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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성적이 우수하지 않아도, 잘 생기고 예쁘지 않아도, 학교 폭력에 시달리지 않으며 차별 받지 않고 스스로를 온전히 돌보고 보살피며 자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학교가 있다.

괴산에 위치한 중고등통합형 비인가 대안학교 '느티울 행복한 학교'다. 괴산(槐山)의 순우리말인 느티울에서 이름을 딴 이 학교는 학생들 스스로 몸과 마음과 정신의 자립을 배우며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것을 돕고자 설립됐다. 

 느티울 행복한 학교 학생들이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각자 집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 느티울 학교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격주로 집에 간다.
 느티울 행복한 학교 학생들이 금요일 수업을 마치고 각자 집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 느티울 학교 학생들은 공동체 생활을 하며 격주로 집에 간다.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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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때는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놀고, 마찬가지로 공부 할 때도 최선을 다해 공부하며, 밥을 먹을 때 감사해 하고, 일을 할 때 정성껏 일하며, 주위 사람들의 장점을 보기 위해 노력하며, 자연을 깊이 사랑하는 것. 다른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땀을 흘려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것. 바로 이 학교의 근본이자 모토라고 할 수 있다.

느티울 행복한 학교는 지난 2004년 강화군에서 중등과정을 시작으로 개교해 2007년 2월 제 1회 졸업생을 배출하고 그해 3월 중고통합과정 6년제를 신설했다. 이후 2009년 9월 충북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제월분교에 터전을 잡고 2010년 중고통합 고등과정을 개설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중고통합과정을 기존 6년제에서 5년제로 학제를 개편했다.

학제편성을 잠깐 살펴보면 중등과정인 1~3학년 때는 학교철학을 이해하고 자연·예술과 함께 나누며 건강한 몸과 마음 갖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고등과정인 4~5학년 때는 세상과 만나기와 진로찾기 및 길찾기 과정을 통해 세상 속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느티울 행복한 학교를 통해 만난 교사와 학생, 학부모는 기존 공교육에서가 아닌 대안학교에서 참된 교육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었다. 

 김나미 대표교사.
 김나미 대표교사.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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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미(47) 대표교사는 원래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의 학부모였다. 그러다 자녀가 온전히 자라는 것을 가까이에서 보며 부모로서 좀 더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어 교사로 합류했다. 이미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공부방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며 교사 감각은 어느 정도 익힌 상태였다.

김 교사는 현재의 학교 운영 시스템을 두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일반 학교들은 학생들의 행복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오로지 줄서기식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대학진학만을 강요하고 있어요. 여러 색깔을 담보하지 않는 교육 속에서 과연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요?"

이어 그는 일반 학교생활을 학생들이 너무 재미없어 하는데도 이런 원인에 대해 고민도 없는 교육행정을 통렬히 지적하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학창시절이 행복해야 나중에도 행복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대안학교 교육은 실천과 행동으로 세상을 좀 더 폭넓고 구체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배우며 자연 그대로 잘 어울려서 살 수 있는 만족을 아이들이 이곳에서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삼더라도 이곳에서 배운 다양한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될 것을 믿어요."

 이혜영 학생.
 이혜영 학생.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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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에서 온 이혜영(18) 학생은 중 2때 억지로만 시키는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 가출도 하고 엄마 속도 많이 썩였다고 한다. 혜영 양에 따르면 매일 새벽 4시경에 일어나 숙제하고 학교 수업 끝나면 바로 일반 학원과 입시학원 가고 자정께 들어와 3~4시간 밖에 못 잤다. 중 2학생이 이렇게 생활했다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중 2 여름 방학 때 자퇴를 하고 6개월을 방황하다 지난 2010년 중 3과정으로 느티울 학교에 들어왔다. 혜영 양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너무 맘에 들었다고 한다.

"일단은 공부를 강요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두발이나 복장도 맘대로 할 수 있었구요. 수업도 재미있는 것이 많았어요. 일반 학교에서는 국어 영어 수학만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여기서는 요리, 목공 들을 비롯해 다양한 실습과 예체능도 있었구요. 일반 학교에서 못 들은 수업도 많아 신기했어요."

