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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종류 시는 어떻게 가를 수 있는가?
▲ 시의 종류 시는 어떻게 가를 수 있는가?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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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한 갈래로, 삶이나 자연에서 일어나는 감동을 음악성이 있는 말로 표현한 글을 시라고 한다. 시는 형식에 따라 정형시, 자유시, 산문시처럼 나누고, 내용에 따라 서정시, 서사시, 극시로 가르기도 한다. 그리고 쓰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동시, 청소년시, 일반시(성인시)로 나눈다.

다 아는 일이지만 '시'는 '시인'이 쓴다. 여기서 '시'는 어른이 쓰는 시를 말한다. 어른이 쓰는 시뿐만 아니라 '시'를 의식하고 쓰는 글을 죄다 시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주된 독자가 되는 동시는 누가 쓰는가? 어른인 동시 작가가 쓴다. 어른이 아이를 독자로 머릿속에 떠올리고 쓴 시다. 청소년 시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시집에 실린 시는 누가 쓰는가? 시인도 쓰고 동시인도 쓴다. 

더러 청소년에게 줄 요량으로 동시나 시 가운데 청소년에게 알맞다고 생각하는 시들을 엮은 시모음(앤솔로지)들도 흔하다. '교실 밖으로 나온 시' <칠판에 적힌 시 한 편> <교실 밖으로 걸어나온 시> <중1, 시를 만나다>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시> 같은 게 그런 책들이다. 청소년을 가리켜 흔히 '주변인'이라고 한다. 어린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이다. 그래서 청소년이 쓰는 시는 '동시'도 '시'도 아니다. 우리말 사전 풀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시의 뜻 <표준국어대사전> 풀이
▲ 동시의 뜻 <표준국어대사전> 풀이
ⓒ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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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뜻매김은 우리 상식에서 벗어남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2」에 있다. '지은'은 '쓴다'는 뜻도 있지만, '거짓으로 꾸민다'는 뜻도 있다. 그래서 이오덕은 오랫동안 써온 '글짓기'라는 말을 '글쓰기'로 바꾸고 동시 작가나 대회에서 상 받은 다른 어린이 글을 흉내 내도록 지도하는 쓰기 교육을 비판했다.

또한 '동시'든 '동화'든 일본에서 만든 한자어를 가져다 쓰는 말이라고 하면서, '동화'와 '동시'라는 말이 어린이문학 교육과 글쓰기 교육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했다. '동시'가 '어린이한테 주려고 어른이 쓴 시'라는 뜻과 '어린이가 쓴 시'라는 뜻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귀결로, 말의 혼란은 바로 교육의 혼란으로 이어진다.

지금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시', '동시' 가운데 어떤 말을 쓰고 있을까? '동시'도 '어린이시'도 아닌 '시'를 쓴다. 어른이 쓴 동시를 읽으라고 할 때는 '동시'가 맞지만, 동시를 읽고 시를 쓰라고할 때는 '동시'라고 할 수 없는 모순이 생긴다. 그러니 그냥 '시'라고 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시 쓰기를 가르치는 방법은 이렇다. 여기서 시는 '동시를 흉내내어 쓴 것'을 말한다.

우리는 닮은꼴
곱슬머리/ 아빠 닮았다.// 검지 발가락 긴 건/ 엄마 닮았다.// 늦잠 꾸러기인 건/ 아빠 닮았다./ 나는 잠꾸러기// 책 읽기 좋아하는 건/ 누구 닮았나./ 누굴 닮았나?//

이 동시는 1학년 2학기 <쓰기>에 보기 시로 나온다. 물론 이 동시의 문학적 성취를 따지려는 생각은 병아리똥만큼도 없다. 다만 보기 동시를 가지고 어떻게 쓰기를 가르치려고 하는지 살펴보려는 것뿐이다.

시적 자아인 '나'가 아빠, 엄마하고 어떤 점이 닮았는지 시 내용을 물은 다음, 현실 속 우리 식구와 나는 어떻게 닮았는지 생각해서 적고, 다시 책장을 넘기면 우리 식구가 나와 닮은 모습이나 습관을 떠올려보는 활동을 바탕으로 하여 <우리는 닮은꼴>을 바꾸어 '시'를 써보라는 식으로 해놓았다. 이게 1학년 아이들이 배우는 시 쓰기의 방법이다.

이제 정리해 보자. 어른인 작가가 어린이 동심을 흉내내어 쓴 시를 아이한테 준다. 아이는 어른이 쓴 동시를 흉내내어 시를 쓴다. 그렇게 나온 시는 동시인가?

이런 모순은 죄다 시와 동시, 어린이 시를 똑똑히 인식하지 않은 까닭이다. 따라서 누가 어떤 독자대상을 의식하고 썼느냐에 따라 용어를 가려써야만 한다. 일테면 어른이 어린이, 청소년, 어른을 독자대상으로 했다면 각각 동시, 청소년시, 시로 쓰고, 어린이나 청소년이 독자대상을 자신으로 해서 쓴 시라면 어른이 쓴 시와 구별하여 '어린이시', '청소년 시'로 말하면 혼란은 많이 사라질 것이다.

시집 독자에 따른 시집 이름
▲ 시집 독자에 따른 시집 이름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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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좀 고민스런 부분은 청소년이 쓴 시와 어른이 청소년을 독자대상으로 쓴 시를 구별하는 문제다. 새로운 말을 만들면 좋겠지만 이미 '청소년소설', '청소년시', '성장시' 같은 말들이 쓰이는 현실을 생각할 때, 어른이 청소년을 독자 대상으로 보고 쓴 시는 띄어쓰기 없이 '청소년시'라고 하든가 '성장시'라고 하면 좋겠다. 그리고 청소년이 쓴 시는 '청소년 시'라고 하면 어떨까 싶기도 하다.

물론 교과 시간에 그 모든 시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시'라고 할 때도 있다. 일테면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 시를 쓰게 하고자 할 때 "얘들아, 우리 시 써보자!" 또는 "같이 시를 낭송하여 보자" 하고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가야할 일은 분명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동시'를 흉내내어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어린이시'를 쓰게 해야 한다. 배움이라는 것은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수단이지 배움으로써 '남'처럼 되자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내 말을 하게 하도록 가르치는 교육이라야 한다. 그런데 내 삶과 내 말을 제쳐두고 자꾸 남의 뒤꽁무니만 따라가는 공부만 죽어라고 하니 어찌 아이들이 병들지 않겠는가. 시 교육을 제대로 하자면 무엇보다 먼저 바로잡아야할 일이 바로 '시'와 '동시'와 '어린이시'를 구분하는 일이 되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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