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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섬 신안 가거도에 있는 가거도등대. 1907년 12월부터 불을 밝혀오고 있다.
 대한민국 최서남단의 섬 신안 가거도에 있는 가거도등대. 1907년 12월부터 불을 밝혀오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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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모질게도 비바람이 저 바다를 덮어
산을 이룬 거센 파도 천지를 흔든다
이 밤에도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한 손 정성 이어 바다를 비친다'

노래로 불려 더 유명해진 고은의 시 <등대지기>다. 등대지기는 어릴 적 낭만과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자하게 생긴 아저씨를 떠올리게 했다. 바다 한가운데를 지키는 등대도 그랬다.

등대를 향한 애틋함은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외딴 섬에서 더 깊었다. 망망대해에 우뚝 서서 불을 밝히는 등대, 그리고 그 등대를 지키는 사람은 동화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으로만 여겨졌다. 하여, 지금도 뱃길여행에서 등대를 만나면 그때 생각이 오롯이 연상된다.

 가거도등대를 배경으로 선 김세훈씨. 21년째 등대지기로 살고 있다.
 가거도등대를 배경으로 선 김세훈씨. 21년째 등대지기로 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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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등대지기(항로표지관리원)를, 그것도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한 가거도등대(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를 지키는 등대지기를 만났다. 김세훈(45) 목포지방해양항만청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장이다. 올해로 21년째 항로표지관리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 소장이 근무하고 있는 가거도는 목포에서 서남쪽으로 145㎞ 떨어져 있는 절해의 고도. 뭍의 시각으로 보면 그리 먼 곳은 아니지만 뱃길임을 감안하면 멀고도 먼 섬이다. 한국전쟁도 소식으로만 듣고 지나갔다고 할 정도. 한때 일본사람들에 의해 소흑산도라 불렸으나 지금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라는 행정지명을 가지고 있다.

동경 125도 7분, 북위 34도 4분. 면적 9.18㎢에 해안선 길이 22㎞에 이른다. 홍도에서도 중국 상하이쪽으로 80㎞나 더 떨어져 있어 중국의 새벽닭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조금은 과장된 얘기까지도 전해지는 곳이다.

100년 넘는 동안 선박들을 안내한 가거도등대

 등대지기 김세훈 씨가 가거도등대에 올라 등롱 주변의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등대지기 김세훈 씨가 가거도등대에 올라 등롱 주변의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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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의 고향은 전라남도 신안군 도초면 수다리. 섬에서 나고 자란 탓에 마냥 섬이 좋았다. 항로표지관리원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것도 어쩌면 자연스런 일이었다. 내성적인 성격과도 맞는 것 같았다.

김 소장은 1993년 도초도에서 가까운 비금면의 칠발도 항로표지관리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당사도와 하조도, 홍도항로표지관리소를 거쳐 지난 1월 흑산면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로 옮겨왔다.

국토 최서남단인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 북단 해발 84m에 자리하고 있는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는 1907년 12월 불을 밝혔다. 100년이 넘는 동안 동지나해에서 서남해안으로 들어오는 선박의 안내역을 맡고 있다.

"다 역사가 깊어요. 완도 당사도등대는 1901년 설치돼서 태평양전쟁 때 군사요충지로 사용됐고요. 1909년 설치된 진도 하조도등대는 당시 여수나 부산에서 군산, 인천으로 가는 대형 선박의 거점이었고요. 신안 홍도등대는 서해 남북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의 길잡이 역할을 했어요. 등대 주변의 풍광도 다 아름답고 나름대로 특색도 있고요."

'그동안 다녀 본 섬 가운데 어디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냐'는 우문에 대한 그의 현답이었다.

"결혼 초기엔 같이 살았는데, 지금은 아이 교육상 따로 살아요"

 가거도등대 앞에 선 김세훈씨. 그는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가거도등대 앞에 선 김세훈씨. 그는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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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의 근무는 3명이 1일 2교대로 12시간씩 한다. 항로표지관리원 본연의 업무는 물론 안팎의 시설까지 살피며 점검하고 관리한다. 근무 외 시간을 이용해 태풍피해 복구 등 대민 봉사활동도 나간다.

항로표지관리소를 찾아오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안내를 해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여행객들이 지역과 등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흡족하고, 격려까지 해주고 갈 때면 보람도 느낀다.

하지만 자식과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부인에게 맡겨놓고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늘 마음에 걸린다. 아무런 내색하지 않고 묵묵하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 부인과 착하게 자라준 자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목포에 살고 있어요. 결혼 초기엔 같이 살았는데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지금은 따로 살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나가서 만나죠. 멀기도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날씨가 좋지 못하면 그마저도 나갈 수가 없어요. 방법이 없잖아요."

김 소장의 말이다. 가족과 친지, 이웃의 애경사를 챙기지 못할 때도 마음이 아프다. 심지어 부모상을 당해도 기상여건이 허락하지 않으면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 없는 게 외딴섬 생활의 고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오늘도 묵묵히 외딴 섬의 항로표지관리소를 지키고 있다. 배들이 어두운 밤바다를 안전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불빛을 환히 밝히면서.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 전경. 대한민국 국토 최서남단인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 북단 해발 84m에 자리하고 있다.
 가거도항로표지관리소 전경. 대한민국 국토 최서남단인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리 북단 해발 84m에 자리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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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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