힘든 일은 없었냐는 질문에 혜영 양은 "어느 곳이든 힘든 것은 다 있는 거잖아요"라고 학교에서 제일 고참 학생답게 의젓하게 말했다.

"처음에는 뗄 감 불 피우고, 밥도 해 먹고, 벌레도 엄청 많고 여러 가지로 힘든 일도 많았어요. 하지만 선생님이랑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고, 일반학교에서 격식 따지는 것과 달리 여기는 선후배 격식도 없어 참 좋았어요."

혜영 양은 이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기쁨을 얻는 것을 보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겼다며 밝게 웃었다.

 박민준 학생.
 박민준 학생.
ⓒ 신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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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온 박민준(15) 군은 친구들이 한 친구를 괴롭히는 일에 억울하게 공범으로 몰려 학교도 갈 수 없었던 지난날이 있었다. 괴롭히는 친구들 사이에 그저 같이 있었을 뿐인데, 학교에서 5일 동안 나오지 말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다른 곳으로 전학 갈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민준군과 대화를 하며 얼핏 봐도 수줍은 한 학생이었다. 이런 학생을 꼼꼼히 살펴보지 않고 문제아로 낙인찍어 근신 시킨 학교 결정이 그저 안타깝기만 했다.

민준 군은 친구 아버지의 추천으로 이곳 학교를 알게 됐다. 중학교 1학년 말쯤에 와서 어느 덧 3학년 초에 접어들었다. 민준 군의 이곳 학교생활은 그야말로 'Before'와 'After'로 나뉜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이곳이 엄청 싫었어요. 시골이라 적응도 잘 안 되고, 겨울엔 무척 춥고 여름엔 무척 덥고 암튼 처음엔 무척 짜증나고 힘들었어요. 하지만 갈수록 적응하면서 지금은 일반학교보다 더 재미있어요"

기자는 무엇이 구체적으로 재미있는지 궁금했다. 학교의 장점에 대해서 물었다.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가족 같고, 입시경쟁 없고, 공부 강요 안 하고, 교실 밖에서의 공부도 재미있고, 자유롭고 편하고···" 민준 군의 자랑은 끝이 없었다.

"일반 학교에 대해서 불만은 없어요. 하지만 저는 이런 학교가 참 좋아요."

 최종예 학부모.
 최종예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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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명이 조금 넘는 이 학교 학생 가운데 유일하게 충북에 연고를 둔 학생은 1명 뿐이다. 청주에서 모 중학교를 다니다 1학년 말에 이곳에 와 3학년을 맞고 있는 연찬 군. 그의 어머니 최종예씨는 기존 학교 생활에 자녀들이 만족했다면 굳이 이곳 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유인즉슨 연찬 군 위로 누나가 둘이 있는데, 그 중 큰 딸이 청주의 모 인문계 여고에 진학해서 2년 6개월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딸이 학창시절 동안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최씨는 "일류대학 진학이라는 깃발 하나를 가지고 수백 명의 아이들이 그것을 뽑으려고 한 길만을 가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며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큰 딸을 보면서 깨달은 것"이라고 말했다.

거기다가 연찬 군이 있었던 이전 학교 교사의 행동도 아들을 느티울 학교로 보내는 이유가 됐다. 학교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에게 욕을 하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아이들을 대하며 학부모들이 모인 자리에서 학교에서 일이 생기면 스스로 해결하라는 교사를 보며 더 이상 이런 공교육에서는 희망을 발견 할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또 연찬 군이 며칠 동안 사정이 있어서 학교를 빠졌을 때, 학교에서 한 참 뒤에 전화가 온 사연을 예로 들며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에 왔는지, 교실 안에서 어떤 일이 났는지 체크가 안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었다"며 "만약 성적이 1등인 학생이 학교를 안 나왔으면 바로 연락을 했을 것"이라고 꼬집어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지역시사주간지 <충청리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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