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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해마다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이 함께하는 '울산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아래 대책위)가 조사한 산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지역 산재자는 모두 2668명이며, 이중 73명이 숨졌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울산신항 공사 때의 선박전복사고(석정36호사건) 사망자 12명을 산재 사망에 포함할 경우에는 85명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2008년 59명, 2009년 58명, 2010년 60명, 2011년 64명 등 지난 5년간 산재사망 통계 중 최악인 셈이다. 이 통계만 봐도 산재 사망자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1일 오전 11시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조사한 산재은폐 결과를 보고하며 산재 사망 발생 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산재사고 90%, 사업주의 산업안전법 위반 때문"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 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4월 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재 사망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등 지역노동자건강권대책위가 4월 1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산재 사망 처벌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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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산재사고를 노동자의 안전불감증으로 매도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이것은 완전한 허위"라며 "산재사고 90%가 사업주의 산업안전법 위반 때문에 생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 울산 바다에서 일어난 석정36호 전복사고와 전남 여수산단 대림산업 폭발사고는 저가입찰손실만회·공기 단축을 통한 이윤확대를 위해 노동자들을 희생시킨 대참사였다"며 "자본의 탐욕이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대책위는 우리나라 산재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즉 산재율은 세계 최저수준인데, 사망률은 최고 수준이라는 모순이 산재를 은폐하기 때문에 나온다는 것,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재 사망률(1만 명당 사망자 수)은 1.20명(2012년 기준)으로 독일과 일본의 5배고, 미국의 3배다. 하지만 산재율은 0.59%대로, 미국의 4%대나 독일의 3%대에 비교해 턱없이 낮다. 대책위는 이를 두고 "우리나라 산재 통계는 산재율이 낮은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산재의 심각성과 산재은폐의 실태를 증명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금속노조 울산지부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최근 4일간 울산 동구지역 산재은폐 실태조사를 한 결과, 동구지역에서만 86건의 산재은폐 사례를 발견했다며 "짧은 시간, 특정 지역의 조사결과가 이렇다면 실제 산재은폐는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실제로 이번 조사 결과 현대중공업 사측은 작업 중 추락, 질식 등 중대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산재보상을 회피하기 위해 부검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쓰러진 노동자를 응급 차량이 아닌 트럭으로 옮기다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관련기사 <"사람이 쓰러졌는데... 왜 119 대신 트럭 불렀나">).

노동계 "산재사망은 살인, 산재사망처벌강화특별법 제정해야"

그렇다면 산재와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은 무엇일까.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로는 산재사망 1위 국가라는 오명을 결코 벗을 수 없다며 특단의 처벌강화책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노동자건강권대책위는 "OECD 산재사망 1위 국가라는 오명과 빈발하는 중대재해·폭발사고에도 사업주 처벌은 경미한 수준"이라며 "지난 2008년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건에 대한 처벌은 사업주 벌금 2000만 원이 전부였고,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 4명이 사망한 이마트 사고는 벌금 100만 원에 그쳤다"고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1년 반 동안 15명이 사망하고 183건의 산재은폐와 1394건 산업안전법 위반이 적발된 한국타이어에 대해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며 "최근 3년간 중대재해로 검찰에 송치된 2290건의 처리 결과 대다수가 벌금형이며,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은 2.7%로 그나마 실형은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책위는 산재사망처벌강화특별법(기업살인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산재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은 산재은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망사고가 발생할 시 업무상 과실치사에 준하는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며 "사업주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고 법위반 행위에 대한 엄중 처벌을 내용으로 하는 산재사망처벌강화특별법을 제정하면 산재발생 및 산재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과 미국·호주·캐나다는 이미 기업살인법을 제정하거나 산업안전법 위반에 대해 중형을 부과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경우 산재사망 사고에 대해 살인죄를 적용하고, 노동자 1명이 사망한 사고에 6억9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 결과 영국의 2010년 산재사망률은 0.04%로 낮아졌다.


태그:#산재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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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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