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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랍 55년의 선승 한암대원선사는 법문 듣기를 소홀히 하고 있는 요즘 스님들의 공부하는 방법이 적지 않게 염려 되는 가 봅니다.
 법랍 55년의 선승 한암대원선사는 법문 듣기를 소홀히 하고 있는 요즘 스님들의 공부하는 방법이 적지 않게 염려 되는 가 봅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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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수업보다 학원수강에 비중을 더 두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 교육이 조금은 기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소식이 빈도를 더해갑니다. 학교수업보다 학원수강에 더 매달리는 건 무한경쟁으로 치러야 하는 점수 경쟁에서 점수 몇 점을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훨씬 더 요긴하고 절실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런 현실을 걱정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습니다.

걱정을 더해가고 있는 이런 교육 형태는 세속에서만의 고민꺼리가 아닌가 봅니다. 출가수행자 집단인 승가에서도 시속에 따라 변한 수행방법, 스님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걱정하는 어른스님들이 적지 않은가 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전국 수좌회 수석대표를 역임한 한암대원(閒庵大元) 선사는 1958년에 출가득도(出家得度)해 구도자의 삶을 살고 계시는 법랍 55년의 선승입니다. 반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동안 구도의 삶을 사신 노승, 법문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지극정성으로 찾아다니며 강의를 들었다는 한암대원 선사께서는 당신께서 출가하셨을 때에 비해 강의 듣는 걸 소홀히 하고 있는 요즘 스님들의 수행태도가 적지 않게 염려되나봅니다.  

한암대원선사께서 쉽게 풀어 설명한 <대주선사 어록 강설>

<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 상·하 세트┃지은이 대주혜해선사·강설 한암대원선사┃펴낸곳 불광출판사┃2013년 5월 28일┃상 3만 2000원 / 하 1만 8000원
 <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 상·하 세트┃지은이 대주혜해선사·강설 한암대원선사┃펴낸곳 불광출판사┃2013년 5월 28일┃상 3만 2000원 / 하 1만 8000원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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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적 선승인 한암대원(閒庵大元) 선사께서는 이런 폐단, 승가뿐 아니라 재가불자들 또한 법문 듣기를 경시하고 있는 것을 방관할 수만은 없으셨는지 8세기 무렵 당나라에 생존했던 선승 대주혜해(大珠慧海) 선사의 어록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풀어 담은 <대주선사어록 강설>을 출간하셨습니다. 

<대주선사어록 강설>은 마조 스님을 6년간 시봉한 대주선사가 다시 은사스님인 도지스님을 시봉하며 쓴 <돈오입도요문론>과 <제방문인참문>을 한암대원선사께서 쉽게 풀어 각각 상·하로 엮어 불광출판사에서 펴낸 책입니다.

대주선사가 이 어록을 집필한 당시에는 별다른 각광을 받지 못했으나 세월이 흐른 뒤 조카 상좌되는 현안이라는 사람이 마조스님에게 보이니 "월주에 큰 구술 하나 있는데 참으로 둥글고 밝아서 그 빛이 자유자재로 비친다"라고 극찬하셨다고 합니다. 그 이후 대주(大珠)화상이라는 별칭과 함께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조사들께서 남긴 선문답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선사들끼리 주고받은 문답을 읽다보면 동문서답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말들이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합니다. 그래서 읽고 있어도 도대체 무슨 뜻인지를 새길 수가 없습니다.

대주혜해 선사가 남긴 어록 또한 여느 조사들께서 남긴 선문답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하고, 튕겨진 화살만큼이나 휙 하고 찰나에 지나가버리니 학문이 깊지 않은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글들입니다. 분명 날아가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는 화살처럼 어록에 담긴 뜻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조사들이 화살처럼 쏜 말씀을 부처님처럼 궁설로 강설

부처님 말씀은 활(弓)이요, 조사의 말씀은 활줄(弦)과 같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은 활처럼 둥글고 두루 원만하게 여러 중생의 근기에 맞추어 설법을 하셨기 때문에 궁설弓說을 하셨고 조사는 활줄과 같이 직설直說로 간단명료하게 바로 일구一句로 일러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직설이라는 것은 근기가 낮고 높고 깊고 할 것 없이 만나는 사람마다 바로 직선적으로 일러주는 것입니다. - <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상)> 118쪽-

대주선사께서 남기신 어록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고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찰나여서 쉽게 이해할 수 없다면 어록에 덧대어 학술적으로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는 한암대원선사의 강설은 부처님이 하셨다는 궁설만큼이나 느긋하게 그 뜻을 새길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고 세세합니다.    

조사들이 남긴 어록들은 부도에 담긴 설화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조사들이 남긴 어록들은 부도에 담긴 설화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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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말들은 풀어서 설명하고, 잘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나 상황들은 예화(例話)나 비유를 들어 설명하니 여느 불서들처럼 읽고 새기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몇 년 전, 초고속카메라로 화살과 총알이 날아가는 모습을 촬영해 방송한 적이 있었습니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 총구를 벗어난 총알은 직선으로 날아가지 않고 일정한 형태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일반 동영상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지만 초고속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에서는 너무도 분명하고 또렷하게 보였습니다. 

