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씨어터(옛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아르고의 벤 애플렉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 씨어터(옛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아르고의 벤 애플렉 ⓒ 연합뉴스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벤 애플렉이었다.

25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에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 미카엘 하네케의 <아무르>, 이안의 <라이프 오브 파이> 등이 후보로 올랐다.

눈에 확 띄는 강력한 후보가 없었기에 경쟁은 더욱 치열했다. 하지만 작품상의 영광은 수상 확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보였던 벤 애플렉의 <아르고>가 차지하며 이변이 벌어졌다.

벤 애플렉은 아역 배우로 활동하며 일찍 연기를 시작했다. 성인이 되어 <체이싱 아미><도그마> 등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은 그에게 어린 시절 친구인 맷 데이먼과 각본을 공동 집필한 <굿 윌 헌팅>은 연기 인생의 커다란 반전을 가져다줬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이 제작을 맡은 <굿 윌 헌팅>은 1998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은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고, 할리우드는 전도유망한 두 젊은 배우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굿 윌 헌팅> 이후 벤 애플렉과 맷 데이먼은 희비가 엇갈렸다. 벤 애플렉은 <아마겟돈><진주만> 등 흥행 대작에 출연했지만 그저 얼굴만 잘생긴 '미남 스타'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2003년 <데어데블>에 출연했다가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최악의 남자 배우'로 선정되며 자존심을 구긴 벤 애플렉은 여배우와의 스캔들과 알코올 중독 등으로 할리우드의 문제아가 되기도 했다.

반면 맷 데이먼은 달랐다. 하버드 출신이라는 지적인 이미지까지 겸비한 맷 데이먼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디파티드><그린 존>과 첩보물 본 시리즈 등에 출연하며 착실하게 연기파 배우로서 명성을 쌓아갔다.

미남 스타에서 감독 데뷔 5년 만에 아카데미 수상

 벤 애플렉이 출연하고 제작한 영화 <아르고>의 한 장면

벤 애플렉이 출연하고 제작한 영화 <아르고>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맷 데이먼과 곧잘 비교되던 벤 애플렉은 갑자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변신을 시도했다. 2007년 <곤 베이비 곤>을 만들며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것이다. 친동생 케이시 애플렉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평단의 칭찬을 받았다.

감독으로서 자신감을 얻은 벤 애플렉은 두 번째 작품 <타운>도 성공을 거뒀고, 마침내 세 번째 작품인 <아르고>로 대망의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감독 데뷔 5년 만에 이룬 쾌거다.

비록 감독상은 <라이프 오브 파이>의 이안 감독에게 내줬지만 벤 애플렉의 <아르고>는 작품상을 비롯해 편집상, 각색상 등을 수상하며 최고의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1979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대에 인질로 잡힌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CIA의 실제 작전을 그린 <아르고>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수상했다.

<굿 윌 헌팅> 이후 15년 만에 다시 아카데미 시상식에 오른 벤 애플렉은 "이 곳에 다시 서게 될 줄은 몰랐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미남 스타를 넘어 명감독으로서 영화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시작한 벤 애플렉의 도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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