스코리아 비밀의 화원>까지 그의 손이 닿은 작품은 JTBC의 간판 예능이 된지 오래다. 그야말로 여운혁 PD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물론 이 성공의 근간에는 이른바 JTBC 내 '여운혁 라인'으로 불리는 능력 있는 PD 군단의 공이 혁혁했다. KBS에서 <불후의 명곡>을 연출했던 조승욱 PD, MBC <느낌표><스친소> 등에서 이미 여운혁과 인연을 맺었던 성치경, 방현영 PD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각 <히든싱어>, <유자식 상팔자> 등의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JTBC 내 '여운혁발 예능실험'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여운혁 PD는 <썰전><적과의 동침>에 이어 다시 한 번 정치, 사회를 아우르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몰두 중이라 전해졌다. 여운혁 PD의 영역 파괴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또한 그의 도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지 찬찬히 지켜볼 일이다.

'꽃보다', '응답하라' 시리즈로 tvN 장악한 '이명한 사단'

종편에 여운혁 PD가 있다면 케이블에는 이명한 PD가 있다. KBS 22기 공채 프로듀서로 입사해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스타 골든벨> 등을 연출하고, <해피 선데이> 제작을 총괄하며 KBS 예능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명한 PD는 2011년 CJ E&M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지상파에 케이블 예능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케이블 예능은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라는 항간의 편견에서 벗어나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기획으로 승부를 본 그는 <더 로맨틱><세 얼간이> 등으로 나름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이명한 식 기획'의 포문을 열었다.

특히 그는 인재 영입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KBS <해피선데이> 제작 당시 인연을 맺었던 나영석, 신원호 PD를 오랜 설득 끝에 CJ로 영입하는데 성공한 그는 이우정, 김대주 등 <1박2일>의 전성기를 이끈 작가들까지 대거 자기편으로 포섭함으로써 tvN 예능의 생태계를 바꿔 놓는 일대 모험을 강행했다.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tvN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 ⓒ 응답하라 1994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꽃보다 할배>와 <응답하라 1997><응답하라1994>다. 이명한 PD의 진두지휘 아래 나영석 PD가 내 놓은 첫 케이블 신고식 작품인 <꽃보다 할배>는 방송되자마자 사회 문화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키며 10%에 가까운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제공, 케이블 가입가구 기준)까지 기록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네 명의 노배우가 배낭여행을 떠난다는 단순한 포맷으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그 속에서 감동과 재미를 놀라운 수완으로 뽑아내 '관찰형 예능'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가받고 있다.

재밌는 것은 <꽃보다 할배>의 성공에 자극받은 KBS가 '할매'격인 <마마도>를 내놓았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KBS는 '지상파가 자존심을 내려놓았다'는 비판에 시달려야 했고 표절 논란으로 곤욕을 치룰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이명한 PD는 "예능 트렌드를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고, 나영석 PD 역시 "우리가 갈 길만 갈 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는 소회를 밝힌 바 있다.  

나영석 PD는 오는 11월 29일 <꽃보다 할배>의 번외편 격인 <꽃보다 누나>들로 다시 한 번 출사표를 던진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 이승기를 캐스팅하며 이미 '꿈의 캐스팅'이라는 찬사를 이끌어 낸 <꽃보다 누나>는 원조의 위엄과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줄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드라마 연출자로 변신한 신원호 PD의 활약도 대단하다. <응답하라 1997>의 성공을 이끌며 서인국, 정은지 등을 스타덤에 올려놓더니 2013년에는 <응답하라 1994>로 또 한 번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감성적이고 세련된 연출은 지상파 드라마와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고, 시청률 또한 '마의 10%'를 넘어 20%를 노리고 있다. 전작을 넘어서 대성공에 신원호 PD 뿐 아니라 제작 총괄을 맡은 이명한 PD의 어깨까지 으쓱해 질만 하다.

'꽃보다' 시리즈와 '응답하라' 시리즈를 넘나들며 웃음과 감동을 함께 선사하고 있는 이우정 작가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예능에 감성을 집어넣는데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존재감은 나영석, 신원호만큼이나 묵직하고 강렬하다. 예능 구성작가가 드라마 작가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방송가에서 이우정처럼 걸출한 인재가 활약하고 있단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처럼 '이명한 사단'의 맹활약 덕분에 tvN은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으며, 이명한 또한 공로를 인정받아 CP에서 벗어나 최근 제작 총괄국장으로 승진하는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케이블 예능의 생태계를 바꾸고 있는 이명한 사단이 과연 또 어떤 사고를 치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 된다.

여운혁 이명한 나영석 신원호 응답하라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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