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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상에서의 저녁 식사

후에의 선상 레스토랑
 후에의 선상 레스토랑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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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시내로 돌아온 우리는 호텔로 간다. 시내 중심가에 있는 호텔로 주변 전망이 좋다. 앞으로 흐엉강과 황궁이 보이고, 뒤로 축구장과 누이(Nhu Y)강이 보인다. 우리는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저녁은 흐엉강변의 선상 레스토랑에 마련되어 있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며 건물에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연꽃 모양의 레스토랑이 강에 떠 있다. 우리는 3층 옥상에 마련된 자리로 올라간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낮 동안 황궁과 황릉을 보면서 흘렸던 땀이 쏙 들어간다. 베트남은 낮에는 덥지만 밤은 쾌적한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밤에 나온다. 3층은 옥상으로 파라솔을 치고 그 아래 식탁을 마련해 놓았다.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눠 두 개의 긴 식탁에 앉는다. 곧 이어 음식이 나온다. 동양식과 서양식이 결합된 퓨전이다. 밥과 국 그리고 두부와 새우 등은 동양식이다. 감자 튀김과 햄버거 스테이크는 서양식이다. 두 가지 다 우리 입맛에 맞는다.

프랑스령 인도차이나(1913)
 프랑스령 인도차이나(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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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은 동양적인 바탕 위에 서양적인 방식을 수용해 살고 있다. 그들은 먼저 인도로부터 힌두교를 받아들였고, 나중에 중국으로부터 한자와 불교문화를 받아들였다. 지난 2000년간 그들이 수용한 외래문화의 축이 인도로부터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은 종교적인 면에서는 인도와, 정치적인 면에서는 중국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 왔다.

그러나 1600년대 이후 서양의 제국주의가 동양으로 밀려들면서 베트남은 이들과 교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포르투갈로부터 기독교를 수용했고, 점차 무역규모도 커지게 되었다. 그 후 네덜란드, 영국이 가세했고, 1800년대 들어 프랑스가 베트남에 대해 독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프랑스는 1858년 결국 베트남과 식민전쟁을 벌였고, 1884년 중국과 맺은 텐진(天津)조약을 통해 베트남을 완전히 식민지화 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1887년부터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제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강변 야시장을 따라 한 바퀴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인 그림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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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강변을 따라 야시장을 한 바퀴 돌기로 한다. 그동안 많이 어두워졌고, 푸추안 다리에도 조명이 화려하게 비치고 있다. 야시장에는 베트남 사람을 위한 생필품과 관광객을 위한 기념품이 많다. 대부분 천막이나 좌판 형태다. 천막이 고정 상가라면 좌판은 임시 상가다. 좌판에서는 먹거리와 값싼 기념품이 팔리고, 천막에서는 예술성이 가미된 기념품과 생필품이 팔리고 있다.

그 중 인상적인 그림이 보인다. 수채화와 유화의 기법을 혼합한 풍속화다. 아오자이를 입고 삿갓을 쓴 여인들이 물지게를 지고 가는 모습이다. 아오자이와 뾰족 삿갓은 역시 베트남을 상징하는 의상이고 모자다. 야시장을 구경한 다음 우리는 호텔로 돌아온다. 길가로는 후에의 밤을 즐기는 관광객이 많다. 노천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조금 늦게 저녁을 먹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리고 맥주나 차를 마시며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곳은 호이안과 마찬가지로 외국관광객이 많은 편이다. 영국의 맨체스터에서 온 젊은 부부를 잠깐 만나기도 했다.

길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관광객들
 길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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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에서의 야경을 실컷 즐기고 호텔로 돌아왔는데도 오후 9시 밖에 되질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베트남 여행은 여유가 있다. 생각해 보니 차량 이동시간이 적어서다. 유럽이나 중국여행의 경우, 차를 하루에 짧게는 두세 시간 길게는 일곱 여덟 시간을 타야 한다. 그런데 베트남에서는 길어야 두세 시간 차를 타기 때문이다. 다낭에서 후에까지는 100㎞도 안 되는 거리로 2시간 반이면 갈 수 있다. 베트남 중부에는 중요한 문화유산이 가까이 있어 여유 있게 관광하기에 정말 좋다.   

비 때문에 보이고 생각난 문화 이야기

비오는 날 시장에 보이는 미원 광고판
 비오는 날 시장에 보이는 미원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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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온다. 그 동안 날씨가 좋았는데 조금 걱정이다. 우비를 하나씩 준비하고 차에 오른다. 오전 9시 버스는 다낭의 바나산(Bà Nà Mountains)을 향해 여유있게 출발한다. 중간에 하이번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 바나산을 구경할 예정이다. 버스는 후에 시내를 달려간다. 우비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는 비가 오는 날 오토바이 운행을 거의 안 하는데, 이들은 그렇지 않다. 몸과 오토바이를 우비로 완전히 감싸고 잘도 달린다. 그것은 오토바이가 이들의 생업수단이기 때문이다.

길가에 있는 가게와 시장의 대형 간판을 보다가 Miwon 광고판을 보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70년대 즐겨먹던 그 조미료가 이곳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 동남아에서는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이처럼 조미료를 넣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비싼 재료를 사용할 수 없으니 생겨난 현상이다. 과거 미국이나 일본의 유행이 이삼십년 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면, 이제 우리의 유행이 이삼십년 후 동남아로 전해지는 것이다. 지금 음식, 화장품, 아파트, K-Pop 등 한국의 문화가 베트남 사회에 퍼져 나가고 있다.

