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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종편 출연 금지' 방침을 공식 해제했다. 대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편 때문에 선거에 패했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냉소와 무시, 그리고 간과로 일관해오던 종편 대응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는 종편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 개국 1년 반, 종편은 어디까지 왔을까. 데이터 분석과 취재를 바탕으로 '종편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해부해본다. 특혜와 편법으로 얼룩진 종편의 '정상화' 방안도 고민해본다. [편집자말]
문제는 여전했다.

개국한 지 1년 6개월이 된 종합편성채널(종편)의 현 위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4월 22일부터 10편의 기사를 통해 '종편의 민낯'을 입체적으로 해부해본 결과다. ('종편의 민낯' 기획기사 보러가기)

종편은 분명 개국 당시보다 나아졌다. 굴욕의 '0%대 시청률'은 벗어난 지 오래다. 지상파 시청률을 능가하는 드라마나 교양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개국 때부터 지적된 문제들은 여전했다. 여전히 본방송보다 재방송 비율이 높은 데다가 시사보도 장르에 편성이 쏠려 있다. 누적적자도 수백~수천억 원에 달했다. 방송의 선정성·폭력성·객관성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다가오는 2014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4사의 재승인 여부를 심사한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최근 "종편 4사가 재승인 심사에서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제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연 종편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지난 3일 대표적인 '종편 전문가'로 손꼽히는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을 만나 종편 정상화 및 재승인 심사 방안 등을 물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의 편성비율이나 방송의 질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선택적 의무전송이 필요하다"며 "선택적 의무전송이 시행될 경우 종편들은 의무전송채널로 선택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고, 자연스레 방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의 편성비율이나 방송의 질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선택적 의무전송이 필요하다"며 "선택적 의무전송이 시행될 경우 종편들은 의무전송채널로 선택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고, 자연스레 방송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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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김 연구팀장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종편 본방 비율, 제주 유선방송 채널에도 못 미쳐"

- 그동안 종편의 문제점으로 거론돼온 것 중 하나가 정치 편향성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치 편향성보다는 보도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보도에서 문제가 된 것은 정치적 편향성보다 '팩트' 부분이었다. 특정한 팩트를 일부러 보도하지 않거나 심할 경우 왜곡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있었다. 종편도 마찬가지다. 종편은 긴 호흡의 심층보도가 안 되는 것도 문제다. 4사 모두 지상파에 비해 탐사보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 높은 재방비율, 특정 장르에 쏠린 편성 비중, 방송 내용의 선정성·폭력성 등 종편 방송의 질을 두고도 논란이 많다. 
"종편 재방비율은 정말 문제다(기자주 : 2011년 12월 개국~2013년 2, 종편 4사 재방비율은 51.3%. 본방비율은 전체 방송시간의 절반도 안 된다). 제주지역의 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SO 사업자) 채널의 본방비율이 48% 이상이다. 종편이 지역채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결국 이런 문제는 종편이 졸속으로 도입되면서 생겼다. 종편이 승인될 당시 최소 자본금 비율, 대주주 조건 등의 문제에는 관심이 집중됐지만, '개국 이후 방송을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제시되지 않았다.

지상파가 지금과 같은 편성·본방비율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건 그동안 쌓아온 경험 덕분이었다. 또한 지상파는 2000년 방송법이 개정되기까지 방통위에서 고시한 편성비율을 따라야 했다. 즉, 지금 종편에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방송법 제69조 2·3항은 '종편 방송사업자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사항이 균형 있게 표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시청시간대에는 특정 방송 분야의 방송프로그램이 편중돼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보도·예능·드라마·교양 등 장르별로 '최소 몇 % 이상'이라는 편성비율을 방통위 고시로 규정해 따르도록 해야 한다.

선정성·폭력성 등 종편 방송의 질 문제는 제작비나 시청률과 연관성이 깊다. 고위층 성접대 파문 때 문제가 된 종편의 과도한 재연도 이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저렴하고, 화면상으로도 가장 시선을 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종편 방송의 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부에서 스스로 정화하는 게 중요하다. 외부 심의에서 지적하는 게 얼마나 효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 방송 편성표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볼 수 있나. 예고 없이 뉴스특보 등 편성표와 다른 방송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상파는 프로야구 경기 생중계처럼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는 방송을 대비해 항상 별도의 편성표를 만들어 놓는다. 종편은 개성공단에서 사람들이 얼마나 내려오느냐에 따라 편성표가 바뀐다. YTN·뉴스Y 등 보도전문채널은 어느 사안에서 속보가 있을 경우 뉴스특보를 중심으로 편성을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종편 4사는 말 그대로 '종합편성' 종편이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된다. 정 바꿔야 한다면 지상파처럼 자막을 통해 편성 변경을 알리거나 늦게라도 계획된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한다."

