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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현수막이 우리의 시선을 뺏는다. 해질 무렵, 오토바이를 탄 한 사람이 재빠른 솜씨로 현수막을 전봇대에 매달고는 다시 이동한다. 대출이나 피트니스 관련 현수막이다. 이들이 단 현수막은 아침이면 다시 걷히고 또다시 밤에 등장한다. 이러한 주기를 파악한 단속 공무원들은 차량으로 이동하며 이들이 설치하고 간 현수막을 다시 수거한다. 거는 자와 내리는 자, 쫓기는 자와 쫓는 자의 현장.

1회용 커피용기나 혹은 음료수캔 등 다양한 용기들이 여기저리 버려져 있는  버스정류장에 소형가전이나 재활용품을 폐기할 수 있는 수거함이 설치되어 눈길을 끈다. 마포구청은 최근 폐현수막을 활용하여 재활용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수거함을 설치했다.
▲ 홍대입구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재활용쓰레기 수거함 1회용 커피용기나 혹은 음료수캔 등 다양한 용기들이 여기저리 버려져 있는 버스정류장에 소형가전이나 재활용품을 폐기할 수 있는 수거함이 설치되어 눈길을 끈다. 마포구청은 최근 폐현수막을 활용하여 재활용쓰레기를 담을 수 있는 수거함을 설치했다.
ⓒ 길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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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수막 광고를 통해 사람을 모집하고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과 거리의 풍경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할 관공서의 공무원들 간 '숨바꼭질'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관공서에서 공식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곳을 두기도 하지만 비용이 들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영세사업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사업을 알리려 이곳 저곳에 현수막을 걸고 다닌다.

이렇게 수거한 현수막들은 최근 사회적 기업들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 여러 용도로 쓰인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보면 사회적인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기업 이미지 광고
▲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의옥외광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기업 이미지 광고
ⓒ 길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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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하를 배경으로 하여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한국관광공사의 입체조형물은 길을 지나는 이에게 여행길로 들어가고 싶은 느낌을 전한다.
▲ 한국관광공사의 옥외 조형물 우리나라 산하를 배경으로 하여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는 이의 모습을 형상화한 한국관광공사의 입체조형물은 길을 지나는 이에게 여행길로 들어가고 싶은 느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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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의 행사를 알리는 광고를 넣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담아 눈길을 끈다.
▲ 지하철 동대입구역 근방 파라다이스그룹의 외벽 입체이미지 조형물 자사의 행사를 알리는 광고를 넣기도 하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담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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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태에 반해, 자신들의 공간을 시민들을 위한 좋은 문구로 선물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광화문 교보생명 빌딩의 건물 외벽에 붙은 광고판이다. 오랜 기간 책 속 밑줄 한 줄을 긋듯 계절마다 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 하나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각자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이 기업은 그 공간을 자신들의 상업적 문구로 쓸 수 있지만, 그것을 버림으로써 역으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린다.

최근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좋은 시도를 하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선한 일이다. 서울시청의 외벽도 시민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대형걸개가 걸렸다. 우리은행 본사가 있는 건물 외벽에도 교보생명의 광고 메시지와 유사한 그림이 걸렸다. 행인의 발걸음을 즐겁게 한다.

명동은 어떨까. 이곳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이러한 공간들은 온통 판촉을 알리는 상업적인 메시지만 있다. 기업들이 '세일 문구' 대신 우리 문화를 알리는 공익적 광고를 해 좋은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장기적인 이익이 예상된다. 연중 얼마 동안은 이들 공간을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하게끔 규제하는 건 어떨까.

경쟁시대에 더 많은 매출을 끌어오기 위한 생각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인 매출을 위한 생각의 전환이 아쉽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 자주 접하는 혹은 그냥 지나치는 것들, 우리가 길에서 마주할 수 있는 오래된 디자인 혹은 익숙한 것들을 다시 찾아 짚어보는 기회를 통해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태그:#디자인, #현수막,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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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마주하는 우리의 일상 풍경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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