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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낸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전 상임대표는 육군사관학교가 발표한 '육사 제도·문화 일대혁신 추진방안'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낸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전 상임대표는 육군사관학교가 발표한 '육사 제도·문화 일대혁신 추진방안'에 대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김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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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도 생활을 더욱 옭죄는 방식의 혁신안으로는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어도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생도의 자부심이 결여되면 윤리적 자기통제가 해이해진다. 문제는 이런 자부심을 어떻게 갖게 할 건가인데, 친일 전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을 영웅으로 만들려는 군 수뇌부가 있는 한 육사개혁은 아주 먼 나라 얘기다."

육군본부 정훈감을 지냈던 표명렬(75·육사 18기) 평화재향군인회 전 상임대표는 지난 26일 육군사관학교(아래 육사)가 발표한 '육사 제도·문화 일대혁신 추진방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표 전 대표는 "생도 훈육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자부심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되니 오로지 출세와 돈, 절제되지 않은 본능적 욕구충족 등 천박한 형태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생도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군의 정통성과 정체성 정립부터 바로 해야 한다"면서 "국군의 날부터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지난 28일 표 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최근 연이은 육사생도의 일탈행위가 있었다.
"가슴 아픈 일이다. 군의 정예간부를 육성하는 육사의 훈육이 얼마나 잘못돼 있으면 이런 사건이 줄이어 발생하고 있는지, 국민들의 우려와 실망이 정말 크다. 이는 육사와 훈육관들, 그리고 생도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체 간부단 의식구조와 정신상태의 현주소를 설명하는 상징적 사건이라 볼 수 있다. 간부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변화되어야 군대가 달라진다. 이는 군대 개혁의 핵심 문제다."

- 생도훈육의 결정적 문제가 무엇이라 진단하는가.
"사관생도 신조인 '안이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벽에만 붙어 있을 뿐이다. 높은 자부심을 견지함으로써 이 같은 신조를 신념화해 도덕적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훈육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자부심이 없는 것이다. 자부심이 결여되어 있으면 윤리적 자기통제가 해이해진다. 오로지 출세와 돈, 절제되지 않는 본능적 저급한 욕구충족 등 천박한 행태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대한민국 국군과 육군사관학교의 역사적 정통성 및 정체성에 대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내면화할 수 있는데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항일의병전쟁과 대일자주독립전쟁의 전통 및 정신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지 않는 것이 문제다. 대일무장투쟁의 간부를 양성했던 신흥무관학교가 육군사관학교의 전신이라는 자랑스러운 진실이 생도들 의식 속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니 사관생도의 비전과 꿈, 존재 이유가 지극히 유치한 수준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등 일부 육사 출신들이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점도 문제 아닌가.
"물론이다. 아무리 바람직하게 훈육되었다 하더라도 육사 출신 선배들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부정적으로 형성되어 있다면 생도들이 어떻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12·12 군사반란, 5·18 광주학살 등 일부 육사 출신 간부들이 주동하여 저지른 반역의 역사를 과감히 정리해서 떨쳐버려야 한다. 군이 반민족 친일세력과 반민주 독재세력의 볼모에서 벗어나 제정신을 차려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군 개혁이 이루어지게 되고 간부들의 자부심이 드높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요원하다. 그들이 기득권의 철옹성을 쌓아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 국군의 정체성과 정통성에 대한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는데.
"6·25 당시 국군이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한다며 국군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함축설명하는 '국군의 날'을 10월 1일로 하고 있으니 국군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해서 어떤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꾸어야 한다. 이것 하나만 바로 고쳐 정상화해도 국군의 모습과 장병들의 눈빛이 확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는 국군의 정신사 속에서 도외시되고 있는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김좌진, 홍범도 장군 등을 가슴속 깊이 새기고 본받아 민족을 위한 자기희생의 고결한 역사의식을 갖춰가게 될 것이다.

국군의 정체성이 마치 6·25 전쟁에 있는 것처럼, 국군의 효시가 국방경비대에 있는 것처럼 얼버무려 억지 교육을 하고 있으니 간부들은 진급에 연연하여 정권과 상관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안일함과 쾌락의 천박함에 탐닉, 매몰되기 쉽다. 이것이 바로 사관생도 일탈행위의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자부심 높은 군대는 인간에 대한 애정과 윤리의식이 강하다. 정의감이 강하다. 전장에서 부녀자를 겁탈하거나 민간인을 학살하지 않는다. 노획한 금덩이를 자기 배낭에 넣지 않는다. 군은 하루빨리 극단적 권위주의에 찌들어 있는 구 일본군대 문화에서 탈피해서 강한 민족의식으로 무장한 자부심 높은 필승의 국군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 지난 26일 육사가 육사 제도·문화 일대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사관학교 조직은 2개 부분으로 나뉜다. 학사 자격을 부여하는 학문을 담당하는 교수부와 군 지도자로서 인격과 품성 그리고 가치관을 갖추도록 훈육하는 생도대가 있다. 전자는 인지적 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로서 여느 대학이나 마찬가지다. 교수들의 자세가 생도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지만,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도대는 정의적(情誼的)인 교육을 전담하는 부서로서 생도들에게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철학과 신념을 불어 넣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인사관리의 특성상 이런 막중한 업무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있는 편이다. 훈육관들은 자신의 진급을 위해서 한 부대에 오랫동안 머물러 근무할 수 없고 전후방 교류와 순환보직 등 경력 관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나그네 같이 들렸다가 그냥 지나가는 객처럼 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 군에서는 육사 생도훈육제도를 철저히 개혁하겠다고 요란하다. 어떤 형의 간부를 육성하겠다고 하는 것이 구두선에 끝나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고 방법상의 문제다.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자부심 강한 바람직한 의식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알맹이가 중요하다. 이에 대한 확고한 개념정립의 개혁이 이루어진 연후에 훈육관들이 고도의 전문성을 가지고 책임감 있게 업무에 정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이 갖추어져야 한다. 생도훈육관도 교수부 교수들처럼 전문화 인사 관리되어야 한다. 사관생도 훈육에 일생을 바쳐 헌신할 수 있는 철학과 신념, 그리고 인격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엄선해서 다른 부대로 전·출입되지 않고 영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계급 및 근속 정년제를 철폐해야 한다."


태그:#표명렬, #육사 혁신안, #육사 생도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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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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