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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이임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위해 밖으로 나온 양건 감사원장이 잠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 허공 쳐다보는 양건 감사원장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이임식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위해 밖으로 나온 양건 감사원장이 잠시 허공을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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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이 갑작스런 사퇴 배경에 청와대 등 권력 핵심부와 갈등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양 원장은 26일 감사원 강당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이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양 원장은 사퇴 배경으로 거론되는 감사위원 인사를 둘러싼 청와대와 갈등, 4대강 공사 감사 방향에 대한 이견 등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팎의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역부족을 절감한다", "독립성을 저버리는 것은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라고 언급해 감사원장 재임 기간 동안 청와대와 적지 않은 갈등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양 원장은 "정부 교체와 상관 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 왔다"며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에게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감사 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양 원장은 끝으로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께 맡기고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겁다"며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이임식을 마친 양건 감사원장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하고 승용차에 타고 있다.
▲ 감사원 떠나는 양건 감사원장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이임식을 마친 양건 감사원장이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하고 승용차에 타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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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 감사원장이 이임사를 마친 뒤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양건 감사원장이 이임사를 마친 뒤 안경을 매만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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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양건 감사원장 이임사 전문이다.

오늘 감사원을 떠납니다. 지난 2년 수개월간 함께 수고하신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정부 교체와 상관없이 헌법이 보장한 임기 동안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그 자체가 헌법상 책무이자 중요한 가치라고 믿어왔습니다. 이 책무와 가치를 위해 여러 힘든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다짐해왔습니다. 헌법학자 출신이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입니다.

그동안 어떤 경우에도 국민들께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특히 감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깁니다.

감사 업무의 최상위 가치는 뭐니뭐니 해도 직무의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입니다.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입니다.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합니다.

소임을 다하지 못한 채 여러분께 맡기고 떠나게 돼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공직을 처음 맡았을 때 품었던 푸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떠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사사로운 삶의 세계로 가려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나온 양건 감사원장이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기념촬영하는 양건 감사원장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의 이임식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렸다. 대강당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나온 양건 감사원장이 간부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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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건,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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