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MAMA에서 호흡을 맞춘 스티비 원더와 효린

2013 MAMA에서 호흡을 맞춘 스티비 원더와 효린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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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비 원더가 2013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에 초대되고, 그것도 모자라 MAMA에서 그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올해 MAMA가 쏟아낸 기사 중 가장 화제가 되었고, 이 무대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공연'으로 떠올랐다.

스티비 원더를 초대한 것은 MAMA가 시상식의 권위와 위엄을 높이기 위해 벌이는 해외 유명 뮤지션과의 합동 공연 수준이 아니었다. 이것은 대한민국 음악 시상식의 역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일이었다. '시상식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는 어쩌면 두 번 다시 올 수 없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13살의 나이에 'Fingerprints part 2'라는 곡을 빌보드 싱글 1위에 올려놓으며 미국 팝 음악에 데뷔해 3년 연속 그래미 올해의 앨범상을 받고, 25차례에 걸쳐 그래미상을 받은 스티비 원더. 그는 무려 32곡의 빌보드 1위 곡을 보유하고, 총 1억 장이 넘는 음반 판매고 기록한 인물이다. 1983년에는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1989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으며 2009년에는 거슈윈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스티비 원더가 미국 팝 음악계에 이룬 업적은 단순히 몇 줄로 정리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그의 공로와 가치가 너무나 높고 거대하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트로피를 받고, 수많은 기록을 세우고 또 깨뜨린 슈퍼스타이기 때문에 MAMA에 등장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에게 '슈퍼스타'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 더 찬란하고 위엄 있는 다른 찬사가 필요하다. 그는 팝 음악계의 신기록 보유자이기 이전에, 음악을 통해 전 세계인의 영혼을 깨우고, 정화와 힐링을 동시에 이룬 진정한 치유자이다. 올해의 MAMA가 지금까지 중 가장 훌륭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데에는 분명 스티비 원더를 초대하고 그의 무대를 준비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음악에는 언제나 사랑이 넘치고, 그의 음악은 언제나 영혼을 깨운다. MAMA에서의 공연 역시 그랬다. 'Lately' 'Isn't she lovely?' 'Superstition'으로 이어지는 히트곡 메들리는 소름이 돋을 만큼 경이로웠다. 'Lately' 에서의 애드리브는 기교가 아니라, 소울 그 자체였다. 

ⓒ CJ E&M


스티비 원더는 MAMA에서 아주 특별한 무대를 선사하기도 했다. 씨스타 효린, 홍콩배우 곽부성과 함께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를 선보인 것이다. 효린과 곽부성은 그 무대가 얼마나 떨리고 감격스러웠을까? 팝의 역사를 다시 쓴 천재 뮤지션이면서 영혼의 치유자이기도 한 그와 한 자리에 올랐으니 말이다. 

놀라웠던 것은 효린이 스티비 원더와 호흡을 맞춰가는 능력과 합동 무대에 임하는 자세였다. 효린은 스티비 원더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I just call to say I love you' 의 첫 부분을 무반주로 혼자서 불렀다. MAMA라는 제법 큰 시상식, 홍콩이라는 낯선 도시에서의 낯선 무대, 뒤에는 음악의 거장이 기다리고 있고, 그의 히트곡을 혼자서 불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효린의 인생에서 가장 떨리고 숨 막히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효린은 여유를 보이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리듬을 놓치지도 않았고, 음정이 흔들리지도 않았다. 명곡을 혼자 불러야 한다는 부담감에 실수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녀의 타고난 소울 창법은 홍콩에 울려 퍼졌다. 효린은 K–POP 스타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스티비 원더, 곽부성과 화음을 이루는 장면에서 효린은 더욱 기특한 모습을 연출했다. 노래 실력이 많이 부족했지만 과하다 싶을 만큼 흥분된 상태에서 노래하는 곽부성에 비해, 효린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하모니에 집중했다. 그녀는 자칫 흥분하기 쉬운 상황에도 그 자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자리여서 지나치게 조심스럽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는 스티비 원더를 향한 존경과 감사 때문이었으리라. 그녀는 노래를 부르는 중간중간 스티비 원더를 자주 바라봤다. '당신과 함께한 이 자리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당신을, 당신의 음악을 존경합니다'라는 눈빛으로 말이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이라고 말한 스티비 원더의 소감은 감동이었다. 그가 선보인 퍼포먼스의 감동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효린과의 합동 공연이 감동을 배가시켰다. 무대 안에 깃들어있던 효린의 겸손한 열창에는 거장에 대한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감동을 넘은 감격의 무대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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