하이번 터널 입구
 하이번 터널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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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이제 바닷가를 지나 하이번 고개로 접어든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개를 넘지 않고 터널로 지나가려고 한다. 그것은 올 때와는 다른 길로 가는 의미도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이번 터널(Hải Vân Tunnel)은 2005년 6월 개통되었다. 길이가 6.28㎞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긴 터널이다. 이 터널은 1998년 일본과 미국 회사에 의해 설계되었고, 2000-2005년 일본의 하자마-시엔코 6, 한국의 동아건설, 베트남의 송다 건설 합작으로 시공되었다. 그래서인지 터널 입구 터널 표지석에 베트남과 일본 국기가 새겨져 있다.

이 터널로 인해 후에와 다낭 사이의 거리가 20㎞는 줄어들었고, 차량의 운행 시간도 30분 이상 단축되었다. 하이번 터널은 자동차 전용도로기 때문에 오토바이, 자전거, 사람의 통행이 제한된다. 그러나 2006년 11월 새로운 셔틀 서비스가 시행되면서 이들의 통행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이들이 직접 터널을 지나가는 것이 아니고, 대형 트럭에 실려 넘어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자동차와 소형 버스의 터널 통행료가 25,000VND라면, 오토바이는 12,000VND 자전거는 5,000VND 사람은 3,000VND의 통행료를 받는다. 재미있는 운송방식이고 사업방식이다. 

하이번 휴게소의 점심 식사

메콩 하이번 휴게소
 메콩 하이번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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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으니 왼쪽으로 다낭만이 보인다. 우리는 하이번 고개를 조금 내려가다가 휴게소로 들어간다. 휴게소의 이름은 메콩 하이번이다. 비는 여전하다. 안으로 들어가니 베트남의 전통가옥이 우릴 반긴다. 점심은 휴게소 정원의 방갈로에 마련되어 있다. 오로지 우리 팀을 위해 상을 차리고, 종업원들이 음식을 서빙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방갈로 밖으로는 차분하게 비가 내리고, 식탁에는 신선한 음식과 따뜻한 밥 그리고 탕이 준비되어 있으니 마치 우리가 선계에 와 있는 느낌이다.

비 오는 날 이렇게 분위기가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가이드가 비가 와서 좋다고 한 이유를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음식을 하나씩 음미하며 천천히 먹는다. 음식은 꼭 베트남식이기 보다는 관광객을 위한 퓨전식이었다. 우리는 음식과 함께 맥주도 한 잔씩 마시고 사진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휴게소 주변은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다. 가금류도 기르고, 전통가옥도 만들어 놓고, 나무와 숲도 잘 가꾸어 놓았다.

하이번 휴게소의 점심
 하이번 휴게소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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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베트남의 전통 가옥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지붕은 짚으로 해 이었고, 내부는 현대식을 가미했다. 안쪽으로는 기둥을, 바깥쪽으로는 벽돌과 콘크리트를 사용해 삶의 편리성을 고려했다. 이곳에는 그들이 사용하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다. 대나무가 흔해선지 죽세공품이 많다. 이곳에는 또한 기념품 가게도 있다. 늘 보아 오던 것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렇지만 다른 데 비해 조금 더 고급이고 값도 나가는 편이다. 베트남에서 OEM으로 만드는 유명회사 가방도 있다.

바나산 가는 길

바나산 케이블카 정류장
 바나산 케이블카 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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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1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쿠데강(Sóng Cu De)을 건너고 한참을 더 가 화선(Hòa Sơn)에서 우회전해 TL602도로로 들어간다. 이 길이 바나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런데 중간에 화방(Hòa Vang)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바나산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바나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Đường bộ lên đỉnh Bà Nà)이다. 그렇다면 이 길은 해발 1,485m의 바나산 정상 판타지 파크(Phantasy Park)까지 이어진다.

우리 버스는 갈림길에서 우회전해 바나산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향해 간다. 잠시 후 바나산 리조트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는 버스와 승용차가 가득하다. 해변으로 유명한 다낭 지역에서 바나산은 여름 피서지로 조성된 대표적인 산악 휴양지다. 해발이 높고 시원해서 여름이면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해안 지역의 기온이 36℃일 때 바나산 정상의 기온은 15℃에 불과하다. 1500m 가까운 고도차 때문이다.

키에 따른 요금 부과 표지판
 키에 따른 요금 부과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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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조트는 1919년 프랑스 사람들에 의해 건설되었고, 지금도 그들 서방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정류장 쪽으로 간다. 비는 그치지 않았지만 맞아도 될 정도다. 정류장은 꽤 높은 곳에 있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면서 운행하는 케이블카를 볼 수 있다. 케이블에 매달려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승강장 입구에는 재미있는 표지판이 하나 있다. 키가 130㎝ 이상이면 45만VND를 내야하며, 100㎝ 이하면 무료다. 그리고 100-130㎝ 사이는 37만VND를 내야 한다. 우리는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케이블카를 탄다. 


태그:#선상 레스토랑, #야시장, #하이번 터널, #하이번 휴게소, #바나산 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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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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