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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문명권에 속한 우리에게 이슬람 문명은 다소 생경한 문화권이다. 이슬람 미술을 접한다는 것은 더욱 그렇다.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은 아바스 왕조인 8세기부터 시작된 천 년 동안의 이슬람 문명 문화예술품 가운데 367점을 쿠웨이트에서 한국으로 공수해 소개한다.

14세기 유리로 만든 꽃병
▲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14세기 유리로 만든 꽃병
ⓒ 알사바 왕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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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명이 그러하듯 주위 문명의 영향을 받지 않은 문명이란 갈라파고스나 혹은 오스트레일리아와 같은 고립된 지형을 갖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이번 알사바 왕실 컬렉션은 외부 문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슬람 예술품을 보여준다.

전시를 둘러보고 소감문을 학교 과제물로 제출해야 하는 심정으로 유물 해설을 자세히 읽다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찾아볼 수 있다. 그건 바로 이슬람이 중국 문물에 심취했다는 것이다. 중국 자기에 심취했던 이슬람 제국 지배자는 자기를 수집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의 자기 제작기법을 모사했다.

중국에서는 흔한 안료가 이슬람에서는 부족한 자원이 될 수도 있기에 똑같은 모사를 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이다. 이에 이슬람의 도예가는 중국의 것을 모방하되 그대로 따라하지 않고 이슬람의 도예 기법을 중국풍 자기 기법에 접목하는 새로운 도예 기법을 창출했다.

하나 더, 이슬람은 동양보다는 비잔틴 제국이라는 서양의 문명과 맞닿기 쉬운 문명권이다. 서양의 그림을 보면 여백의 미를 찾기 힘들다. 여백이 있을 만한 공간에는 다른 장식품이나 배경을 잔뜩 집어넣어 꽉 찬 그림을 보여준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동양의 그림에는 빈 공간이 항상 자리한다. 그림을 그리기 싫어서가 아니라 여백의 미를 강조하기 위한 기법이다.

이슬람의 보물 전시 가운데서 꾸란을 자세히 살펴보면 꾸란 글귀 주변에 문양이나 상징이 하나 가득 있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후기 이슬람으로 접어들면서 이슬람 회화에는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아시아 회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백의 미가 이슬람 회화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화가가 자신을 그린 자화장
▲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화가가 자신을 그린 자화장
ⓒ 알사바 왕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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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바 왕실 컬렉션의 말미에 접어들면 이슬람 미술의 또 다른 면모를 관찰할 수 있다. 이번 알사바 왕실 컬렉션에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무함마드(모하메드)를 그린 이슬람의 회화를 보면 하나같이 그의 얼굴이 흰 보자기로 둘러싸인 채 그려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무함마드의 얼굴을 그려 넣는다는 것 자체가 불경죄에 해당하기에 그의 일대기를 그리는 이슬람 화가들이 무함마드의 초상화를 에둘러 표현한 탓이다. 우상 숭배를 경계한 종교적인 영향도 있다. 하지만 '화가의 초상' 같은 이슬람 회화를 보면 화가 자신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이슬람이 당시 어떠한 세계관을 견지했으며, 이러한 세계관을 아라베스크와 보석 공예, 서예와 카펫 등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했는지 조망할 수 있었다. 향수병에 아로새긴 화려한 장식과 보석은 이슬람 사람들이 얼마만큼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는가를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고, 아라베스크에서 반복적으로 묘사되는 미학은 피보나치 수열과 같은 수리적인 개념을 미적 감각에 얼마만큼 적용했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알사바 왕실 컬렉션은 오는 10월 2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17세기 에메랄드와 루비, 금과 다이아몬드, 수정으로 장식된 향수병
▲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17세기 에메랄드와 루비, 금과 다이아몬드, 수정으로 장식된 향수병
ⓒ 알사바 왕실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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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알사바, #이슬람, #쿠웨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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