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한자리에 모인 배우 이용주, 송영재, 정진욱, 최종훈, 김민찬, 백봉기, 김재우, 이장훈이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한자리에 모인 배우 이용주, 송영재, 정진욱, 최종훈, 김민찬, 백봉기, 김재우, 이장훈이 미소를 지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 주장, 반론 그리고 인터뷰 등 시민기자들의 취재 기사까지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군대를 배경으로 한 이른바 군디컬 드라마 tvN <푸른거탑>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고 들었다. 채널을 돌리다 몇 장면과 조우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화제의 <푸른거탑>을 한참 전부터 볼 수 없었다. 그건 당시 내 자식이 바로 그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다가올 첫 휴가를 기다리고 있는 '꼬래비' 신병의 엄마가 됐다. 굳이 아픈 엄마의 이야기를 다룬 슬픈 에피소드가 아니더라도, 새가슴 엄마에겐 그저 군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그게 고생이든 해프닝이든-그 자체만으로도 '저러고 지내겠지' 하는 마음에 어느새 눈물이 주르륵한다.

'푸른거탑'의 리얼리티, 조직의 웃지 못 할 역학관계

현직의 의사들은 메디컬 드라마를 안보고, 국정원 직원들은 <7급 공무원>을 안본다고 한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이 드라마 속 그 내용과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언제나 의학 드라마가 방영되면 그 드라마가 병원 현실을 얼마나 리얼하게 반영해 냈는지 분석하는 기사가 올라오곤 한다. 실제 MBC <골든타임>처럼 그 리얼함을 잘 담아낸 드라마가 사람들 사이에 화제가 된 경우도 있다.

마치 그렇게 의학 드라마의 현장성이 그 드라마의 관건이 되는 것을 상징하기라도 하듯, 군대를 배경으로 한 <푸른거탑>은 군디컬 드라마라는 이색 장르(?)를 내걸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담보해낸 현장성은 <골든타임>에 못지않게 화제가 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최종훈과 백봉기가 내무반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최종훈과 백봉기가 내무반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소비했던 자신의 군대 이야기를 <푸른거탑>을 통해 복기하며 즐기고 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이 가진 것 없었던 시절의 고생하던 이야기를 이제는 뭉클한 미소를 띠고 보게 돼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현직 군인들은 어떠냐고? 그 시간에 군인들은 취침중이다!

<푸른거탑>의 현장성은 드라마 중간에 나왔던 '밀리터리블'의 무한 삽질 등 리얼한 현실에만 있지 않다. 그것도 그것이지만, 오히려 더 <푸른거탑>이 현실적인 것은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 그리고 그들의 웃지 못 할 물고 물리는 역학 관계에 있다.

흔히들 '군대 다녀오면 사람 된다'는 속설은 바로 그 계급에 따라 철저히 가려지는 강자와 약자의 먹이 사슬을 제대로 체험하고 깨닫게 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본질에 순응할 수 있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을 의미한다. 아들들을 남고에 이어, 군대에 보내 본 어미로써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남성들만의 조직 사회에 몸담는다는 의미는 엎어질 때 엎어지고 구를 때 구를 줄을 아는 걸 배워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뭔지가 궁금하면 <푸른거탑>을 보면 된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백봉기와 이용주, 정진욱이 사진기자의 카메라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마이스타가 22일 오후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 진행 중인 tvN 군디컬드라마 <푸른거탑> 촬영현장을 방문했다. 배우 백봉기와 이용주, 정진욱이 사진기자의 카메라 앞에서 장난기 가득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 이정민


'짐승'이었던 시간을 복기하며 낳는 그리움

거기에 또 하나, 철저하게 본능에 충실하달까? 집에선 남자라도 의상의 핏을 살리기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하던 아들이 첫 면회에서 과자가 그렇게 맛있는 건줄 몰랐다고 토로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종교적 의식을 경험하지 못한 아들이 자랑스럽게 교회에 가서 초코파이도 받고 여고생들의 연주도 보았다고 편지를 쓴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들이 생각지도 못한 곳에 배치를 받게 된 '멘붕'을 풀 수 있는 건 PX뿐이었다. 그런 아들을 위해 엄마는 주섬주섬 신문에 나온 걸 그룹의 광고 사진을 오려다 주고.

그런 이야기들이 <푸른거탑>이란 드라마의 정서로 그대로 실려 있다. 고참이 후임들을 데리고 하는 게임 시뮬레이션이나, 후임을 위한답시고 하는 만화 패러디는 고등학교 교실에서 다 큰 남자아이들의 '나는 각시탈이다~'하며 책상에서 뛰어내리는 그것과 다르지 않은 '유아적 마인드'이다.

그리고 그 유아적 마인드를 불러온 것은 자신이 마음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한 반작용이다. 개성 따위, 하고픈 일 따위는 다 개에게나 주어 버리고, 대학 입시를 향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탈색시킨 남자들에게 남은 것은 어느 소설에서 등장한 그 문구, '내가 짐승이었던 그 시간'이다. 

거기서 그들에게 남은 것 그리고 할 수 있는 것은 먹는 거나, 사회에서 즐기던 것을 재현하거나, 다가서지 못할 이성의 대리인이라도 좋아하는 것 외엔 없다. 그리고 그런 짐승(?)들의 이야기를 <푸른거탑>은 빼곡하게 복기한다.

그리고 이제는 사회에 나와 멀쩡하게 사람의 옷을 입고 사람인 척 살아가는 남자들은 <푸 거탑>을 보면서 한때 본능에 충실하며 살아가던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한다. 은근히 그리워하면서.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5252-jh.tis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푸른거탑 군대 군디컬 밀리터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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