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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며 지난 2003년 정부를 상대로 첫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어민들은 정부가 단속을 게을리 했다고 주장했다. 이 소송은 고등법원까지 갔으나 기각돼 2007년 마무리됐다.

소송이 기각된 후 6년 넘게 흘렀다. 소송이 끝난 후 배까지 없어진 어민들도 있다.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도 있다. 배가 있어야 먹고 사는 지역인데, 배를 팔고 떠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정부에 묻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다가 그렇게 됐다. 그런 어민들이 2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해5도 어민들은 왜 다시 소송에 나서게 됐을까. <시사인천>은 지난 6월 8일 연평도를 방문해 어민들이 소송에 나서는 배경을 취재했다. 1편 중국어선, 쌍끌이배로 산란지까지 싹 쓸어가 기사는 <시사인천>에만 실렸다. - 기자 주

중국어선 연평도 북측 긴작시에서 내려다 본 NLL인근 바다.  NLL 남쪽 수역에 10여척이 넘는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위해 나란히 쌍을지어 정박해 있다. 사진 오른쪽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북한의 섬 석도다.
▲ 중국어선 연평도 북측 긴작시에서 내려다 본 NLL인근 바다. NLL 남쪽 수역에 10여척이 넘는 중국어선이 불법조업을 위해 나란히 쌍을지어 정박해 있다. 사진 오른쪽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북한의 섬 석도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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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0월 23일 무렵이다. 중국어선 500여척이 들어와, 연평도 앞바다 한가운데가 불야성이 됐다. 오죽하면 당시 군 부대장조차 '끔찍한 광경'이라고 했겠나. 불야성이라는 게 바다에 큰 도시가 생기는 것이다. 배 한 척 당 보통 전구 세 개를 쓰는데, 500척이라고 생각해봐라. 이건 바다의 도시다."

연평도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2002년 초부터 조금씩 시작됐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부터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2002년 가을, 연평도 앞바다에 불야성이 형성될 정도로 중국어선들이 모여들었지만, 당국의 단속은 없었다.

그래서 어민들이 직접 나섰다. 고기잡이배 60여척으로 선단을 꾸려 중국어선을 쫓아내러 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자가 생명보험을 들고 각자 책임지기로 하고 싸우러 나갔다.

연평도 어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중국어선 단속은 어민들이 먼저 시작했다. 어민들은 "처음부터 해경이 단속했던 게 아니다. 우리가 단속을 요청해도, 안 했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배를 끌고 나가 단속하기 시작했다. 그 후 해경이 나섰다"고 들려줬다.

"당장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생기는데 그 사람들(해경)이 단속을 안 하니까 우리가 목숨 걸고 직접 나가서 쫓아냈다. 우리가 중국어선을 잡아다 주면 해경이 단속한 걸로 처리됐다."

어민들은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기승을 부리자, 정부와 인천시에 '제발 단속 좀 해 달라'고 숱하게 민원을 냈다. 그리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료와 인천시장을 비롯한 지방정부 관료들이 연평도를 방문할 때마다 단속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정부 관료들이 연평도를 방문할 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앞에 보였던 중국어선들이 금세 사라지고 없었다.

어민들은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위에서 높은 사람들이 오는 날에는 중국 어선들이 기가 막히게도 사라지고 없다. 그분들은 대부분 무궁화(해군 지도선)를 타고 오는데, 그 분들이 올 때는 정말 사라지고 없다"고 말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문제가 한-중 간 외교문제로 확대되자, 중국 당국자들이 연평도를 방문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불법조업 중인 어선에 중국기가 뻔히 걸렸는데도 '중국어선으로 위장한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 나라 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쇠창살 두른 50톤 어선을 고무보트로 단속

중국 어선들은 보통 낮에는 NLL(북방한계선) 인근에 정박해있다가 밤이 되면 NLL 남쪽으로 더 내려온다. 그렇게 쌍끌이배로 조업한 뒤 새벽 4시쯤 운반선에 넘기고, 조업을 마치면 다시 돌아간다.

