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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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드라마 시장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동시간대 1위였던 KBS 2TV <비밀>이 퇴장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가의 시선은 MBC <메디컬 탑팀>보다는 김은숙 작가의 SBS <상속자들>로 향하고 있다. 한동안 동시간대 2위를 기록하며 '굴욕'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김은숙 작가는 이틈을 타 다시 한 번 자신의 시대를 열 수 있을까.

<비밀>에 뒤통수 맞은 '김은숙의 굴욕'

<상속자들>은 자타공인 SBS가 하반기에 준비 중인 드라마들 중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 작품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너의 목소리가 들려><주군의 태양> 등의 성공 신화를 이어나갈 수목드라마의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이 작품이 '시청률 보증수표' 드라마작가 김은숙의 신작이었기 때문이다.

김은숙은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연인> '연인 3부작'에 이어 <씨티홀><온에어><시크릿 가든><신사의 품격> 등 쓰는 작품마다 소위 대박을 터뜨린 드라마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이다. 방송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원고료를 자랑하는 그의 드라마에는 언제나 톱스타들이 출연하고 싶어 길게 줄을 서고 있을 정도다.

덕분에 <상속자들>의 캐스팅은 그 어떤 드라마보다 압도적으로 화려했다. 이민호, 박신혜, 김우빈, 박형식 등 핫한 청춘스타들이 총집합하며 2013년 최고의 캐스팅이라는 찬사까지 들은 것이다. 특히 김은숙이 전작에 출연했던 장동건, 박신양, 이서진, 차승원, 이범수, 현빈, 전도연, 김정은, 하지원, 김하늘 등 30대 배우들에 탈피해 20대 배우들과 호흡한다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

SBS 수목드라마 <상속자들> ⓒ SBS


전작의 후광도 상당했다. 각종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터를 잘 닦아 놓은 데다가 후속작이었던 <주군의 태양> 홍자매의 죽지 않은 필력과 소지섭-공효진의 안정적 연기력에 힘입어 못지않은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상속자들>은 이들의 인기만 그대로 이어 받아도 훨씬 쉬운 싸움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상속자들>의 주인공을 맡은 이민호는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시청률 30%에 대한 기대를 은근히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이렇다 할 경쟁작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던 데다가 김은숙의 필력, 화려한 캐스팅, 방송사의 전폭적 지원 등 규모와 외양만 봤을 때 시청률 30%는 결코 불가능한 희망사항이 아니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갔다. 무난한 1등이 예상됐던 <상속자들>의 앞길을 단단히 가로막은 다크호스가 출현한 것이다. 바로 황정음의 눈물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모으기 시작했던 <비밀>이었다. 야금야금 고정 시청자 층을 모집한 <비밀>은 동시간대 1위로 올라선 이래 단 한차례도 <상속자들>에게 리드를 빼앗기지 않으며 선전했다. 말 그대로 모두의 뒤통수를 친 '깜짝 흥행'이었다.

가장 피해를 입은 것은 역시 김은숙 작가였다. 실패를 몰랐던 흥행신화에 생채기가 나자 기다렸다는 듯 위기론을 포함한 각종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밀>의 유보라 작가와의 원고료 차이가 20배 가까이 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김은숙의 굴욕'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성공을 일궈온 김은숙 작가로선 쉽게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꾸준한 상승세...<예쁜남자> 경계해야

하지만 경쟁은 다시 시작됐다. 다크호스 <비밀>이 물러난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수목드라마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그동안 칼을 갈며 고정 시청 층을 차분히 다져온 김은숙에게로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상속자들>이 이번에도 동시간대 1위를 놓친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굴욕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돌발악재가 생기지 않는 한 <상속자들>의 동시간대 1위 등극이 예상된다는 사실이다. 시청률이라는 객관적 지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상속자들>이 지금껏 <비밀>에 줄곧 리드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적으로 봤을 때 <상속자들>의 시청률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평균 15%, 수도권 18%까지 치솟은 수준이면 자체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항간에서 <비밀>이 2~3주 더 방송됐다면 역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말이다. 혹독한 비판 속에서도 어찌되었든 꾸준한 상승세를 일궈온 것이다. 특히 강력한 경쟁작이 사라진 지금이라면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김은숙의 뚝심이다. 신인작가의 경쟁작에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했음에도 일관된 필력을 유지하며 틈새의 고정 시청자들을 확실히 포섭하는 것은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과연 방송가가 인정하는 톱클래스 작가다운 실력이다. 김은숙 이름 세 글자가 결코 허명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민호-박신혜-김우빈의 삼각관계가 심화되며 극의 갈등구조가 한층 강화된 것도 기대를 모으는 요소다. 캐릭터 설명부터 시작해야 하는 신작 <예쁜남자>와 이미 승기가 꺾인 <메디컬 탑팀>에 비해 <상속자들>의 이야기구조는 이미 어느 정도의 궤도를 타고 올라간 상태다. 선점 효과를 누리기에 이 보다 충분한 조건은 없어 보인다.

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메디컬 탑팀>은 몰라도 <비밀>의 성공을 이어가겠다며 벼르고 있는 <예쁜남자>는 견제 대상이다. 천계영 작가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청춘스타 장근석을 비롯해 아이유, 이장우 등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예쁜남자>의 작가 유영아는 TV 드라마 쪽에서는 <버디버디> 하나만 쓴 신출내기지만 영화 쪽에서는 잔뼈가 굵은 시나리오 작가다. 그는 <소풍><코리아><타워><스파이><파파로티><7번방의 선물> 등의 시나리오 집필과 각색을 맡은 바 있어, 김은숙과의 필력 대결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은숙의 굴욕'을 넘어 '김은숙의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김은숙은 과연 각종 난관을 잘 극복하고 <상속자들>을 통해 다시 한 번 제 이름값을 증명할 수 있을까. 단 한 번도 실패를 몰랐던 흥행 보증수표 김은숙의 '한 수'가 그저 궁금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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