"'선택적 의무전송' 시행하면 종편끼리 경쟁... 방송 질 높아질 것"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만 유독 '의무편성채널'로 규정돼있다"며 "자유경쟁은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가 좋아하는 가치인 만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선택적 의무전송'으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만 유독 '의무편성채널'로 규정돼있다"며 "자유경쟁은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가 좋아하는 가치인 만큼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선택적 의무전송'으로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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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국 때부터 특혜 논란이 불거진 종편 의무전송체제도 정상화를 위해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 거론된다.
"종편만 유독 '무조건 의무전송'을 넘어 유료방송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방송해야 하는 '의무편성채널'로 규정돼있다. 지상파도 MBC, KBS2는 의무전송 채널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상파는 못하는데 어떻게 종편이 할 수 있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무조건 의무편성'에서 '선택적 의무전송'으로 종편 전송 규정을 전환해야 한다. 선택적 의무전송이란 '채널 2개 이상' 등으로 전체 채널에서 몇 개만을 의무전송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유료방송사업자가 종편채널 4개를 선택하면 전부 전송하는 거고, 3개의 채널만 원하면 3개 채널만 전송할 수 있다. 만약 유료방송 사업자가 채널A와 TV조선이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둘 중 하나만 전송할 수도 있다.(웃음)

실제로 공익채널은 선택적 의무전송체제를 따르고 있다. 공익채널은 사회복지·과학문화진흥·교육지원별로 각각 3개의 채널이 있는데, 유료방송 사업자는 방송법에 따라 이중에서 각 분야별 채널 1개 이상을 의무전송해야 한다.

편성비율이나 방송의 질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선택적 의무전송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무조건적 의무전송을 유지하면 재방·편성비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자유경쟁은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가 좋아하는 가치 아닌가. (웃음) 선택적 의무전송이 시행될 경우 종편들은 의무전송채널로 선택되기 위해 경쟁을 벌일 것이고, 자연스레 방송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 종편 출범 목적 중 하나가 지역방송사·독립제작사의 콘텐츠 육성이었다. 종편이 그 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보는가.
"드라마 부분에서는 JTBC가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지만, JTBC 드라마 제작사는 대부분 '드라마 하우스'라고 하는 자회사다. 그 자회사 한 군데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인력을 창출할 수 있는가 싶다. 다른 종편 채널도 초창기보다는 현재 교양이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방송을 위해 안정된 형식으로 제작사와 거래관계를 맺고 있지만, 그렇게 큰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없다. 종편의 외주제작사 콘텐츠 거래 및 편성비율을 지상파에 준하도록 규정해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종편 자체가 콘텐츠의 다양성과 경쟁력을 키우는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  종편이라는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는 채널 하나를 설립해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몇 개 채널이 아니라 시청자와 콘텐츠를 매개하는 플랫폼이 채널의 사활을 쥐고 있다.

오히려 종편에 기대했던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은 대기업이다. CJ는 이미 엄청난 비용을 콘텐츠 시장 사업에 투자했고, KT도 지난해 12월 말에 콘텐츠 플랫폼 '미디어허브'를 출범시켜 1000억 원 대의 콘텐츠 펀드를 만들겠다고 했다. 대기업뿐만 아니다. IPTV, 위성방송, SO 사업자, 앤스크린 등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거대사업자들이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힘을 쥐고 있다. 최근 카카오톡도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는 플랫폼으로 카카오페이지를 만들었다.

물론 종편 개국 전에는 외주제작시장에서 종편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봤다. 판권·저작권 등의 조건도 지상파보다 훨씬 좋아 반짝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의 상황으로 볼 때 그런 기대감은 물 건너갔다."