어민들은 "해경에서는 중국 어선들이 우리 영해에 있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놔둔다. 그러다가 우리가 민원을 넣으면 그때 할 수 없이 등 떠밀려나간다"고 말했다.

해경이 단속을 실시해 중국어선을 나포해도 담보금만 내면 언제든지 풀려난다. 하지만 2년 전 담보금이 2억 원으로 상향되면서, 중국어선은 해경이 단속하면 매우 거칠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어선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경이 2011년 중국어선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순직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단속에 대한 어민들의 불만 못지않게 해경도 말 못할 사정이 있다. 단속하는 해경은 고무보트 고속단정(이하 고무단정)으로 큰 어선을 상대해야 한다. 아무리 경찰이라고 해도 겁이 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어선은 50톤 규모의 배 주위에 쇠창살을 두르고 있다. 우리 해경은 이 배에 고무보트를 타고 접안해야 하고 중국어선 인부들 또한 무장하고 있어, 단속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연평면에는 해경 고무보트 밖에 없다. 해경 특공대원들이 뭍(인천)을 오가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고, 해군은 있지만 다른 나라 군함이 들어와야 움직이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게 해경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어민들은 '북한 어선에 대해서는 군이 직접 나서서 대응하면서 중국어선은 왜 안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해양경찰청이 불법조업 혐의로 나포한 중국어선은 올해 상반기에만 234척이다. 대부분의 어선은 봄철에 나포한 어선들이다. 어민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중국어선이 조업 중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양경찰청 서해5도 수역을 순시 중인 해양경찰. 해경은 올 상반기에만 서해(전남 앞바다 포함)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 234척을 납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은 중국선단의 우두머리를 잡지 않는 한 불법조업은 계속된다고 했다.
▲ 해양경찰청 서해5도 수역을 순시 중인 해양경찰. 해경은 올 상반기에만 서해(전남 앞바다 포함)에서 불법조업 중인 중국어선 234척을 납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민들은 중국선단의 우두머리를 잡지 않는 한 불법조업은 계속된다고 했다.
ⓒ <해양경찰청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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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폭주족을 잡는 꼴"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불법조업 중국어선을 단속하다가 발생한 해경의 인명피해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60여명에 이르러, 해경의 장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경과 더불어 우리 수역을 순찰하고 있는 옹진군 어업지도선도 노후화됐다. 옹진군 어업지도선은 35년 됐다. 속도가 느려 중국어선을 못 쫓아간다.

옹진군 어업지도선이 쫓아가면 중국 어선들은 NLL 북쪽으로 넘어가거나 백령도 방면으로 달아난다. 북쪽으로 가면 들어갈 수 없고, 멀리 도망가면 쫓아가기 역부족이다. 주민들은 말한다.

"중국어선의 속도는 18~20노트(=33~37km/h)인데 우리(옹진군청) 어업지도선의 속도는 15노트(27km/h)다. 자전거로 폭주족을 잡는 꼴이다. 이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해경과 더불어 군청 어업지도선도 보강해야한다. 장비도 제대로 보강하지 않고 잡으라고 만하면 말이 안 된다."

사실 어업지도선은 단속하는 배가 아니라 어업을 지도하는 배다. 남해안 어업지도선과 옹진군 어업지도선은 같은 역할을 하는 배다. 다만 서해5도 수역에서 어업지도선은 우리 배가 NLL을 넘어가는 것을 감시하는 게 주된 임무다.

이에 대해서도 어민들은 "어민들의 소득을 올리기 위한 어업 지도를 하고 어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데 NLL을 넘느냐 안 넘느냐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민들은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일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이건 뭔가 잘못돼 있다. 단속을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NLL을 기준으로 군청 어업지도선, 해경 단속선, 군 함선이 나열돼 있는데, 사실 군이 맨 앞에 서고, 다음이 경찰, 그 다음에 군청 어업지도선이 있어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이건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돼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서해5도 수역에는 옹진군 어업지도선 6척(백령면 2척, 대청면 2척, 연평면 2척)과 인천시 어업지도선 1척이 있다. 시 어업지도선은 연평도에 4박5일 머물다간다. 해군 지도선 무궁화는 교대로 1척이 순시한다.

