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록적인 폭염과 긴 장마를 지나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초가을 날씨에 접어들었다. 올해 여름에는 무더위와 장마에 관련된 뉴스는 많았지만 모기 소식은 비교적 잠잠했다.

한여름 밤 불청객중 하나인 모기. 단잠을 청하려는데 '앵~' 하고 대드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모기와 씨름하지만 결국 잡지 못하고 잠에 드는 경우도 많다. 모기의 존재를 알리는 이 소리는 앞날개의 진동음이다. 모기가 앞날개를 1초에 500~600번을 펄럭여 '앵'(500~600Hz)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이처럼 여름만 되면 모기와 싸우다 지쳐 잠드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올 여름엔 그 출현이 드물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폭염과 긴 장마, 국지성 폭우가 모기 개체 수 감소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그 이유가 날씨에 있었다는 얘기다.

지난 8월 6일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 4월부터 7월 말까지 충남도 3개 지점(논산·당진시·홍성군)에서 채집된 모기 개체 수는 3만2652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6130마리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특히 장마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예년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지만 장마기간에 접어든 지난 7월에는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가 어느 정도 내리면 물이 고인 웅덩이가 생긴다. 그 물웅덩이에 유충이 생기면서부터 모기가 생기지만 올해는 긴 장마와 잦은 집중호우로 인해 모기 알과 유충이 물살에 쓸려 내려가고 모기성충도 비를 피하진 못해 죽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또 올 여름은 1994년 이래 최고의 폭염을 기록할 정도로 무더웠다. 그로 인해 모기들의 산란장소인 물웅덩이가 말라버렸다. 이 때문에 모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져 모기 성충의 생존율이 낮아지면서 모기의 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

모기의 탄생과 그 역할

모기(mosquito)는 알 → 애벌레(유충·장구벌레) → 번데기 → 어른벌레(성충·成蟲) 시기를 거치면서 변화한다. 웅덩이 같은 곳에 고인 구정물에 알을 낳으면 그것들이 이틀도 안 돼 장구벌레(타악기 장구를 닮아 붙은 이름)가 된다. 이는 1~2주 안에 네 번의 허물벗기(탈피)를 통해 곧 번데기로 바뀐다. 이 번데기는 2~3일 지나면 껍질을 벗어 날개를 달고 물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라 성충이 된다.

모기는 2억 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번식의 명수답게 연못이나 하수구처럼 고인 물이 있는 곳에 한 번에 200여 개의 알을 깐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데 25~30°C에서 가장 번식력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을 물면서 말라리아와 일본뇌염·뎅기열 등 치명적인 질병을 옮겨 기피대상 중 하나다.

모기에 물리면 간지러울 뿐만 아니라 잠을 방해하고 질병까지 옮기는 탓에 눈에 띄면 손이 먼저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모기는 생태계의 먹이그물을 얽어나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1000마리가 넘는 장구벌레를 잡아먹고 박쥐나 잠자리 또한 모기 없인 살지 못한다. 인간에겐 성가신 존재지만 생태계를 유지하는 먹이사슬의 한 단계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아직 방심은 '금물'... 전염병 매개 모기, 국내서 발견돼

긴 장마와 뜨거운 폭염으로 인해 모기의 개체 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올 여름엔 모기의 수는 줄었지만 전염병을 옮기는 모기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평균 기온이 높아지면서 뎅기열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흰줄숲모기와 웨스트나일열바이러스(뇌염의 일종)를 옮기는 빨간집모기가 제주에서 속속 발견됐다.

제주대 의과대학 이근화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제주지역의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면서 뎅기열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대 이근화 교수가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제주대 이근화 교수가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 온케이웨더 박선주 기자

관련사진보기


이 교수는 지난 7월 9일 열린 '2013 한·중 환경건강포럼'에서 "1970~2011년 사이의 기온변화를 조사한 결과 서귀포시의 평균기온은 2℃ 가량 올랐고, 제주시는 1.4℃가량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난 2010년 4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제주도 7개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서귀포시 보목동에서 잡힌 흰줄숲모기(뎅기열 매개체)의 유전자 염기서열이 베트남에 서식하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채집된 흰줄숲모기에서 뎅기(Dengue) 바이러스는 나오지 않았다. 뎅기 바이러스 감염으로 나타나는 '뎅기열'은 높은 열을 동반하는 급성 질환으로 주로 열대·아열대 지방에서 모기를 통해 전파된다.

그는 이번에 발견된 흰줄숲모기가 공항이나 항구를 통해 제주에 들어와 살아남은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채집된 흰줄숲모기의 지역별 개체 수는 제주공항(800마리)과 제주항(166마리) 근처가 이외 5곳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근화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베트남 모기에서는 다행히 바이러스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만약 감염된 베트남 모기가 국내로 들어와 사람을 물면 한반도에서도 뎅기열이 발생하고 퍼질 수 있다"며 "이런 변화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세계화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만약 기온이 더 오르고 온실가스 배출도 줄지 않는다면 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작용을 하는 질환들이 더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에서 감염병 매개 모기가 들어와도 기후가 맞지 않아 겨울을 나지 못하고 모두 죽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외래 유입 모기라도 상당 기간 생존하고 이주 지역에서 토착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이 교수 연구팀이 이와 같은 내용으로 발표한 '기후변화·세계화가 모기 매개체에 미치는 영향' 연구 논문은 지난 7월 25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뎅기열, 일본뇌염 등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일단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인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단 뎅기열은 우리나라에 없는 병으로 감염자가 발견된 적은 없다.

뎅기열에 감염되면 해열기 초기에는 얼굴, 목 그리고 가슴 부위에 일시적으로 점상 발진이 발생하고, 발병 3~4일째 사지와 얼굴로 퍼진다. 열이 떨어진 후에도 혈장 누출과 출혈 등이 일어날 수 있고 쇼크가 발생하는 뎅기출혈열이나 뎅기쇼크증후군과 같은 중증 질환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일본뇌염은 백신주사가 있긴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치료법은 없다. 감염에 의해 나타나는 증상은 호흡장애·순환장애·세균감염 등인데 증상 완화를 위한 일반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뎅기열은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뎅기열에 걸리지 않는 최선책이다. 집안에 모기가 발견되면 취침 시 모기장을 사용해 모기를 차단하고, 곤충기피제 등을 이용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기후변화, #모기, #여름철, #장마, #날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내최초 날씨전문 매체 <온케이웨더>: 기상뉴스,기후변화,녹색성장,환경·에너지,재난·재해,날씨경영 관련 뉴스·정보를 제공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