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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 표지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 표지
ⓒ 생각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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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교실붕괴 타령만 할 텐가!"

김용택 선생님이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출판사 생각비행)에서 우리의 교육행정을 비꼬아 한 말입니다. '참교육 이야기'란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김용택 선생님이 그간 연재하던 글을 모아 책을 냈습니다.

붕괴됐다는 우리 교육을 떠올리면 막막합니다. 부모로서 어떻게 자녀교육을 시켜야 할지 판단이 애매할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 보내야 하는지?'부터 '어떤 교육을 시킬지?' '과외해야 할지?' '대학에 보낼 것인지?' 등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은 판단을 요구합니다.

자녀 교육이 막막한 건, 우리 교육에 대한 신뢰가 많이 부족한 탓입니다. 이런 현실로 인해 학부모라면 한 번쯤 이민 혹은 유학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현실의 벽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살려면 기대치를 낮추거나 문제에 저항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용택 선생님의 책 <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는 '1부 부끄러운 학교를 말하다' '2부 교사가 바뀌어야 교육이 바뀐다' '3부 교육위기, 극복할 길이 있다' '4부 교실에서 못다 한 이야기'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살면서 가끔은 뒤돌아보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막연한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 잡혀 사는 사람들에게 쓴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중3 딸과 중2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 제게 자녀 교육은 큰 관심사 중 하나입니다. 이런 저에게 김용택 선생님이 매년 첫 수업 때마다 학생들에게 들려줬다는 이야기는 작은 희망을 샘솟게 했습니다.

나는 흑판에 다음과 같이 크게 썼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긴장해 있던 아이들이 갑자기 왁자해지면서 온갖 얘기를 내놓는다.

"돈입니다." "사랑입니다." "건강입니다." "가족입니다." "권력입니다."
"다 필요하지요. 그런데 정작 필요한 것을 말하지 않았군요."

이렇게 말한 후 나는 또 다음과 같이 흑판에 썼다.
'나'
아이들은 뜻밖이라는 듯 "우~" 하는 소리와 함께 "맞아요!" 하고 답하기도 한다."(본문 124~125쪽)

교육은 사람이 더욱 사람다워지고, '나를 사랑하는 방법과 나를 찾는 방향을 배우는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아울러 학교는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깨우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인간 삶의 최종 목적인 '행복한 가치 추구'에 가까워질 수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네 초·중·고등학교 교육 현실은 어떻습니까? 학생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습득하기보다 좋은 학교·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거치는 한 곳쯤으로 치부돼 서열화돼 있습니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나'라는 말이 쉽게 튀어 나오겠습니까. 그래 설까, 김용택 선생님은 '나'가 소중한 이유를 그는 이렇게 정의합니다.

"소중하다는 건 조건이 붙어서는 안 되지요. 그냥 '나'이기 때문에 소중한 겁니다. 내가 공부를 잘하니까 소중한 게 아니고, 내가 잘생겼기 때문에 소중한 게 아니고, 내가 키가 크니까, 내가 아들이기 때문에, 딸이기 때문에… 그런 이유가 아니라 그냥 나 자신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존재라는 겁니다."(본문 125쪽)

그렇습니다. 나는 그냥 나이기에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것입니다. 놀라운 건 아이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모도 이를 망각하고 있습니다. 내 자식이라서 좋은 거지, 부수적인 걸 갖다 붙이기 일쑤입니다. 이왕이면 공부 잘하는 자식, 말 잘 듣는 자식, 돈 잘 버는 자식이었으면 좋겠다는…. 이를 간파한 저자는 소중하게 여겨야 할 대상을 분명히 밝히기까지 합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모도, 형제도, 친구도, 내 나라도 소중하게 생각할 줄 모릅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비록 아버지가 못 배우고 못났어도, 내 나라가 비록 남의 나라의 지배를 받고 분단돼 있다 할지라도 내 나라 내 역사이기 때문에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겁니다."(본문 128쪽)

"허리띠 매고 앉아 있으면 숨이 답답해서요"

해직 교사 출신으로 정년퇴임하신 김용택 선생님은 백발이지만 청춘같은 모습이십니다.
 해직 교사 출신으로 정년퇴임하신 김용택 선생님은 백발이지만 청춘같은 모습이십니다.
ⓒ 김용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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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시간에 있었던 김용택 선생님의 일화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느 날 수업을 하려는데 한 학생이 뭘 가지러 다른 책상 쪽으로 가려다 바지가 흘러 내려 팬티가 드러났다. 허리띠를 풀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쟤 변태예요."

옆에 있던 아이가 엉뚱한 대답을 하는 바람에 교실은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중략) 허리띠를 풀고 팬티를 드러내고 앉아 있는 학생 하나에게 직접 물었다.

"말해봐! 왜 팬티바람으로 앉아 있는 거냐?"

녀석이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허리띠를 매고 앉아 있으면 숨이 답답해서요."

하고는 머리를 긁적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차!' 내가 교직생활을 40년 가까이 했어도 아이들 세계를 이렇게 몰랐다니! 부끄럽고 미안해 얼굴이 화끈거렸다."(본문 218~219쪽)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저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숨이 답답한데도 교실에 묶인 채 허리띠를 풀어 팬티가 드러나야만 했던 이 슬픈 현실은 우리네 자화상이었습니다. 갑갑한 가운데서도 공부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교실에서 허리띠를 풀다니'라고 욕할 수 있겠습니까. 기성세대로서 너무 부끄럽습니다.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문제부터 풀자

우리네 격언에 "개는 토한 것을 다시 먹고, 돼지는 씻은 후에 다시 진흙탕에서 뒹굴듯 어리석은 자는 미련을 되풀이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개 같은, 돼지 같은 어리석은 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저자는 이렇게 역설합니다.

"인권이 없는 학교에는 교육도 없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라는 말인가?"(본문 48쪽)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교사는 수능 점수 몇 점 올려주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분별하는 안목을 갖추도록 교육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구별하는 지혜와 불의에 분노할 줄 아는 정의감과, 현상과 본질을 분별하는 판단력도 길러줘야 한다. 불의한 세상에서 불의를 보고 침묵한다면 중립이 아니라 악의 편을 돕는 것이라고 했다."(본문 164쪽)

"진정한 교권이란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힘이 아니라 '누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는 것' '정권의 교체와 상관없이 교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다."(본문 49쪽)

그러면서 김용택 선생님은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교육을 살릴 의지가 있다면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본문 25쪽)며 공교육의 혁신을 요구합니다. 

"교육이란 그 자체가 피교육자의 지적, 정의적, 신체적 발달을 꾀하는 인성교육 과정이요,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이다. 그 계획이 바로 교육과정이다. 따라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만 한다면 인성교육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34쪽)

이에 대한 답은 학생·학부모·교사·교육행정·정치가 등이 모두 알고 있습니다. 뻔히 알면서도 변화와 개혁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교육은 백년지계다'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김용택의 참교육 이야기 :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

김용택 지음, 생각비행(2013)


태그:#김용택, #참교육 이야기, #사랑으로 되살아나는 교육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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