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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트기 전 새벽부터 갯벌로 나가 하루 종일 어민들이 잡은 바지락이 60kg들이 그물에 가득 담겨 있다. 생계수단인 바지락이 마금리 어촌계의 분란을 일으키며 어민들을 양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마금리 어민들의 생계수단인 바지락 동트기 전 새벽부터 갯벌로 나가 하루 종일 어민들이 잡은 바지락이 60kg들이 그물에 가득 담겨 있다. 생계수단인 바지락이 마금리 어촌계의 분란을 일으키며 어민들을 양분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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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계장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비롯해 바지락 어장에 대한 입어 문제 등 그동안 충남 태안군 마금리 어촌계에 내재돼 있던 불협화음이 해결될 단초가 마련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아무개 마금리 어촌계장의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고 어촌계 내에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지고, 최근에는 새벽부터 바지락을 채취하러 나갔다가 경매로 넘기기 위해 경매장으로 들어온 어민들의 바지락을 강제로 가압류 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등 어촌계의 내홍이 절정을 맞고 있는 가운데 열려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번 대화 이전까지 내홍을 겪고 있던 마금리 어촌계는 지난 2011년 4월 마금리 어촌계장 선거를 통해 현 최아무개 어촌계장을 선출한 바 있으나 일부 어촌계원들이 결산총회도 개최하지 않고 선거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 어촌계장의 독단에 반발하는 어민들이 어촌계 내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기존 어촌계와 별개로 활동을 해왔다.

마금리 어촌계의 갈등 국면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난 10월 4일의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마금리 어민들이 바지락 육탄 사수에 나선 이유

새벽부터 바지락을 캐고 경매로 넘기기 위해 뭍으로 들어온 어민들이 바지락을 강제로 가압류하려던 채권자들에 맞서 바지락 사수에 나섰다. 땅에 앉아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은 어민과 채권자다.
▲ 어민과 채권자 새벽부터 바지락을 캐고 경매로 넘기기 위해 뭍으로 들어온 어민들이 바지락을 강제로 가압류하려던 채권자들에 맞서 바지락 사수에 나섰다. 땅에 앉아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은 어민과 채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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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갯벌에) 나와서 바지락 캐고 들어왔는데 밥도 못 먹고 노인네들이 이게 뭐냐."

이른 새벽부터 삶의 현장인 갯벌에서 바지락 채취에 나섰던 어민들이 바지락이 가득 실린 경운기에서 내리지 않고 뙤약볕 아래 바지락을 사수하고 나섰다. 점심도 먹지 못하고 이들 어민들이 경운기에 실린 바지락 사수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10월 4일 자염이 생산되는 국내 유일의 천혜 갯벌인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금리 낭금갯벌 앞. 바지락 어민들을 태우고 바지락 채취에 나섰던 경운기 15대와 트랙터가 일제히 엔진을 멈추었다. 경운기가 멈춘 곳에는 법원의 판결로 마금리 어촌계로부터 채권이 생긴 채권자들과 바지락 어민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마금리어촌계로부터 6억원이 넘는 채권을 바지락으로 받기 위해 찾아 온 채권자들. 법원 집달관까지 대동하고 왔지만 바지락을 끝까지 사수하려는 어민들을 결국 이기지는 못했다.
▲ 어민들이 새벽부터 캐 온 바지락을 가압류하기 위해 찾아온 채권자들 마금리어촌계로부터 6억원이 넘는 채권을 바지락으로 받기 위해 찾아 온 채권자들. 법원 집달관까지 대동하고 왔지만 바지락을 끝까지 사수하려는 어민들을 결국 이기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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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채권자들은 바지락 상인 등이 포함된 자들로 마금리 어촌계의 파행 운행으로 생긴 6억5000만 원 상당의 채권을 받기 위해 이날 바지락을 캐고 들어오던 마금리 어촌계 소속 어민들의 바지락을 가압류하기 위해 막아섰고, 어민들은 바지락을 절대 내줄 수 없다며 경운기 엔진을 멈추고 뙤약볕 속에서도 경운기에 실린 바지락을 깔고 앉고 사수에 나선 것이다.

특히, 어민들은 최아무개 어촌계장의 잘못으로 생긴 채권을 왜 어민들이 갚아야 하느냐며 책임의 화살을 어촌계장에게 돌렸다.

사실 이날 소란이 벌어진 마금리 어촌계는 벌써 수년전부터 어촌계 내분으로 어촌계 자체가 양분된 상태로, 현 어촌계장을 중심으로 한 어촌계와 어촌계장의 비도덕성을 꼬집으며 반발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의 두 파로 나누어져 장기간 갈등을 겪으며 어촌계가 파행 운영되고 있다.

