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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마이뉴스>는 공유 경제와 공유 기업 이야기를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공유 경제는 쓰지 않는 자원을 필요한 이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창출하는 모델입니다. 이를 위해서 수요와 공급을 빠르게 연결하는 인터넷 기반 플랫폼, 플랫폼을 관리하며 돈을 버는 기업, 이 둘 모두를 잘 이용하는 소비자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잘 와 닿지 않으시죠? 특히나 '무형자원'을 다루는 공유기업은 더욱 그럴 겁니다. 그래서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습니다. [편집자말]
마이리얼트립 홈페이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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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리얼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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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가고 싶었다. 평소 가고 싶던 여행지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일하느라 지친 몸과 머리를 위해서, 동네가 아닌 다른 곳의 바람을 쐬고 싶었다. 하지만 여행 코스를 혼자 짜려니 귀찮고, 그렇다고 패키지 여행을 가자니 썩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작년 봄에 다녀온 국내 패키지 여행은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었다. 패키지가 그렇듯, 대형 버스를 타고 단체 관광객 무리 속에서 그 동네 주위를 걷다가 왔다. 직장인이 된 지금, 소중한 주말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지난 번 공유 경제를 취재하던 중 알게 된 마이리얼트립 사이트에 들어갔다. 마이리얼트립은 소규모 관광을 원칙으로, 가이드와 여행 상품을 소개하는 회사다. 또 지역을 속속들이 아는 주민을 가이드로 발굴하는 공유 기업이기도 하다. 일반인이 공유 기업의 플랫폼을 이용해 사업가처럼 활동하는 모습은 공유 경제의 특성 중 하나다. 마이리얼트립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여행

마이리얼트립의 아시아 카테고리로 들어갔다. 싱가포르, 일본, 한국 등 13개 국가가 명단에 올라있었다. 주말 동안 다녀와야 하므로 가까운 일본을 찾았다. 총 13개 여행 상품 가격은 5000엔~10000엔 사이로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것치곤 매우 저렴해보였다. 그 중 가장 눈길이 간 것은 '[오사카] 현지인만 알고있는 핫플레이스 탐방(5000엔)'이었다. 가격이 저렴해서 좋았고, '현지인'과 '핫플레이스'란 단어에 현지 맛집을 갈 거라는 기대가 생겼다.

가이드 정보를 보니 일본 오사카에서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는 23세 한국 학생이었다. 자신의 별명이 '정 내비'라 했다. 내비게이션보다 정확하게, 가이드 책에 나온 맛집이 아니라, 현지인들이 가는 맛집을 안내하겠다는 자기소개가 재미있었다. 현장에서야 가이드를 만나는 일반 여행 상품과 달리 이런 소개를 보니 친근감이 들었다. 인원도 1~5명이라 빨리빨리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고, 6~7시간 걸린다는 설명을 보니 주말 여행에 적합해보였다.

그러나 날짜가 걸렸다. 여행 가기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했다. 오는 10일께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어찌될지 알 수 없는 상황. 눈물을 머금고 지난 주말에 다녀올 수 있는 상품을 찾아야 했다.

한국 카테고리를 들어가니 '<서촌방향> 저자와 함께하는 서촌공정여행'이라는 상품이 눈에 띄었다. 상품 소개를 보니 서촌 주민인 가이드가 3~4시간에 걸쳐 지역의 오래된 장소와 가게를 소개하는, 일종의 공정 여행 상품이었다. 서촌. 지난 겨울, 다녀온 곳이다. 오래된 동네의 정취를 느끼며 산책을 하고 싶어 찾아갔다. 하지만 막상 골목 사이로 들어가려니 뭐가 나올지 몰라 꺼려졌고, 무엇 때문에 유명한진 모르겠지만, 유명하다는 통인시장에서 기름 떡볶이를 먹는 것으로 서촌 투어를 마무리했었다. 이 여행 상품을 이용한다면 서촌을 제대로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이리얼트립 상품을 예약하는 플랫폼 화면. 몇 가지 사항만 입력하면, 여행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마이리얼트립 상품을 예약하는 플랫폼 화면. 몇 가지 사항만 입력하면, 여행상품을 예약할 수 있다.
ⓒ 마이리얼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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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하기 버튼을 누르자 희망날짜와 인원수, 개인정보 등을 기입하는 여러 항목이 나왔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요청사항'이었다. 가이드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기타사항을 문의할 수 있는, 일종의 쌍방향 게시판이었다. 이 '요청사항'을 통해 세부사항이 확정되자 메일로 가이드의 '여행 확인증'과 입금 안내 정보가 들어왔다. 금액을 납부하는 방법도 특이했다. 총금액의 20%는 예약비로 마이리얼트립에 입금하고, 나머지 금액은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에게 직접 주는 형식이었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에 따르면 소액 결제의 경우 이런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했다.