스스로 어록을 새기려는 공부를 일반 동영상카메라로 날아가는 화살을 찍어 그 행적을 보려고 하는 것에 비유한다면 한암대원선사의 강설은 대주선사 어록을 초고속카메라로 찍어 보여주는 동영상에 견주어 비유할 수 있을 겁니다. 

예전에 관음사 선방에서 수좌들끼리 싸움이 났는데 그 싸움이 끝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향곡 스님이 와서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하였는지 왜 그랬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말하기를 "오늘 이 산승의 허물이 큽니다. 잘못했습니다."하고 절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것으로 대중의 싸움이 끝이 났습니다. 비록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을지라도 "예, 잘못했습니다."하면 됩니다. 누가 잘하고 잘못했는지는 나중에 분명히 알게 됩니다. 그런 분이 많은 사람들에게 덕화德化를 베풀 수 있습니다. -<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하)> 033쪽

어록을 읽다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기행, 느닷없이 소리를 지른다거나 이유도 없이 후려 때린다거나 하는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소리를 질렀다고 하는데 왜 질렀는지를 짐작할 수 없고, 후려 때린 이유를 알 수 없으니 구도자들이 주고받는 선문답은 외계인들의 대화를 상상하는 것만큼이나 생뚱맞기도 합니다.    

한암대원선사께서 강설하신 내용을 읽다보면 외계인들 대화만큼이나 생뚱맞게 생각되던 선문답, 소리 지르고 후려 때리는 행동에 담긴 의미가 읽어집니다. 날아가는 화살과 총알의 궤적을 볼 수 있었던 초고속카메라의 동영상처럼 어록이 그리고 있는 궤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여자가 아기를 낳으려고 방에 들어갈 때 ‘내가 다시 저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하고 신발을 엎어놓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런 절실함으로 정진해야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여자가 아기를 낳으려고 방에 들어갈 때 ‘내가 다시 저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하고 신발을 엎어놓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런 절실함으로 정진해야 깨달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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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면 느낄 수 있듯이 읽을 수 있으면 알 수 있습니다. '무', '이뭣고', '마삼근', '뜰 앞의 잣나무' 등 그 수가 1700이나 된다는 공안(화두)을 단박에 깨트릴 돈오의 숨통이 귀띔처럼 들려옵니다.   

화두 들 때, 산실로 들어서는 임산부처럼 절박해야

여자가 아기를 낳으려고 방에 들어갈 때 '내가 다시 저 신발을 신을 수 있을까?'하고 신발을 엎어놓고 들어간다고 합니다. 산모가 생사를 걸고 산실에 들어가듯이 절박한 마음으로 화두를 든다면 일주일이면 됩니다. 지극하게 밀어붙여서 턱 하니 깨닫는 것입니다. 뒤집어엎는 그 찰나에 깨닫는 것인데 과거의 조사들은 언하에 뒤집었습니다. -<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하)> 228쪽

부처님이 6년 동안을 갖가지 수행을 다 해본 뒤에 마지막에는 아니다 하고 버리고는 보리수 아래에 탁 틀고 앉아서 한 것이 '뭣인가?' 이것이었습니다. 거기서 일주일 만에 바로 깨달은 것입니다.

'이뭣고'는 바로 직행으로 짚어서 들어가는 것인데 부처님도 그것을 알지 못하고 처음에는 갖가지 수행법을 편력했습니다. 나중에 부처님이 이렇게 쉬운 것을 가지고 날 가르쳐 주는 스승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고 했습니다.-<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하)> 246쪽

선사께서는 화두를 들 때는 해산을 하러 산실로 들어서는 임산부처럼 절실해야 돈오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견디고, 생살이 찢어지는 절실함이 있어야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듯이 커다란 깨우침 또한 산통에 버금가는 인욕과 생명을 탄생시키는 절실함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강조하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화두와 돈오가 결코 몇몇 수행자들만의 허세가 아니라는 것 또한 여러 사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8세기 당나라 선승 대주선사가 화살처럼 쏜 어록을 법랍 55년의 선승이 궁설을 하시던 부처님처럼 오늘의 눈높이에 맞춰 강설하고 있으니, 화살처럼 날아가던 '이뭣고'도 보이고 '무'가 뭔지도 깨닫게 되니 작은 어리석음으로 돈오의 환희를 경험한 날을 절실한 바람으로 기대해 보렵니다.    

덧붙이는 글 | <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 상·하 세트┃지은이 대주혜해선사·강설 한암대원선사┃펴낸곳 불광출판사┃2013년 5월 28일┃상 3만 2000원 / 하 1만 8000원



대주선사어록 강설 세트 - 전2권

대주혜해 지음, 한암대원 선사 강설, 불광출판사(2013)


태그:#한암대원선사 대주선사어록강설, #한암대원선사, #불광출판사, #돈오돈수,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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