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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개봉한 손예진 주연의 스릴러 <공범>(감독 국동석)이 150만 관객을 넘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통계) CJ 제공/배급 작품으로 기대를 모은 것에 비해선 별로지만 말이다. 스릴러는 통한다는 정설이 또한번 입증된 것이면서 한편으로는 스릴러도 조금은 바뀔 필요가 있음을 말해주는 관객수다. 충무로 신예 감독들의 최근 스릴러들(<내가 살인범이다> <몽타주> <숨바꼭질> <공범>)을 돌아보면서 요즘 한국 관객의 취향을 가늠해보자. 

국내 극장가에 '반전 신드롬'을 몰고 온 <식스 센스>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사실상 국내 극장가에 반전의 재미를 퍼뜨린 '주범'이다. 이후 많은 한국 영화들이 이 영화만큼의 반전을 주고 싶어했지만 여전히 그 '신화'는 깨지지 않고 있다.

▲ 국내 극장가에 '반전 신드롬'을 몰고 온 <식스 센스>의 한 장면. 이 영화는 사실상 국내 극장가에 반전의 재미를 퍼뜨린 '주범'이다. 이후 많은 한국 영화들이 이 영화만큼의 반전을 주고 싶어했지만 여전히 그 '신화'는 깨지지 않고 있다. ⓒ Hollywood Pictures


요즘 관객에게 반전은 크게 중요치 않다

우선 반전에 대해서. 반전은 최근 한국 스릴러에 꼭 들어있는 요소다. <식스 센스>의 대성공으로 국내 관객들의 반전에 대한 취향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요즘의 한국 스릴러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네 작품중 가장 반전을 잘 감췄던 영화는 <내가 살인범이다>였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내가 살인범이다>가 그럴 수 있었던건 이런 반전 스릴러에서 빠지기 쉬운 맥거핀의 적절한 활용을 가장 잘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네 작품 중 제일 많은 관객수를 모은건 <숨바꼭질>이었다. 관객이 반전을 눈치채는 용이도적인 면에 있어서 <숨바꼭질>의 다소 실소를 자아낸 반전은 <몽타주>의 다소 서툰 반전과 함께 공동 2위지만(1위는 <공범>의 어렵지않게 알 수 있는 반전이다. 이 순위가 높을수록 반전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흥행은 가장 잘 되었다.

다른 세 작품에 비해 유독 티켓 파워가 큰 배우가 나온 것도, 각본이나 연출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것도 아닌 <숨바꼭질>의 성공은 한국 관객들이 한국 스릴러에서 더이상 반전을 크게 중시하지는 않는다는걸 방증한다. 반전은 잘해야 본전이 되었다. 잘 숨겨도 관객에겐 그저 영화의 한 요소일 뿐인 것이다. 앞으로 이런 스릴러를 만들 이들은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올해 560만 관객(영진위 전산망 통계)을 넘긴 <숨바꼭질>의 한 장면.  <숨바꼭질>의 예상치못한 흥행은 스릴러 영화에서 반전보다 중요한게 있다는걸 알게해주었다.

▲ 올해 560만 관객(영진위 전산망 통계)을 넘긴 <숨바꼭질>의 한 장면. <숨바꼭질>의 예상치못한 흥행은 스릴러 영화에서 반전보다 중요한게 있다는걸 알게해주었다. ⓒ 스튜디오드림캡쳐


요즘 관객은 '반전'보다는 친근한 '생활적 발상'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요즘 관객들은 어떤 스릴러 영활 선호할까. 흥행이 전부는 아니지만 <숨바꼭질>의 성공에서 알 수 있는건 이런 한국 스릴러에서 반전보다 중요한게 있다는 점이다. 기자의 분석에 의하면 그건 바로 '친근한 생활적 발상'이다.

<숨바꼭질>이 예상밖의 흥행을 한데에는 '부동산 스릴러'라는 새로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집에 불청객이 침입한다'라는 친근한 생활적 발상은 많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다른 세 작품도 관객들에게 친근한 소재였지만, <숨바꼭질>은 더욱 관객들에게 와닿는 내용이었고 그것이 진정 새롭기도 했다.

물론 그런 친근한 생활적 발상을 잘 소재화한데다 스릴러와 호러를 오가는 연출과 '숨바꼭질 놀이'를 끌어다 쓴 오리지널 시나리오, 손현주와 전미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호연에 재치있는 배경음악까지 더해 한 편의 영화로 완성해낸게 관객들에게 재미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에 개봉했던 <내가 살인범이다>의 한 장면. 이 영화가 '공소시효 스릴러'의 시작은 아니지만, 작년에 개봉한 신예 감독의 작품치고는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 작년에 개봉했던 <내가 살인범이다>의 한 장면. 이 영화가 '공소시효 스릴러'의 시작은 아니지만, 작년에 개봉한 신예 감독의 작품치고는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들었던 작품이다. ⓒ (주)다세포클럽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공소시효 스릴러'는 이제 그만!  

한편 네 작품중 세 작품(몽타주, 내가 살인범이다, 공범)이 '공소시효'를 하나의 중요 소재로 썼다. 국내의 형법상 공소시효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아동 유괴 및 살인 등 중범죄를 사실상 처벌하지 못하게 되어있어, 개정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곤 했다.

공소시효는 이런 스릴러들에서 주인공의 분노를 사고(몽타주), 주인공에게 기쁨을 주고(공범),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게하는 동인이 되었다(내가 살인범이다). 세 작품에서 공소시효는, 없으면 영화가 이어지기 어려울 정도로 핵심적 요소였는데 결국 관객들은 공소시효를 노골적으로 다루지 않은 <숨바꼭질>을 제일 좋아했다.

이른바 '공소시효 스릴러'가 더이상 관객들에게 새로움을 주지 못한다는 소리다. <도가니>의 성공 이후 영화가 사회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에 기대해 공소시효 제도가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 '공소시효 스릴러'를 유행하게 한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은 <도가니>만큼 크지 않았다.

당연히 이게 공소시효를 중요한 요소로 다뤄서만은 아니겠지만, 여기서도 관객의 취향을 파악해 볼 수 있다. 관객들은 스릴러 영화가 스릴러라는 장르에 충실한 새로움과 재미를 주길 바란다. 또한 영화로 세상을 바꾸려하는 것보다 세상을 다르게 보길 바란다는 것이다. 향후 제작될 한국 스릴러 영화들은 관객의 지난 취향에 기대기보다, 그동안 관객이 보고싶었지만 보지못했던 창의적인 것을 제시해주는 쪽으로 완성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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