예약비 20%라는 수수료율은 기존 여행 업계와 마이리얼트립을 구분짓는 중요한 기준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지난 달 열린 공유기업 관련 행사에서 "여행객과 가이드 모두에게 즐거운 여행을 만들고 싶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기존 여행 업계의 불합리한 구조가 물건 강매와 수박 겉핥기식 여행 상품을 만들어내며 결국 불쾌한 여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따르면 대형 여행사는 소형 여행사에, 소형 여행사는 가이드에게 하청을 주며 자연스레 갑을 관계가 형성된다. 갑이 과도하게 수수료를 떼도 최종 을인 가이드는 당장 일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다. 자연스레, 남는 것 없는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물건 구매를 강요하며 돈을 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윤을 많이 남기려면 단체 관광객을 모집해야 하고, 개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고려할 수 없으니 평범한 여행코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가이드를 욕하기보다 구조의 문제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촌 구석구석을 알게 된 '서촌 공정여행'

설재우 가이드가 서촌의 통인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 <서촌 공정여행> 설재우 가이드가 서촌의 통인시장을 설명하고 있다.
ⓒ 곽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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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0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지하1층 메트로미술관에서 총 10명의 여행객이 모였다. 서촌 주민, 설재우 가이드는 경복궁역 건축에 얽힌 이야기를 시작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경복궁 영추문과 맞은편 보안 여관, 창성동 갤러리 골목과 십여 년 전 태풍에 쓰러진 백송 등 서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서촌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번 서촌에 갔을 때 봤던 보안 여관의 이름이 왜 보안인지, 들어가보지 못했던 서촌 골목에 뭐가 있는지 남아있던 궁금증이 풀렸다. 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상범 화백의 가옥과 이 화백의 넷째 며느리가 관리 중인 화실도 찾아갔다. 서촌 골목에 이런 문화재가 보존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공정여행이란 취지답게 지역의 오래된 가게도 찾아다녔다. 통인시장 맞은편, 부녀가 대를 이어 운영 중인 '뽀빠이 화원'을 직접 들르고, 골목 안쪽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손칼국수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친일파 윤덕영의 대저택 터를 둘러보고 배우 이민정의 외할아버지 박노수 화백의 가옥에 들렀다. 서울시 문화재자료 제1호인 가옥은 굉장히 특이하게 생겼다. 자연지형으로선 처음으로 문화재 지정이 된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 올라 기념사진도 찍었다. 내려오는 길에 한 커플에게 물었다.

기자
: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남자
: "지인을 통해서 마이리얼트립을 알고 있었거든요. 주말동안 여자친구랑 갈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여길 선택했어요."
여자
: "서촌 근처에 와본 적은 있는데 자세히 알지는 못했거든요. 그래서 오자고 했죠."

마이리얼트립의 다른 여행상품도 이용해 볼 생각이 있냐고 묻자, 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외국 상품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짧게 다녀올 수 있는 여러 국내 상품이 있고 가격도 저렴하더라"며 다른 곳도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의 경우 지역 주민이 가이드로 나서는 이런 공정여행도 좋지만, 풀타임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도 궁금했다. 마이리얼트립의 상품은 파트타임 가이드와 풀타임 가이드 것이 대략 반반씩 구성돼 있다. 후자의 가격이 전자보다 조금 비싸지만 풀타임 가이드 서비스는 나름대로 특별할 듯했다. 눈 여겨 봐둔 상품은 '자연과 함께하는 북해도 바이크 투어'다.

마이리얼트립처럼 소수 인원만 가는 여행상품은 '프리미엄 상품'이란 이름이 붙는다. 이름부터 가격이 높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한 여행사의 프리미엄 ㅈ상품 중 남프랑스와 파리 일주 가격은 700만 원에서 1600만 원 사이다. 마이리얼트립의 경우 파리 투어에 40유로(5만9000원), 남프랑스 리오·페루즈·안시·보졸레·꼬뜨띄혼 다섯 곳에 360유로(53만 원)였다. 이 대표는 "상품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0%정도 저렴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단체여행 패키지가 싫다면, 내 소중한 여름 휴가를 가이드의 꼼꼼한 안내와 함께 보내고 싶다면 마이리얼트립의 상품을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태그:#공유경제, #공유기업, #마이리얼트립, #서촌 공정여행, #공유기업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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