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첫 방송된 SBS <맨발의 친구들>의 한 장면. (왼쪽부터) 강호동·김범수·유이·김현중이 베트남 사막 한가운데 있다.

지난 21일 첫 방송된 SBS <맨발의 친구들>의 한 장면. (왼쪽부터) 강호동·김범수·유이·김현중이 베트남 사막 한가운데 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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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SBS의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발의 친구들')>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진짜 고생'을 겪으며 '참행복'을 찾아간다는 것이라고 한다.

강호동·윤종신·유세윤·김현중·김범수·윤시윤·은혁, 그리고 여성멤버인 유이까지 여덟 명의 멤버들은 공항에 도착해서야 프로그램과 서로의 이름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수행해야 할 미션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당연지사. 그들은 미션의 수행지인 베트남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졌는데, 한 팀은 사막에서, 한 팀은 도심에서 각각의 과제를 수행했다.

진지함 돋보이는 요즘 예능…그래도 중요한 건 '웃음'

요즘의 예능프로그램의 인기 요인 중 가장 큰 것을 꼽으라면 아마도 '자연스러움'일 것이다. 최근 시작되어 호응을 이끌고 있는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인간의 조건> <땡큐> 등의 프로그램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연스러움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 위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그것에 진지한 주제를 더한다는 것이다. 물론 다큐멘터리 식의 진지함은 아니지만, 출연자들이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최대한의 진지함과 열성을 보이는 가운데 터져 나오는 웃음은 그 무엇보다 프로그램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차치하고, 예능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분명 '웃음'을 만들어내는 일일이다. 간단하게 보이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앞의 조건들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또 하나 요즘 예능의 특징이라면 유명인들이 잡담, 사담을 늘어놓던 것에서 '리얼'을 강조하는 생동감 있는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남의 이야기를 그저 듣는 것에 그치던 수동적 형태에서 우리 주변에서 능동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소박한 일들이 소개되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멤버들이 과제의 수행을 힘들어하고 그것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던 형식은 이제 조금 구식으로 여겨진다. 예전에는 시청자들이 평상시 접하기 힘든 일들을 멤버들이 힘겹게 수행해 나감으로서 감탄을 이끌어냈다면, 이제는 시청자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실천가능한 정도의 과제를 수행함으로서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돕는 것이다.

 SBS <맨발의 친구들> 출연진이 베트남의 전통 교통수단인 Cyclo(씨클로)기사로 변신했다.

SBS <맨발의 친구들> 출연진이 베트남의 전통 교통수단인 Cyclo(씨클로)기사로 변신했다. ⓒ SBS


캐릭터 구축 위해 사전준비 철저히 해야

그렇다면 새 예능 <맨발의 친구들>은 그 중 어떤 것들을 충족시켰을까. 40도가 넘는 더운 날씨의 베트남까지 날아가 사막에서 고된 일정을 보내고, 씨클로(베트남 전통 교통수단)를 운행하며 돈을 벌어야 했던 멤버들은 과연 고생한 만큼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아낼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두 팀으로 나뉜 멤버들이 수행한 과제가 어떤 목적을 띤 것인가도 불분명했을 뿐 아니라, 어떤 과제가 주어질 것인지도 모르고 헤매던 멤버들의 모습은 답답함을 불러일으켰다.

현지인의 삶과 문화 등에 빠르게 적응시키려는 제작진의 계획 때문이었을까. <맨발의 친구들>은 처음 대면한 멤버들 간의 서먹함을 풀어주려는 노력 없이 급하게 진행되었다. 그 느낌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전이될 수 있다. 그래서 초반 멤버들 간의 친밀감 도모와 캐릭터 구축은 프로그램의 안착을 위한 일종의 완충장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맨발의 친구들>은 멤버들을 별다른 완충장치 없이 곧바로 두 팀으로 나누어 실전에 투입시켰다. 예능의 캐릭터는 멤버들이 거리낌 없이 부대끼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그 자리를 깔아주어야 할 제작진이 초반부터 서로를 갈라놓은 것은 의아한 일이다.

그들조차 어리둥절해 했던 일련의 과정이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해 주었을 리 만무하다. 목적이 아무리 좋은 과제라도 그 수행과정이 보는 사람을 힘겹게 만든다면 좋은 평가를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공감보다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즐거울 리가 있겠는가.

외국인들과의 의사소통이나 사전정보 없는 곳에서의 현지 적응 등, 느닷없이 맞닥뜨린 상황에서 웃음을 만들어내려면 멤버들의 순발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배우, 가수 등의 직업을 가진 멤버들에게 단 1회 만에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수라 볼 수밖에 없었다.

'가식 없이' 현지의 문화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아무런 준비 없이'라는 뜻과 혼동되어서는 곤란하다. 그 어떤 정보도 주어지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긴박감과 궁금증을 자아내기는커녕 프로그램이 급조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만을 전했다. 사전준비 없이 시작된 일정은 멤버들의 현지에서의 적응을 힘들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갑갑증을 선사해 주었다. '자연스러움'을 주려고 했던 연출이 오히려 자충수가 된 것.

<맨발의 친구들>의 여러 미션들은 이미 다른 예능들에서 많이 사용했던 것들로 전혀 새롭지 않다. 출발점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우선돼야 한다. 멤버들의 성실함 또한 그런 후라야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예능을 넘어설 그 어떤 것들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 상황. 제작진의 분발이 요구된다.

한편 SBS <맨발의 친구들> 첫 방송은 5.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저조한 시청률로 출발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맘마미아>가 5.9%로 근소한 차이를 보이며 앞섰고,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13.1%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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