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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강호동이 돌아왔다.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이하 '맨발의 친구들')의 문을 차례로 열며, 작년 11월 복귀 이후 반 년 만에 주특기인 야외 버라이티를 들고 나왔다.

이제 방송가의 시선은 강호동이 어떤 성적을 낼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과연 강호동은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당대의 톱 MC로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달빛 프린스>의 북 토크는 강호동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달빛 프린스>의 북 토크는 강호동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이었다. ⓒ KBS


강호동의 변신 '달빛 프린스', 왜 실패했나

지난 6개월 간 강호동의 복귀 성적표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자신의 대표 프로그램 중 하나였던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경쟁 프로그램들에게 밀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기 때문이다. 컴백작으로 선택한 SBS <스타킹>이 10%대 초중반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위안 삼을 만하지만, <무한도전>에 종종 시청률 1위를 내주고 있다. 흥행보증수표로 명성을 떨친 강호동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호동에게 치명타를 안긴 작품이 바로 복귀 이후, 유일한 신설 프로그램이었던 KBS 2TV <달빛 프린스>다. <안녕하세요>의 성공을 이끈 이예지 PD와 문은애 작가가 제작진으로 나서고, 탁재훈·정재형·용감한 형제·최강창민 등이 합류한 이 프로그램은 출범 전부터 강호동의 부활을 이끌 최대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KBS로선 화요일 심야시간대 장악을 위해 빅 카드를 내 놓은 셈이다.

사실 강호동은 <달빛 프린스>를 통해 나름의 변신을 시도하고자 했다. 바깥에서 뛰어다니며 소리 지르는 예전의 모습 대신, 그는 스튜디오에 앉아 전체를 통솔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진행자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고 싶어 했다. 모두가 예상하는 야외 버라이어티가 아닌, 신선한 콘셉트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확실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스텝이 꼬였다. <달빛 프린스>가 표방한 '북 토크' 콘셉트가 강호동의 기본 이미지와 잘 어울리지 않았을 뿐더러, 오히려 그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는데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책'과 '강호동'을 쉽사리 매치 시키지 못했고, 강호동 스스로도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불편해 했다. 야심차게 책이라는 소재를 예능과 접목시켰지만 이를 제대로 소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강호동의 생각과 달리 대중은 여전히 그만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그리워했다. 세트에 갇혀 있는 정적인 진행 대신 멤버들을 리드하며 전국을 종횡무진하고, 때로는 제작진과 기 싸움도 서슴지 않는 동적인 진행을 요구한 것이다. 강호동은 <달빛 프린스>의 실패를 통해 대중이 원하는 것은 섣부른 변신이 아니라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MC를 맡은 강호동.

지난 9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MC를 맡은 강호동. ⓒ KBS


스포츠와 야외 버라이어티, 그가 잘 할 수 있는 것

<달빛 프린스>의 조기 종영으로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에서 강호동이 꺼내 든 카드는 '스포츠'와 '야외 버라이어티'다. 대중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다. 승부사 강호동답게 자신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을 정면돌파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번에 밀리면 숙원인 '유-강 체제' 복원은커녕 국민 MC로서의 위상에도 금이 가는 만큼 필사의 각오로 매달려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달빛 프린스> 후속으로 내놓은 <우리 동네 예체능>은 강호동의 장점을 집대성 한 프로그램이다. 천하장사 강호동의 건강한 이미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스포츠를 소재로 차용했고, 일반인들과의 대결을 콘셉트로 잡음으로써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강호동 특유의 친근함과 넉살이 빛을 발하게 됐다. 그야말로 강호동의, 강호동에 의한, 강호동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라인' 직계라고 할 수 있는 이수근이 보조 MC로 합류한 것 역시 강점 중 하나다. <1박 2일>을 통해 강호동과 찰떡궁합 호흡을 보여 준 이수근은 적재적소에 치고 빠지는 진행으로 강호동의 캐릭터를 살려주면서 프로그램에 활력을 더한다. 강호동 못지않은 빼어난 운동 실력 또한 진행자로서 부족함이 없다. 강호동으로선 오랜만에 든든한 파트너를 다시 만나게 됐다.

주중 심야에 대세로 자리 잡은 '실내 토크쇼'를 과감히 거부한 강호동의 선택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경쟁 프로인 SBS <화신>과 확실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토크쇼에 식상함을 느껴온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야 예능 자체가 침체 분위기에 접어든 지금 역동성과 활동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를 새롭게 공략하는 건 매우 훌륭한 전략이다. 이는 언제나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는 강호동의 스탠스와도 부합한다.

프로그램이 완전히 정착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달빛 프린스> 때와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강호동이 살아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제는 한 두 번의 시청률 수치로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인내심과 꾸준함을 가지고 시청자를 마주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은 강화하는 과정을 거쳐나간다면 분명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4월 21일 방송을 앞두고 있는 <맨발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멤버들과 배낭여행을 하면서 여러 미션을 수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캐릭터 쇼와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의 베테랑인 강호동의 엑기스만을 뽑아 만든 프로그램이다. 강호동의 리더십과 잠재능력을 믿고 지원을 한다면 기대하는 결과를 뽑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예전의 기량을 하루라도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강호동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자신의 '절대반지'와도 같은 스포츠와 야외 버라이어티를 들고 나온 이상 이쯤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우리 동네 예체능>과 <맨발의 친구들>의 쌍끌이 흥행을 이끌어 내면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면 찬란했던 '강호동 시대'도 다시 열리게 될 것이다. 방송 인생 20년 만에 중차대한 기로에 서게 된 승부사 강호동의 새로운 도전이 과연 어떤 열매를 맺게 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한편 지난 9일 첫 방송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은 전국 기준 6.2%(닐슨코리아, 이하 동일)의 시청률을 기록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SBS <화신>은 4.9%, MBC <PD수첩>은 5.3%로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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