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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Pigment Print, 28 x 40cm, 1995
 광주, Pigment Print, 28 x 40cm, 1995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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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을 탈환한 계엄군은 '폭도'의 진압을 시민들에게 알렸다. 동시에 전쟁의 전리품처럼 역사의 물길을 자신들 쪽으로 돌리려했다. 시민들에게 알리는 선무방송 속에서 계엄군은 승리를 자축하는 노래로 '훌라송'을 틀었다.

"손을 잡고 왼쪽으로 빙빙 돌아라" 라는 가사로 익숙한 이 노래는 당시 광주시민들이 "계엄령을 철폐하라 훌라훌라"로 개사해 불렀던 노래였다. 18일부터 부산 해운대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광주민주항쟁 33주년 기획전 <그날의 훌라송>은 다른 이들을 통해 불렸던 하나의 노래에 주목한다.

양쪽에서 갈려 불렸던 노래처럼 33년이 되도록 상처와 봉합을 거듭해온 광주의 5월은 지금도 완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사진전에 참가하는 11명의 작가는 그들이 내놓은 작품을 통해 광주의 아픔을 다시 살펴보고자 한다. 그날의 기억 뿐 아니라 이후에 치유를 향해 걸어왔던 기록이 110여 점의 작품으로 살아났다.

이 같은 시도는 전국에서 처음있는 대규모 전시라는 것이 기획전을 준비한 고은사진미술관의 설명이다. 그런데 왜 부산일까. 사진전은 1979년 유신에 종말을 고했던 부마민주항쟁의 뒤를 이어받아 일어선 광주를 위한 미안함과 고마움에서 출발했다.

망각기계 II, #02, Archival Pigment Print, 50x70cm, 2009
 망각기계 II, #02, Archival Pigment Print, 50x70cm, 2009
ⓒ 노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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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일인 18일 오후 6시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오는 7월 31일까지 고은사진미술관과 고은 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에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제1부 전시가 열리는 고은사진미술관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나경택 전 <전남매일> 사진기자와 이창성 전 <중앙일보> 사진기자가 담아낸 그날의 현장이 말해주는 진실과 5.18을 겪으며 사진가로 다시 태어난 이상일씨가 20여 년간 담아낸 망월동 묘지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엿볼 수 있다.

고은 컨템포러리 사진미술관은 5.18의 작가들이 재해석한 광주의 5월에 포커스를 맞췄다. 오형근과 강홍구, 노순택, 김은주, 김혜선, 오석근 등의 사진작가들이 펴내는 광주는 작가들의 카메라 속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단순한 5월의 광주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서 당시의 광주를 오늘의 모습으로 돌아보는 시도를 진행한다.

사진전 외에도 인문한적인 측면에서 광주를 바로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국문학자이자 문화비평가인 천정환은 5.18과 이후의 시간들이 우리 삶이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살펴보고, 사진평론가 이영준은 5.18과 관련한 사진들의 태도가 변화하는 것을 추적해 나간다. 전시는 <삶을 기억하라>, <실락원>, <마리오 쟈코멜리>> 전 등을 기획했던 송수정이 맡았다.


태그:#그날의 훌라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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