어민들은 당국의 단속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예전 같이 직접 나서지 못하고 있다. 중국어선을 쫓아내려면 조업구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해경으로부터 '딱지(벌금)'를 받기 때문이다. 한 번 어길 시 400만 원이고, 두 번째는 800만 원이다. 세 번 걸리면 '삼진아웃'으로 어장에서 퇴출이다.

어민들은 "어업지도선은 중국어선을 단속하러 나온 게 아니라 우리 어선을 단속하러 나와 있다. 정부가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할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러시아는 자국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하던 중국어선을 함포 사격으로 침몰시켰다. 자국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중국어선을 나포했는데, 중국인들이 밤에 정지 명령을 어기고 출항하자, 함포 사격을 가해 격침시켰다. 그 뒤 중국어선은 러시아 해역에는 안 간다"고 말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벌금 600억원 국고 누적
"어민 피해보상·중국어선 단속 강화에 써야"
불법조업 벌금 대한민국 정부가 불법조업 중 나포 한 중국어선으로부터 징수한 벌금 누적현황.
▲ 불법조업 벌금 대한민국 정부가 불법조업 중 나포 한 중국어선으로부터 징수한 벌금 누적현황.
ⓒ <자료.수협중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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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경찰청이 나포한 불법조업 중국어선이 올해 상반기에만 234척이다. 해경은 2009년 381척을 나포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370척, 2011년 534척, 2012년 467척을 각각 나포했다.

우리 수역에서 불법조업 중에 나포된 중국어선이 풀려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에 담보금(벌금)을 내야하는데, 나포 어선이 늘면서 담보금 누적액도 늘어 600억 원을 돌파했다.

<국제신문>이 인용 보도한 수협중앙회 자료를 보면, 지난해 불법조업으로 나포된 중국어선이 우리 정부에 낸 담보금은 171억4900만 원으로 2011년 145억8600만 원보다 25억6300만 원이 늘었다.

우리 정부는 2006년부터 불법조업 중국어선에 벌금을 징수하기 시작해 첫 해 54억4150만 원을 징수했다. 어선 당 최고 1억 원을 징수하다가, 중국어선 단속 중 해경이 순직하는 사건을 계기로 2011년 이후부터 담보금을 최고 2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2010년 약 78억 원이던 담보금은 2011년 약 145억 원으로 증가했고, 2012년에는 약 171억 원으로 늘었다. 2012년까지 누적된 담보금은 총 616억4970만 원에 달한다.

우리 정부가 중국어선으로부터 징수한 담보금은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불법 조업을 했을 때 부과하는 벌금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EEZ의 외국인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행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조업 담보금 전액을 국고로 귀속하고 있다.

이 담보금 전액을 국고로 귀속할 것이 아니라 어민 피해 보상용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 징수한 담보금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행위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사용해야한다는 게 수산업단체와 어민들의 주장이다.

옹진군 연평도 전 어촌계장 최율씨는 "올해 상반기에 나포된 어선이 234척인데 이것은 전체 불법조업 어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으로 인해 이미 연평도는 우리 어선의 반이 줄었다. 중국어선이 서남해(=전남 앞바다)와 서해에서 어획한 수산물은 연간 수천억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이 5월 29일 보도한 기사를 보면, 600억원 사용 방법에 대해 수협은 기금 조성을 제시했다. 당시 수협 관계자는 "불법조업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에 담보금을 투입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허선규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해양위원장은 "정부가 징수한 벌금에는 서해 어민들의 한숨과 목숨을 건 해경의 애환이 담겨 있다. 수협이 기금 조성을 운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한 뒤 "담보금은 불법조업으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의 피해를 보상하고 불법조업 단속을 강화하는 데 사용해야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인천(www.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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