이에 대부분이 비대위 소속인 이들 바지락 어민들은 "왜 어촌계에게는 가압류를 하지 않고 바지락 어민(비대위)에게만 가압류를 집행하느냐"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바지락을 캐고 들어온 어민들은 절대 바지락을 내어줄 수 없다며 채권자들과 대치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바지락을 경운기에서 내리지 않으면 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사실에 어민들이 경운기에 실린 바지락을 육탄으로 사수하고 있다.
▲ 바지락 사수에 나선 어민들 바지락을 경운기에서 내리지 않으면 법을 집행할 수 없다는 사실에 어민들이 경운기에 실린 바지락을 육탄으로 사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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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측 어민 김아무개씨는 "채권자들이 몰려와 새벽부터 캐 온 바지락을 강제로 빼앗으려 해 어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한 뒤 "경운기에서 바지락을 내리지만 않으면 가압류를 집행할 수 없어 어민들이 바지락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촌계장은 본인이 일은 다 벌려놓고 현장에는 나타나지도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하여 이 어민은 "마금리 어촌계 회관도 경매로 나왔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마금리 어촌계의 최대 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어민 이외에도 장시간 뙤약볕에서 바지락 사수에 나서던 다른 어민들도 "현 어촌계장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낭금갯벌 인근 대치 현장에서 만난 경찰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마금리 어촌계로 났기 때문에 채권자와 법원 입장에서는 마금리 어촌계가 어촌계와 비대위로 양분이 된 사실과는 별개로 마금리 어촌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비대위 측은 왜 우리에게만 바지락을 빼앗아가는 등 권리를 행사하느냐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비대위도 마금리 어촌계 소속으로 보고 법을 집행할 수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자들과 함께 대동한 법원 집달관은 기자와 만나 "마금리 어촌계가 채권자들에게 진 원금만 6억5000만 원 정도 된다"며 "채권자 신청에 의해 판결문에 따라 집행할 뿐 어촌계가 얼마를 갚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집달관은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바지락 어민들은 가압류에 불만도 있고, 우리들이 쓴 것도 아닌데 갚을 수 없다며 특히 어촌계장을 더 이상은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어촌계장측은 우리는 갚고 있는데 (비대위측에서는) 갚지 않는다는 입장"이라며 "하지만 법원에서는 마금리 어촌계를 상대로 가압류하는 입장이어서 어촌계건 비대위건 같은 어촌계로 보고 압류를 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바지락을 두고 채권자와 어민간의 장시간 대치는 법적으로 가압류를 집행할 수 있는 시간인 오후 6시를 넘기면서 일단락된 것으로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처럼 마금리 어촌계는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을 통해 잘잘못이 가려질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자들에게 6억 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된 이후부터 어민들의 비난의 화살은 어촌계로, 특히 언제 또 가압류될지 모르는 불안함 때문에 마음놓고 바지락을 잡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화창구 없이 서로 간에 불만만 내재한 채 대면해서도 원색적인 비난만 쏟아대던 양 측의 대표자들이 경찰·행정당국 등과 함께 한 자리에 모였으니 대화의 내용이야 어찌됐든 모임 자체가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

평행선을 달리던 갈등 주체들의 첫 만남... 갈등 해소 전기 마련될 듯

지난 7일 근흥면사무소 회의실. 이 자리에는 군·면 공무원을 비롯해 서산경찰·태안해경·서산수협 등의 이해기관과 특히 그동안 갈등관계에 놓여있던 마금리 어촌계와 비대위측 어민 각 3명씩이 참석해 얼굴을 마주했다. 사법·행정 차원을 뛰어넘는 의미있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그동안 옆에서 갈등국면을 지켜보던 신현국 근흥면장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날 이해관계인들의 대면은 그동안 대화창구 조차 없어 합의점을 도출하지도 못하고 평행선을 달리던 어촌계와 비대위측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으로도 기대되고 있다.

이번 대화가 성사되는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신현국 면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어촌계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법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지금 당장은 앞으로 어민들의 생계와 연계되는 바지락을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 태안해경에 제안해 어촌계장·비대위원장 등이 모여서 논의를 하자고 해서 마련된 것"이라며 "이번 논의에서는 과거를 잊고 앞으로의 대책을 강구하자는 것으로 이번에는 대표자들만 모여서 논의를 하게 됐다"고 모임의 취지를 밝혔다.

신 면장은 또 "어민들이 바지락 조업을 하지 못하면 하루에 어촌계 전체로는 2000만 원 정도가 손해를 보는데, 그동안 행정에서 너무 무관심한 게 아니냐는 주민들의 불만이 있어 근흥면에서 제안하게 된 것"이라며 "오늘 대화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게 다 결정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의 앙금이 다 풀어질 수는 없지만 자주 만나다보면 아무래도 해결책이 모색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마금리 어촌계의 갈등을 해결해 줄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는 이날 대화의 자리에 참석했던 한 공무원은 "마금리 어촌계는 비대위측과 어장 관련 불협화음, 리더자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면서 2~3년간 정상적인 조업을 하지 못했다"며 "그동안 대화창구 자체가 마련되지 못해 다툼과 법정 논쟁만 하고 있었는데 사법과 행정차원을 뛰어 넘어 경찰과 행정관서, 주민이 갈등을 해소하고자 자리를 함께 한 것에 의미가 있고, 주민 총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부분적으로 조업을 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공무원은 "마금리 어촌계가 그동안 본인측의 의사만을 관철시키려는 일방적인 대화였다면 이번엔 원색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갈등 국면 해소를 위한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며 "다른 어촌계들도 갈등을 겪고 있는 사례가 있는데 이번 마금리 어촌계의 만남이 다른 어촌계들에게도 촉매제가 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까지 입어권을 놓고 갈등을 겪었던 마금리 어촌계는 이번 대화 이후 올해 연말 또는 연초 총회 전까지 입어 통제 등을 하지 않도록 잠정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향후 총회를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화가 갈등 국면을 넘어 주민 화합의 계기로까지 승화되면 좋겠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덧붙이는 글 | 태안신문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태그:#마금리어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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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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