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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요구를 받은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재직 당시 특별채용한 세 명의 교사들에 대해 임용 취소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 위기에 놓인 세 명의 교사들이 교육청 앞에서 단식 농성을 2주일째 이어가고 있다. 교사 특별채용을 둘러싼 두 교육수장들의 자기모순적 행태를 비판하는 글을 2편에 걸쳐 쓴다. 1편은 현 교육부장관 서남수를 다룬다. - 기자 말

김대중 정부 당시 경기도 부교육감을 역임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부 차관을 지낸 바 있는 서남수 현 교육부 장관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에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재임 당시 특별채용했던 교사 세 명을 임용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김대중 정부 당시 경기도 부교육감을 역임하고 노무현 정부 때는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부 차관을 지낸 바 있는 서남수 현 교육부 장관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에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재임 당시 특별채용했던 교사 세 명을 임용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사진은 지난 2월 28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당시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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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 당시 경기도 부교육감을 역임했으며, 노무현 정부 때는 서울시 부교육감과 교육부 차관을 지낸 바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퇴임하고 경인교대·홍익대 등 교수를 거쳐 위덕대 총장을 맡았던 그가 박근혜 정부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중용됐다. 서울과 경기도의 부교육감을 모두 지낸 교육관료가 거의 없으며, 차관보와 차관을 모두 지낸 뒤 전혀 다른 성격의 정부에서 교육부 수장의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그는 취임 후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이 특별채용한 세 명의 교사들에 대해 전임 이주호 장관이 내린 직권 임용취소에 대한 재판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포기하고, 문용린 서울교육감에게 이들의 임용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임용 취소의 이유는 '공개경쟁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인데, 서남수 장관이 서울과 경기도교육청 부교육감이었던 시절 수십 명의 교사들을 이들 세 명과 똑같이 공개경쟁 절차 없이 특별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교육수장의 이중잣대와 도덕성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서남수, 서울-경기 부교육감 때 교사 수십 명 특별채용했다

2006년 서울교육청의 교사 특별채용 계획. 현 교육부 서남수 장관이 당시 부교육감이었다. 부교육감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데 그가 주재해서 6명의 특별채용을 결정했다. 부교육감이 전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장관이 됐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개채용 없는 특별채용은 안 된다고 입장을 바꾼 셈이 됐다.
 2006년 서울교육청의 교사 특별채용 계획. 현 교육부 서남수 장관이 당시 부교육감이었다. 부교육감은 인사위원회 위원장인데 그가 주재해서 6명의 특별채용을 결정했다. 부교육감이 전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장관이 됐고, 정권이 바뀌었다고 공개채용 없는 특별채용은 안 된다고 입장을 바꾼 셈이 됐다.
ⓒ 서울교육청 공문(유은혜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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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2006년 서울교육청 부교육감 시절 이뤄진 특별채용 과정을 보면 '교육수장이 이렇게 말을 바꾸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도 되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서울시교육청이 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에 제출한 서울시교육청 내부 공문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사면복권교사 특별채용추진계획'(2006.2)에 의하면, 공개경쟁 채용 없이 서류심사와 면접만 거친 뒤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여섯 명의 교사 특별채용을 결정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사립학교에서 해직된 교사가 네 명이었고, 공립학교에서 해직된 교사가 두 명이었다. 당시 교육감은 공정택이었고, 현재의 교육부 장관인 서남수가 부교육감이었다. 교육부령인 교육공무원인사관리규정에 의하면 부교육감은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위원장을 겸직한다.

다시 말해 서남수 부교육감이 인사위원장으로서 2006년 여섯 명의 교사를 특별채용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그 절차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세 명의 임용취소 교사의 절차와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 공문에 의하면 이들의 공개경쟁 없는 특별채용이 부교육감 '전결'(專決)로 이뤄진 것이다. 즉, 실질적으로 부교육감이었던 서남수 현 장관이 이 특별채용을 결정한 것이다.

