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혁 CP가 이끄는 JTBC <썰전>은 시사와 예능을 결합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운혁 CP가 이끄는 JTBC <썰전>은 시사와 예능을 결합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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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종합편성프로그램(이하 종편)에서 가장 '핫'한 프로그램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단연 JTBC <썰전>이 첫 손에 꼽힐 것이다.

시사와 예능을 적절하게 섞어낸 <썰전>은 종편 예능답지 않은 신선함과 세련미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을 살펴보면 눈에 익은 이름 하나가 보인다. 바로 한국 예능계의 전설적 인물 중 하나인 여운혁 CP(책임 프로듀서)다.

'예능왕국 MBC'를 건설한 여운혁 신화

1993년 MBC에 입사하며 예능 PD로 첫 걸음을 내딛은 여운혁은 '예능왕국 MBC'를 건설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전설적인 스타 PD 중 한 명이다. 90년대 최고의 예능 PD였던 '쌀집아저씨' 김영희 밑에서 연출을 배운 그는 2000년 <목표달성 토요일>을 통해 본격적인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며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바야흐로 MBC 예능국에 여운혁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운혁의 프로그램은 언제나 예능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그는 <목표달성 토요일>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터를 닦았고, <천생연분>을 연출해 연애 버라이어티 붐을 일으켰으며, <무릎팍도사>와 <라디오스타>로는 1인 토크쇼와 집단 토크쇼의 신기원을 열었다. 21세기 대한민국 예능의 기본적인 토대는 여운혁이 닦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펼친 것이다.

 김국진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통해 집단 MC 체제 적응에 성공했다.

김국진은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를 통해 집단 MC 체제 적응에 성공했다. ⓒ MBC


특히 여운혁의 탁월한 기획력과 프로그램 관리 능력은 자타공인 동급 최강을 자랑한다. <무한도전><우리 결혼했어요><놀러와><무릎팍도사><라디오스타><명랑히어로> 등 MBC를 대표하는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의 CP로 활약한 그는 적재적소의 인적 자원 활용과 다양한 포맷 운영, 타 방송사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콘셉트의 차용 등 과감하고 효율적인 시도로 MBC 예능에 새 기운을 불어 넣었다.

대한민국 톱 MC들과 오랜 인연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의 강점 중 하나다. <목표달성 토요일><무한도전>으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춘 유재석은 물론이거니와 <천생연분><무릎팍도사>의 강호동, <라디오스타><명랑 어로>의 김구라 등 당대 가장 재능 있는 진행자들과 돈독한 친분을 쌓았고, 그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동반성공의 길을 걸었다. 그의 프로그램에 언제나 유명 진행자들이 즐비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여운혁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2001년부터 2011년, 약 10여년의 세월 동안 MBC 예능은 양적, 질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연애 버라이어티, 1인 토크쇼, 집단 토크쇼, 오디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대거 만들어지며 트렌드를 선도했고 이때 그의 손에서 기획된 작품들은 여전히 MBC 예능의 '축'으로 자리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 뿐 아니라 감동과 의미까지 전달하는 '종합선물세트'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그가 등장하고 나서부터다.

종편 개국 1년 반, 여운혁의 실험은 계속된다

 <남자의 그 물건>과 <썰전>으로 김구라는 여운혁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급부상했다.

<남자의 그 물건>과 <썰전>으로 김구라는 여운혁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급부상했다. ⓒ JTBC


그래서였을까. 2011년 4월, MBC 예능국의 전설적 존재였던 여운혁이 막 개국한 JTBC로 자리를 옮긴다는 소식은 꽤 놀라웠다. MBC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끈끈한 인연을 맺은 그가 도대체 왜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종합편성채널로 옮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JTBC 이적 2년이 흐른 지금,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여운혁의 진가를 보노라면 이런 의문은 싹 사라지게 된다.

MBC에서 해 볼 것은 다 해본 여운혁은 최근 JTBC를 새로운 예능왕국으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그가 기획하고 연출한 많은 프로그램들이 종편 예능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여운혁의 진가'는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른바 종편식 떼 토크쇼의 원조격인 <닥터의 승부>를 시작으로 <신동엽 김병만의 개구쟁이><신화방송><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히든싱어><남자의 그 물건><썰전>에 이르기까지 여운혁이 손을 댄 프로그램 중 몇 가지는 종편 4개사를 통틀어 도드라진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0~1%대 시청률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화제성과 작품성에서도 종편답지 않은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히든싱어>는 모창을 세련된 구성으로 활용해 시청률 4%를 넘기며 인기를 과시하고 있고, <닥터의 승부><신화방송>은 만들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종편의 세계에서 1년 넘게 장수하고 있으며, <남자의 그 물건>은 정보 전달 뿐 아니라 예능적인 측면을 강조해 실용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지상파 예능과 확실한 차별화를 두는 동시에 다른 종편사는 시도하지 않는 다양한 포맷의 예능을 전진 배치한 셈이다.

특히 시사와 예능을 적절히 섞어내며 높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썰전>의 선전은 여운혁 표 기획의 백미다. 지상파가 절대 하지도, 할 수도 없는 포맷을 과감하게 시도하며 종편의 색깔을 극대화 하는 솜씨는 가히 일품이고, 건들기 어려운 이야기들을 쉽고 재밌게 풀어가는 수완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MBC 시절 기획한 <명랑 히어로>를 종편식으로 재해석해 날카로운 비평 속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종편행을 꺼리고 있는 유재석-강호동 대신 김구라가 여운혁의 새로운 페르소나로 맹활약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라디오 스타><명랑 히어로>에서 여운혁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남자의 그 물건><썰전> 등 여운혁의 간판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며 전에 없이 확고한 개성을 발현하고 있다. 이로써 당분간 JTBC 예능은 '여운혁 CP-김구라 진행' 체제가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여운혁은 18년 MBC 생활을 청산하고, JTBC의 '예능 구세주'로서 새로운 기로에 서 있다. 종편 개국 이후 1년 반 동안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한 끝에 그의 프로그램들이 하나 둘씩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그는 과거 MBC를 예능 왕국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JTBC를 새로운 예능 왕국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넘치는 창작욕과 비상한 재능으로 동시대 가장 위대한 예능 PD로 추앙받고 있는 그가 다시 한 번 '대형사고'를 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http://entertainforus.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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