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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회사들의 '문자 장사'는 수천억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의 '문자 장사'는 수천억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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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겨레> 경제면 '쪽지뉴스'를 보니 그동안 대부분의 신용카드사가 현금으로 받아 챙기던 카드 거래내역 문자(SMS) 알림 서비스를 신용카드 포인트로 먼저 결제하도록 바꾼다는 약간 '반가운' 소식이 있었습니다. 삼성·롯데·우리·하나SK·비씨카드는 5월 1일부터, 현대카드는 상반기 안에 이를 도입한다고 합니다. 신한카드·KB국민카드는 이미 포인트 선결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가 약간 '반가운' 소식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왜냐하면 카드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는 신용카드 회사가 당연히 무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인데, 그동안 매월 300원씩 받아 챙기다 이제서야 포인트로 차감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매월 300원씩 받는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 이용료 매출 총액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에 발급된 신용카드가 1억 장을 훨씬 넘은 상황에서 그중 절반인 5000만 장이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추산해도 무려 매월 150억 원이나 되는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게 됩니다.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 이용 추산치를 낮춰 잡아 1억 장 중에서 30%만 이를 이용한다고 계산해도 신용카드 회사들은 매월 약 90억 원, 연간 900억 원가량을 챙기는 게 됩니다. 여기에 최근 발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체크카드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까지 포함하면 신용카드 회사들의 '문자 장사'는 수천억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이런 추세에 은행권이 가세한 모양새입니다. '보이스 피싱 위험'을 핑계로 통장 입출금 내역을 문자로 알려주는 유료 서비스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월 2000원씩 수수료를 받는다고 합니다.

금융감독원이 나서서 소비자 보호와 편의를 위해 현금 결제 대신에 포인트로 우선 결제하도록 했다는데, 사실 가만히 따져보면 포인트로 우선 결제하도록 할 게 아니라 '무료 서비스'가 돼야 합니다.

본인 확인절차만 있다면 거래내역 알림, 필요 없다

신용카드 문자 알림 서비스 이용을 권유하는 소비자 교육 자료
 신용카드 문자 알림 서비스 이용을 권유하는 소비자 교육 자료
ⓒ 한국소비자보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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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가 무료화돼야 하는 이유는 이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신용카드 사업자를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입니다.

신용카드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여러 건의 신용카드 복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신용카드를 사용하다가 복제를 당하기도 했고, 해외여행 중 신용카드를 복제당하기도 했답니다. 또한 신규 발급한 신용카드를 배송 회사에서 복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해외의 신용카드 전문 복제 사기단이 국내에 들어와 가맹점을 차려 놓고 대량으로 신용카드를 복제해 부정 사용하는 사고도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회사들은 카드 복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자구책'(?)으로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타인이 자신의 신용카드 카드를 복제해 불법 사용하는 경우, '즉시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만약 신용카드가 복제 위험이 없는 완벽한 보안장치가 돼 있다면, 많은 소비자들은 굳이 번거롭게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복제의 위험이 있는 신용카드를 그대로 두고 소비자에게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면서, 이용료를 받는 것은 '병 주고 약 팔아먹는' 심보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위 이미지는 일전에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만든 소비자 교육자료(신용카드 사용 십계명)에 나옵니다. 이 자료를 보면 '카드의 도난, 분실 시 부정 사용 여부를 즉시 확인할 수 있고, 가맹점의 이중 청구를 비롯한 사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 이용을 권합니다.

부정 사용 위험, 왜 소비자가 책임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것은 모두 신용카드의 부실한 본인 확인 시스템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격이지요. 지금 사용 중인 신용카드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할 경우 훔치거나 습득한 사람은 아무런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신용카드 회사가 결제시 서명 이외의 다른 본인 확인(비밀번호 등)을 거치도록 시스템을 바꾸면 이런 위험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신용카드 회사는 도난·분실 사고가 일어나면 타인의 부정 사용 가능성은 방치해놓고, 그 책임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를 돈 내고 이용하라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신용카드 거래내역 알림 서비스를 포인트로 결제하도록 할 게 아니라 '무료화'하는 게 마땅합니다. 불법 복제·도난·분실 시 부정 사용의 위험이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한 회사가 부정 사용의 위험을 막을 수 있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닐까요.

신용카드 포인트는 현금은 아니지만, 카드 회사들이 늘 하는 말처럼 '현금과 다름없이 쓸 수 있는 소비자들의 자산'입니다. 위험한 신용카드 때문에 번거로운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소비자가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신용카드, #SMS, #문자서비스, #수수료, #이용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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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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