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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동료인 김아무개(30)씨는 최근 기자에게 "추석연휴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부모님께 드려야할 용돈의 액수도, '혼기가 다 차지 않았느냐'는 친척 어르신들의 잔소리도 아니다. 바로 김씨와 함께 사는 반려견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다.

서울에 거주 중인 김씨는 추석연휴 동안 부모님 댁이 있는 인천에서 머물 예정이다. 그의 반려견도 함께 가면 좋지만, 부모님이 동물 자체를 싫어해 데려가기는 곤란하다. 김씨의 부모님은 처음 그가 반려동물을 키우겠다고 할 때부터 "집에 동물을 들이면 성공을 못 한다"며 목에 핏대를 세우셨다고 한다. 나중에서야 "고양이는 요물이라 안 된다, 차라리 개를 키우라"고 한 발 물러나셨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가 1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데, '추석연휴 동안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향 방문 등으로 집을 비우는 사람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등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는 "우리 집 반려동물을 어디에 맡겨야 할까요" "데려가야 할까요, 아니면 혼자 집에 놓고 가야 할까요" 등의 고민을 털어놓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한다.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 반려인과 동물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연휴를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동물호텔] 어린 강아지·노령견은 동물병원, 활발한 개는 놀이터 있는 호텔

반려동물과 동행하는 대신 동물호텔에 맡기는 방법이 있다. 동물호텔은 주인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임시로 맡아주는 업체다. 개·고양이가 집에서 생활하던 방식에 맞춰 사료를 주고 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준다. 호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동물병원이나 동물카페, 혹은 도시 외곽의 동물훈련소 등이다.

동물병원에서 운영하는 호텔은 주로 병원 안에 마련된 장에 넣어 반려동물들을 관리한다. 이용요금은 서울·수도권 지역 1일 기준 소형견 2만 원, 중형견 3만 원 정도다. 수의사와 간호사들이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수시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방접종이 끝나지 않은 어린 개·고양이나 노령견처럼 집중 관리가 필요한 반려동물의 경우 병원 호텔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반면, 동물병원 호텔은 좁은 실내공간이라는 특성상 대형견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반려동물이 24시간 중 대부분을 장 안에서 지내야하기 때문에 활발한 개·고양이들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수도 있다. 서울 영등포의 한 동물병원은 "지나칠 정도로 짖는다거나 분리불안이 심한 개들은 병원에서 받지 않기도 한다"고 전했다.

집에 홀로 남는 애견을 위한 '반려동물 호텔' 사진은 아이파크백화점 쿨펫 모습.
 집에 홀로 남는 애견을 위한 '반려동물 호텔' 사진은 아이파크백화점 쿨펫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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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카페나 동물보호소에서 운영하는 호텔은 동물병원에 비해 조건이 덜 까다로운 편이다. 이러한 반려견 전용 호텔에는 실내 장과 야외 견사 등 다양한 보호시설이 있어 소형견부터 대형견까지 모두 수용 가능하다.

또 수영장, 훈련실, 놀이터가 있어 개들이 일정 시간 동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호텔 내에 웹카메라를 설치, 반려인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자신의 동물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호텔도 많다. 가격은 서울·수도권 지역 1일 기준 소형견 2만 원, 중형견 3만 원, 대형견 4만 원 정도다.

하지만 여러 반려견들이 모이는 호텔에서는 개들끼리의 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 경기 남양주의 한 동물호텔 운영업자는 "개들이 서열싸움 때문에 작은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반려인이 이 점을 미리 알고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사회성이 없거나 성격이 소심한 개를 맡길 때는 호텔에 미리 알려줘야 그에 맞게 관리를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려묘(猫, 고양이)전용 호텔은 대부분 '독방' 형식으로 운영된다. 고양이는 특성상 밖에 나가는 걸 꺼리고 자기 영역에 대한 개념이 뚜렷하므로, 실내에 고양이만의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서울  도심의 반려묘 호텔 대부분은 방마다 캣타워, 쿠션, 집, 웹카메라 등을 설치했다. 1묘당 1일 2만5000원, 가족묘는 1일 5만 원 정도다.

서울 강서구의 한 반려묘 호텔 대표는 "한 장소에 여러 마리를 넣으면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독립된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방이 그리 많지 않아 이용하기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펫시터] 가정집에서 직접 돌봐... 호텔보다 저렴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올라온 '펫시터' 모집 광고 게시물 내용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올라온 '펫시터' 모집 광고 게시물 내용
ⓒ 인터넷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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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시터(pet sitter, 반려동물 돌봄 도우미)에게 반려동물을 맡기는 방법도 있다. 펫시터는 베이비시터처럼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람이다. 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한두 마리씩 더 맡아서 돌본다. 명절 같은 휴일에만 잠시 돌보는 이들도 있다. 펫시터는 온라인 반려동물 커뮤니티의 '펫시터 모집 광고 게시판' 등을 통해 구할 수 있다.

펫시터들은 보통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가정집에서 반려동물을 돌보기 때문에 호텔처럼 장에 가둬두지 않는 편이다, 호텔에 비해 소규모로 운영되다보니 반려견 산책을 시켜주는 이들도 있다. 자가용으로 직접 동물을 데리고 가기는 이른바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용요금은 반려동물의 크기에 따라 1일당 1만 원~2만 원 정도로, 호텔보다 저렴하다. 펫시터 조은정(36)씨는 "호텔은 사실상 1:1 관리가 어렵지만, 펫시터는 소수로 키우다보니 한 마리 한 마리 공을 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씨는 펫시터에게 반려동물을 맡길 때는 직접 만나 주거지역 상태 등을 꼼꼼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펫시터 피해사례가 종종 올라오기도 한다"며 "펫시터가 책임 있게 반려동물을 돌볼 만한 사람인지, 동물이 있을 공간은 쾌적한지 등을 살펴봐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맡길 때는 동물의 건강상태나 성격, 특이사항 등의 구체적 내용을 관리자에게 전달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는 '멀미약' 챙겨 동행, 고양이는 3~4일 혼자 두는 게 나아


동물호텔이나 펫시터는 금전적인 비용이 든다는 부담이 있다. 마음 먹고 이용하려 해도 이미 예약이 다 찼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반려견의 경우, 하루 이상 집을 비울 때는 데려가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개의 특성상 혼자 오래있으면 극도의 불안을 느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반려견과 동행할 때는 자가용이 가장 낫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소음이 심한 시내버스·지하철보다는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손은필 서울특별시수의사회장은 "모든 동물은 이동 스트레스가 크다"며 "멀미 등을 대비해 동물병원에서 멀미약을 처방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반려묘의 경우, 이동보다는 집에 두는 편이 낫다. 자기 공간을 벗어날 경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3, 4일 정도 비울 때는 물과 사료 등을 충분히 준비해 고양이를 혼자 집에 두면 된다"며 "만일을 대비해 주변 지인에게 '잠깐 집에 들려 물·사료 상태 등을 확인해달라'고 부탁해놓는 방법도 있다"고 전했다.


태그:#반려동물, #반려견, #반려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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