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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텔다머씨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알고 있으면 꼭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샨텔다머씨는 자신과 닮은 사람을 알고 있으면 꼭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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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2년 12월 부산 진구 가야1동 산5번지 소재 가야산 사찰 인근에서 갓 태어난 여자아이가 발견 됐습니다. 당시 불공을 드리려고 사찰을 찾았던 사람이 발견하고 인근 경찰서에 신고를 했습니다. 당시 아이를 진단했던 의사에 따르면, 아이는 생후 약 2주 정도 된 상태였고, 추운 겨울에 약간의 저체온 증상 외에는 건강했다고 합니다.

이후 해운대에 있는 성모보육원에 맡겨진 아이는 약 5년 동안 자랐지만 결국 해외로 입양되어 캐나다인 부모 아래서 지금까지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30대가 된 그녀의 이름은 '샨텔 다머' 입니다. 샨텔은 자신의 모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을 어려서 알게 됐고, 그 때부터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낳아 준 부모에 대한 관심도 동시에 생겼다고 합니다.

캐나다인 부모님의 배려로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자신이 버려졌던 부산의 가야산을 찾고 있습니다. 샨텔은 올 때마다 더해가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 자신을 한국으로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고 합니다.

"아무 기억 없지만 처음 김치 먹었을 때의 충격 잊지 못해요"

자신이 기억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캐나다에서도 어려서는 한 번도 한국인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한국에 대한 기억이 났던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우연히 친구와 함께 한국식당에서 김치를 보자 어렴풋이 자신이 옛날 한국에서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리고 김치를 한 입 먹는 순간 오래전에 먹어본 기억이 났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자신이 한국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하나씩 떠올랐지만 워낙 어릴 때의 기억이라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샨텔은 지난 7월 한국에 와서 이제 9월 초 다시 캐나다로 떠나게 됩니다. 캐나다에서 대학원을 다니며 방송언론을 전공하고 있는 샨텔은 가능하면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자신과 같은 입양아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고 싶다며 몇 명의 입양아들을 인터뷰 중입니다. 서울에서는 올 때마다 자신의 용돈을 벌게 해 주는 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습니다.

팔을 뒤로 젖히면 등의 견갑골이 과하게 튀어나온다며 신체특징을 소개했다
 팔을 뒤로 젖히면 등의 견갑골이 과하게 튀어나온다며 신체특징을 소개했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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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특징이나 습관을 묻는 기자에게 샨텔은 "환절기가 되면 비염이 정말 심해서 약을 달고 살 정도"라며 "이런 체질도 부모를 닮았다면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특히 샨텔은 자신의 양쪽 등뼈가 남들보다 조금 특이하다고 합니다. 어깨를 뒤로 젖히면 양쪽 견갑골 부분이 어깨위로 튀어 나온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물어보니 이런 경우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을 때 매우 힘들게 낳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힘들게 낳았을 어머니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 합니다.

"나를 버린 부모를 절대 원망하지 않고 꼭 만나보고 싶다"

샨텔이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굳이 만나려는 이유는 뭘까? 궁금해 하는 기자에게 샨텔은 담담하게 말합니다.

"나를 낳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에겐 고마운 분들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 당시에는 나를 키우지 못할 정도의 상황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내가 찾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반갑게 만나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분들을 한순간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친부모의 현재 삶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만약 그분들이 나를 만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해도 나는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만이라도 연락을 해 주면 좋겠습니다." 

샨텔이 부모를 찾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건 지난 2002년입니다. 그 후 2007년과 2009년 또 2010년에 이어 올해가 다섯 번째입니다. 올 때마다 샨텔은 부모라고 나서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고 합니다. 심지어 몇 번의 유전자검사도 해 봤지만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 실망도 컸습니다.

1982년 발견 당시 모습, 유일하게 한국에 남아있는 자신의 흔적이다.
 1982년 발견 당시 모습, 유일하게 한국에 남아있는 자신의 흔적이다.
ⓒ 진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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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 당시에 부모의 편지도 없었고, 임시 보육원에서 촬영한 사진도 얼굴만 나와서 입었던 옷가지 색상이나 종류 등도 파악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샨텔은 절대로 부모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 합니다.

"저의 신체 정보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혈액형이 A형입니다. 키는 155cm이며 이마가 넓고 얼굴은 둥글며 긴 편입니다. 눈썹은 약간 날카롭게 위로 올라간 편이고 머리카락도 곱슬이며, 쌍꺼풀은 없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입니다. 그리고 언제 생겼는지 모르지만 오른쪽 다리에도 길이 1.5cm 가량의 일자형 흉터가 6개 남아 있습니다."

"방송국 프로듀서의 꿈, 한국에서 꼭 펼치고 싶어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샨텔은 캐나다 토론토의 라이어슨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 과정에 재학 중입니다. 장래희망이 방송국 프로듀서가 꿈이라는 샨텔은 석사 학위 논문도 한국의 입양아들에 관해 작성하고 단편 다큐멘터리도 만들고 싶다고 합니다.

캐나다에서 학교를 마치면 꼭 한국에 와서 직장을 찾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모국에서 펼치고 싶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이제 며칠 후에는 다시 캐나다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샨텔은 마지막으로 부탁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비록 부모는 못 찾고 돌아가지만, 언제라도 저의 사진을 보시고 닮았다고 생각되거나 가족이라고 느껴진다면 연락을 부탁합니다. 내년에 다시 한국에 올 계획이기 때문에 언제라도 연락을 해 주시면 영상으로라도 연락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에게 영상으로 다음과 같이 인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저는 너무 설렙니다. 한국에 올 때마다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지만 언젠가는 꼭 찾을 것을 믿습니다. 저 때문에 미안해 하지 마시고 꼭 연락을 해 주세요. 그리고 저를 낳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 샨텔 다머씨와 닮았거나 닮은 분을 아시면 기자의 메일이나 쪽지로 제보를 부탁합니다.



태그:#입양아, #샨텔 다머, #영아입양, #부산보육원,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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