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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규정된 대통령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가 29일 첫 회의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민간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일부 인사들의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 분야에 대한 유일한 대통령 자문기구다. 지난 정부에서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미래기획위원회 등 여러 자문기구가 있었지만 새 정부 들어 모두 폐지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당연직 의장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부의장 1인, 민간자문위원 30명으로 구성됐다. 당연직 위원으로는 청와대에서 허태열 비서실장·조원동 경제수석·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이, 국무위원 중에서는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참여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당연직 위원으로 금융위원장이 참석했지만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래부 장관과 미래전략수석이 포함됐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는 창조경제·민생경제·공정경제·거시금융 등 정부의 경제분야 국정과제를 다룰 네 개 분과가 마련됐다.

"전문성 있는 분들 모셨다"... 일부 민간자문위원 자질 논란

29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 당시.
 29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촉장 수여식 당시.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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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경제자문회의는 단순히 정부정책에 대한 수동적인 자문기능을 넘어 국가정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현장 여론 수렴을 통해 국민들과 정부간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 경제분야 국정과제를 모두 포괄하는 '위원회의 위원회'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조원동 경제수석은 "공정경제 분과는 경제민주화, 민생경제 분과는 복지, 창조경제 분과는 정보통신기술(ICT)와 벤처, 거기금융 분과는 경제 전반을 다룰 것"이라며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원로회의가 아니기 때문에 4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까지 해당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모시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제민주화를 다룰 공정경제 분과 민간자문위원에 경제민주화에 반대하거나 소극적인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공정경제 분과장에 위촉된 서동원 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맡고 있다. 김앤장이 정관계 로비를 위해서 전직 고위관료들을 고문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실효성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 자문이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 전 위원장은 공직과 김앤장을 오간 전력 때문에 지난 2008년 공정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될 당시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가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면서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소송을 대리한 전력 등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경제민주화는 사회주의적 향수"라던 인사도 포함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라는 이 단어는 그럴싸한 레토릭과는 달리 역사상 실패로 돌아간 허다한 사회주의적 향수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경제민주화라는 이 단어는 그럴싸한 레토릭과는 달리 역사상 실패로 돌아간 허다한 사회주의적 향수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 한국경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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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정경제 분과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은 대표적인 경제민주화 반대론자다.

정 실장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도 경제민주화 이슈 선점에 나서자 강하게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 그는 '전두환 키즈들의 헌법 제119조2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제민주화라는 이 단어는 그럴싸한 레토릭과는 달리 역사상 실패로 돌아간 허다한 사회주의적 향수에 불과하다"며 "경제민주화는 공짜 복지를 늘리고 국고를 탕진하며, 집단이익의 발호와, 특권의 창설과, 관료들의 완장과, 완장들의 부패와, 이권을 물고뜯는 정치의 타락과, 실업자의 급증과, 빈털터리 경제와, 세금의 인상과, 빈부 격차 확대와, 가난의 양산을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당시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영입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에 대해서는 "'이렇게 빛 볼 날이 있구나'라며 늙은 사회주의자의 노래를 부를지 모르겠다"고 비아냥 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회의에서 공정경제 분과의 역할에 대해 "창조경제가 제대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경제 민주화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받고 누구나 자신이 노력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정경제분과 위원들은 지금의 불공정 관행은 물론이고 그런 관행을 초래하는 근본적인 요인들을 분석해서 개선방안을 찾는 데 주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정경제 분과의 역할을 전반적인 경제민주화 정책 자문이 아닌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방안을 찾는 것으로 한정한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대선공약이었다가 대통령직 인수위의 국정과제 이행 청사진에서는 용어가 바뀌면서 공약 후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8일 국정과제를 확정하면서 "정부의 의지가 약화됐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유일한 대통령 자문기구이자, 지난 정부에 비해 위상이 대폭 강화된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자문위원의 자질 논란이 벌어지면서 정부의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게 됐다.

박 대통령 싱크탱크 미래연 출신 인사도 대거 위촉

29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 당시.
 29일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1차 회의 당시.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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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문위원에는 또 지난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이하 미래연) 출신 인사들도 대거 기용됐다.

부의장에 위촉된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창조경제분과 자문위원인 김대호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미래연 출신이다.

또 복지 분야를 다룰 민생경제분과 자문위원으로 위촉된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김동환 안양대 무역유통학과 교수·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와 거시금융분과 자문위원인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도 미래연 출신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이미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마련하는 데 관여했던 미래연 출신 인사들이 참여하고, 다른 민간자문위원들도 대부분 보수 성향 일색이라 폭 넓은 정책 자문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태그:#박근혜, #국민경제자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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