공문 내용을 살펴보면, 서남수 장관의 임용 취소 공문이 얼마나 자기모순적인지 알 수 있다.

서울시 교육청 공문에 제시된 특별채용 절차. 공개채용 없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특별채용을 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3명의 특별채용 절차와 완벽히 똑같다. 그런데 서남수 장관(당시 서울시 부교육감)은 스스로 한 결정을 뒤집었다.
 서울시 교육청 공문에 제시된 특별채용 절차. 공개채용 없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인사위원회 심의를 통해 특별채용을 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 3명의 특별채용 절차와 완벽히 똑같다. 그런데 서남수 장관(당시 서울시 부교육감)은 스스로 한 결정을 뒤집었다.
ⓒ 서울교육청 공문(유은혜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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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애초 세 명 교사를 임용취소하면서 "교육공무원법 제12조(특별채용) 제1항 제2호와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9조의2(특별채용의 요건) 제1항 조항은 교사들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공문은 특별채용의 법적 근거가 이 조항이 맞다고 밝히고 있다.

압권은 추진 배경과 방침을 설명하는 제2장이다. 이 공문은 "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전교조 활동 관련 해직된 교사를 1999년, 2000년에도 다수 특별채용한 적이 있음"을 밝히면서 2004년 김아무개 교사와 2005년 이아무개 교사 등 당연퇴직 교사를 특별채용했음을 적시학 있다.

특히 "법률적인 검토에서 사면복권된 교사는 이미 특별채용의 요건을 회복했고, 특별채용을 임용권자의 합목적적인 재량활동으로 판단했기에, 우리 교육청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련 교사를 교단에 복귀시키는 것이 위 목적과 부합한다고 봄"이라고 명시돼 있다.

서남수 장관이 당시에는 특별채용을 임용권자인 교육감의 재량권이므로 공개채용 과정 없이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교사를 특별채용하는 게 합법적 절차라고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4장 세부 추진계획에서는 임용방법으로 "(서류) 심사, 면접 전형 후 교육공무원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채용 여부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고, 이 과정에 따라 여섯 명이 특별채용 되었다.

서남수 장관이 경기도 부교육감으로 재임했던 1999년과 2000년 경기도에서는 서울보다 훨씬 더 많은 교사들이 공개경쟁 없이 특별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과 2000년 경기도교육청에 특별채용된 교사들의 현황에 의하면, 사립학교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해직된 교사들을 비롯해 전교조 가입·시국사건 관련 등으로 해직됐던 교사 10여 명이 특별채용됐다.

사립학교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해고되었던 의정부 영석고 김아무개 교사 등 세 명의 교사와 양동종고 함아무개, 계원여고 장아무개 교사 등과 전교조 결성 과정에서 해고됐던 여주상고 김아무개 교사 등 세 명, 소명여고 홍아무개, 송림고 전아무개, 구리초 김아무개 교사 등 10여 명이 특별채용됐는데, 이 중에는 현재 국회의원이 된 정진후 전 안양예고 교사도 있다.

서남수 장관의 자기모순, 6월 국회 집중 타깃 될 듯

1999~2000년 경기도, 2005~2006년 서울시 부교육감 서남수는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고 교사를 특별채용하는 것을 직접 결정하고 집행했다. 그런데, 2013년 교육부 장관 서남수는 특별채용된 교사들의 임용을 취소하려고 한다. 이는 자기모순이다.

도덕성이 생명인 교육부 수장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 자료를 공개한 민주당 유은혜 의원실의 곽민욱 비서관은 "부끄러운 일이다, 부교육감이던 시절 수십 명의 교사를 공개경쟁 없이 특별채용해 놓고, 곽 교육감이 특별채용한 3명의 교사를 임용취소하겠다는 것은 심각한 자기부정"이라며 "정권이 바뀌자 정권에 줄서기를 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과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 야당 교육상임위원들은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겠다는 계획이다. 서남수 장관이 자신의 이중적인 모습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태그:#서남수, #문용린, #임용취소, #특별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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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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