"유사 이래 첫 재승인 심사, 기준 제대로 정해야"

종편의 재승인 심사 기준에 대해 김동원 연구팀장은 "종편이 출범 취지에 맞춰 방송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편의 재승인 심사 기준에 대해 김동원 연구팀장은 "종편이 출범 취지에 맞춰 방송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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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편은 다음해 3월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심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종편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재승인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므로 심사 기준을 새로 정해야 한다. 2011년 3월 종편 승인 조건은 ▲ 방송법 준수 ▲ 사업계획서 내용 변경시 방통위 승인 획득 ▲ 경영의 투명성·효율성 확보 ▲ 다양하면서 독창적인 프로그램 편성 등 9가지였다. 이러한 것들을 재승인 심사 때 정량평가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종편이 출범 취지에 맞춰 방송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편이 매년 방통위에 제출하는 사업계획서 이행실적을 평가기준으로 둬야한다. 종편이 승인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 방송 공정성 ▲ 지역방송 콘텐츠 활성화 ▲ 어린이 및 장애인 등 소수계층 지원 ▲ 콘텐츠 공정거래 ▲ 방송장비 산업 기여도 ▲ 콘텐츠 산업 투자계획 ▲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 다음 이러한 조건들 중 계량이 가능한 항목은 정량평가로 반영해야 한다. 방송 공정성·투명성을 어떻게 계량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방통위가 승인조건 이행률을 계산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단, 정량평가로 공정성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일정 비율은 정성평가로 진행되기 때문에 문제는 남아있다. 심사위원들이 비계량 항목 심사를 통해 계량항목에서 낮게 나온 점수를 메워줄 수도 있다. 악의적 의도가 없더라도, 심사의원들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채점할 수도 있다. 심사과정 공개 등의 투명성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심사위원 명단을 밝히는 건 무리겠지만, 각 사업자가 부문별로 몇 점을 받았는지는 공개돼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측에서 종편 심사 당시 과정을 공개할 것을 청구하는 정보공개소송을 내서 승소한 바 있다. 이런 논란의 소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심사결과에 대한 상세한 공개가 필요하다."

-종편의 누적적자 문제는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까.
"자기자본금 잠식 비율이 크다거나 직원 급여가 미지급되는 등 경영상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을 경우에는 문제제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손실 여부를 종편 재승인 심사 조건으로 두기는 어렵다. 다른 기존 채널들도 사업 초반에는 큰 손실들이 있었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재승인 심사기준에 미달되면 사업자를 제재하겠다"고 했다. 어떤 제재가 이뤄질까.
"지금까지의 전례를 봤을 때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되기 어렵다. 우선, 심사를 위한 평가자료 부실이 문제가 돼 평가자료 다시 제출 후 재심이 이뤄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청문을 할 수도 있다. 재승인 심사에서 승인취소가 된 iTV는 청문 과정을 거친 바 있다. 또, 1~2년 이내에 재심사를 한 번 더 받는 제재도 있다. 하지만 점수가 안 나왔다는 이유로 바로 제재를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종편 채널을 줄여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종편 관계자들은 "있는 걸 없애긴 힘들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전에 그런 식으로 해서 없어진 지상파 채널이 iTV다. 당시 관계당국이 iTV의 경영상태를 판단해 '더 이상 운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재승인을 취소했다. 이러한 상황이 또 한 번 벌어지는 것은 힘들다.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종편 사업자 스스로 채널을 반납하는 방법밖에 없지만, 지금 상황에서 종편 4사가 쉽게 빠질 것 같지는 않다."

-종편 4사의 순위를 매긴다면 누가 1등이라고 보는가.
"'종합편성'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나마 JTBC가 낫다. MBN이 그 다음이다. 채널A와 TV조선은 우열을 못 가리겠다. 저희 부모님이 두 채널을 보시는데, 같은 채널인 줄 아시더라.(웃음)"

-공정하고 투명한 재승인 심사를 위해 언론·시민사회단체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그동안 종편에 대한 대응의 상당 부분은 모니터링이었는데, 앞으로는 정부가 공언한 종편 출범 취지를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종편을 통해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지, 종편과 외제작사의 거리는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살펴봐야할 것이다. 특히 종편과의 관계에서 '을'의 입장에 있는 분들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난해 3월에도 독립제작사협회가 성명을 내 종편의 불공정거래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인터뷰 내용을 보고 종편에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실제로 종편 내부 관계자는 "페이퍼는 페이퍼다(사업계획서는 서류일 뿐이라는 뜻)"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국을 두고 반대가 거센 와중에 제출한 사업계획서가 페이퍼 워크(서류상 업무)에 그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승인 직후 독립제작사나 콘텐츠 시장이 가졌던 큰 기대를 생각했을 때 페이퍼 워크만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종편의 사업계획서 내용은 종편의 의무이기도 하다."


태그:#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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