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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 동영상이 SNS(페이스북)를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다.

평소와 같이 한 SNS에 접속한 어느 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SNS상에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동영상이 버젓이 게시돼 있었다. 음란 동영상이 수만건의 '좋아요(추천)'를 타고 내 눈 앞에 등장한 것이었다.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난리도 아니었다. "더럽다", "부끄럽다", "역겹다", "ㅋㅋㅋ" 등 조롱과 야유가 섞인 말들로 가득했다. 며칠이 지난 후 다시 한 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이번에는 한 남성이 자위행위를 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영상 또한 수 만 건의 '좋아요'를 등에 업고 퍼진 것이었다.

음란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노출된 원인은 '좋아요' 기능 때문이다. '좋아요'는 SNS의 주요 기능 중 하나다. 가령 A라는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에 B라는 이용자가 호감을 표시하면, B이용자와 친구를 맺고 있는 C나 D도 A의 게시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좋아요'를 누른 이용자가 10명이라고 하더라도, 그 10명의 친구까지 계산하면 그 숫자는 어머어마 해진다.

60대 지하철퀵배달원이 '좋아요' 1만 건을 목표로 올린 SNS 게시물
 60대 지하철퀵배달원이 '좋아요' 1만 건을 목표로 올린 SNS 게시물
ⓒ 달인지하철퀵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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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기능에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60대의 한 지하철택배원은 "저는 지하철 택배원입니다. '좋아요' 1만 번 넘으면 회사에서 제주도 여행을 보내준대요, 젊은이 여러분 도와주세요"라는 글을 이 SNS에 올렸다. 이 글은 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졌고 하루도 채 안 돼 4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며칠 뒤 노인은 사측에서 제주도 휴가 약속을 지켜줬다며 감사의 글을 올렸다.

이렇게 '좋아요' 기능은 이용자들 간의 광범위한 소통을 돕는 긍정적인 기능도 발휘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SNS를 통해 사회적 이슈가 발굴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은 자신을 홍보하는 데 SNS를 이용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이용자에게 '스타'가 되는 희열감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좋아요' 순기능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 드러나

만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좋아요'는 서서히 그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좋아요'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도구로 이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포르노 영상뿐만 아니라 각종 19금 영상들도 쉽게 유포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케이블 방송의 19금 코미디 프로그램은 SNS의 단골손님이다. 매주 방송되는 이 프로그램은 방송이 끝나기 무섭게 SNS에 올라온다. 영상에는 19금답게 노골적인 성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SNS 통해 유포되고 있는 한 케이블 채널의 19금 코미디 프로그램
 SNS 통해 유포되고 있는 한 케이블 채널의 19금 코미디 프로그램
ⓒ 페이스북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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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SNS를 뜨겁게 달군 영상은 이렇다. 한 개그우먼이 '초콜릿으로 만들어진 알몸의 남성'을 어루만지며 맛있게 먹는다. 초콜릿을 깨물자 이내 하얀 액체가 흘러내린다. 그녀는 흘러내린 액체를 혀로 핥는다. 상당히 자극적인 영상임에도 불구하고 SNS엔 이를 걸러낼 장치가 없었다. 이쯤 되면 영상물등급제도라는 장치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TV에서 아무리 등급 규제를 한다 해도 SNS에서 규제 없이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성 윤리 파괴가 가장 우려돼

SNS에서 유포되는 음란 동영상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성 윤리 파괴에 있다. 음란 동영상에 달린 댓글은 보면 이미 성(性)의 아름다움은 사라진 지 오래다. 19금 게시물에 달린 댓글은 조롱과 웃음으로 가득하다.

한 남성이 자위행위를 하는 영상물엔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나 웃음으로 일관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최근 방영 중인 19금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 역시 성 윤리는 사라지고 웃음으로 가득했다. 성이 너무나도 가볍고 우스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성이 단순한 유희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상의 수요자 중 많은 수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청소년들의 성 윤리가 왜곡되고 변질될 우려가 있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면 음란 동영상이 다수에게 노출될 이유는 없다. SNS 특성상 이용자의 게시물을 일일이 감독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책임의 몫은 이용자에게 돌아간다. 무심코 누른 '좋아요', 다른 누군가에게는 성희롱이 될 수도 있고 어린 아이들의 건전한 성윤리를 파괴시킬 수도 있다.


태그:#SNS, #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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