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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출입이 없는 원시 그대로의 장항습지의 모습. 가을 때 모습이다.
 사람의 출입이 없는 원시 그대로의 장항습지의 모습. 가을 때 모습이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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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자유로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창문 밖으로 철책 건너에 있는 버드나무 군락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남북분단의 상징인 철책에 가로막혀, 달리는 차 안에서만 잠깐 바라볼 수 있는 그곳은 한강하구의 장항습지다.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는 군사구역이다보니 자연스레 환경보존이 잘돼 다양한 야생 동식물과 수많은 철새들이 찾아온다. 나에게 장항습지는 매력적인 곳이다. 나름대로 원시의 자연 상태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 매료된 것 같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장항습지의 들판에 서서 사방으로 둘러싸인 버드나무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외국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장항습지는 내가 좋아하는 습지 중 하나가 되었다.

 고양시에선 장항습지를 람사르협약 등록을 추진 중이다
 고양시에선 장항습지를 람사르협약 등록을 추진 중이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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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라니 장항습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다
 고라니 장항습지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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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기회만 있으면 장항습지에 들어가려고, 가끔씩 있던 철새 먹이 주기 행사, 물에 떠내려온 쓰레기 정화활동 등 참여할 수 있는 건 다 참여해가면서 애를 썼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한동욱 소장님의 PGA습지생태연구소를 알게 되었고, 올해 1월 3일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PGA습지생태연구소 연구원들과 함께 장항습지에 들어갈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어느덧 벌써 아홉 번째 장항습지에서 모니터링과 먹이 나누기를 하고 있다. 모니터링은 어느 한 지역의 새들을 조사하는 일인데, 우리는 장항습지를 돌아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새들을 기록한다. 종, 개체수를 세는 게 일인 모니터링은 새를 좋아하는 나한텐 어떤 일보다 신나는 일이다.

그렇다고 모니터링이 항상 신나는 건 아니다. 논밭에 수천 마리의 기러기들이 앉아 있거나 강변에 갈매기들이 떼 지어 앉아 있는데, 걔들을 다 세려면 눈이 빠지려고 하니 말이다. 또 참새처럼 조그만 새들이 우루루 몰려다는 것을 정확하게 센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열심히 개체수를 세고 있는데 갑자기 날아올라버리면 그것보다 짜증 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재두루미 한 쌍이 하늘을 자유로히 날고 있다
 재두루미 한 쌍이 하늘을 자유로히 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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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습지의 큰기러기와 재두루미들
 장항습지의 큰기러기와 재두루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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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니터링을 할 때 항상 눈여겨보는 종이 있다. 바로 재두루미다. 멸종위기종 2급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장항습지에서 매년 월동을 하는데, 그 개체수가 매년 급감과 급증을 반복하며 불안한 추세에 놓여 있다.

재두루미는 한때 논밭이 넓고 먹이가 풍부한 김포의 홍도평야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해가 지면 군사지역인 장항습지로 날아 들어와 잠을 자는 안정적인 생활을 보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주변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재두루미들의 먹이 터인 홍도평야에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더 이상 재두루미들이 찾아오지 않는 곳이 되고 말았다.

정말 옛날 얘기까지 꺼내자면, 한강하구 일대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3000마리가 날아오는 동북아시아 최대 월동지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고작 장항습지에 몇십 마리가 찾아오는 정도이니 우리가 재두루미들에게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장항습지의 재두루미들
 장항습지의 재두루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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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습지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재두루미 무리
 장항습지 강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재두루미 무리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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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번 내 또래의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을 데리고 장항습지 논밭에다가 먹이를 뿌려준다. 이 볍씨들은 모두 이곳 장항습지에서 무농약으로 길러낸 것들로, 원래 이 땅의 주인인 철새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볍씨들을 고루고루 넓게 논밭에 뿌려주고 나오면 논밭은 어느새 정신 없이 볍씨를 주워먹는 큰기러기들로 가득 덮여 있고, 그 속에 재두루미 가족들이 자리 잡고 있다. 두루미류들의 그 우아한 자태는 눈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먹이를 먹다가도 서로 자리가 겹치면 목을 쭉 위로 뻗고 "뚜루루" 울며 서로 비키라고 다투기도 한다. 그래도 상대방이 물러서지 않으면 결국 부리로 콕 쪼거나, 날아올라 그 긴 다리로 상대방의 가슴팍을 차버린다.

 흑두루미 어린 새 한 마리가 재두루미 가족 사이에 끼어 외로이 겨울을 보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흑두루미 어린 새 한 마리가 재두루미 가족 사이에 끼어 외로이 겨울을 보내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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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항습지의 흰꼬리수리 유조 2마리. 주로 성조보다는 어린 개체들이 월동을 한다.
 장항습지의 흰꼬리수리 유조 2마리. 주로 성조보다는 어린 개체들이 월동을 한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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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하늘의 최강자인 흰꼬리수리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볍씨를 먹던 기러기들이 혼비백산 날아오른다. 하지만 재두루미는 자기는 덩치가 크다고, 흰꼬리수리가 뜨든 말든 신경쓰지 않는다.

이곳에서 재두루미들의 유일한 천적은 삵과 인간이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삵에게도 만만찮은 상대이기 때문에 삵도 웬만해선 재두루미를 건드리지 않는다. 설사 잡아먹는다고 해도 그것은 자연 상태에서 일어나는 순환의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반면에 인간은 재두루미들을 직접적으로 잡아먹지는 않지만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오히려 삵보다 더 광범위하게, 치명적으로 재두루미들을 위협한다.

인간에 의해 사라지면서도 먹이도 인간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철새들의 신세가 안타깝다. 아직 계획 중에 있는 한강하구 철책 제거도 좀 더 신중하게 결정을 내렸으면 하는 바다. 그냥 무작정 철책을 제거하면 많은 사람들이 유입되고, 그나마 남아 있던 재두루미들은 영영 이곳을 찾아오지 않게 될 것이다.

 날아가는 재두루미 뒤로 먹이터인 홍도평야를 차지한 빌딩들이 보인다
 날아가는 재두루미 뒤로 먹이터인 홍도평야를 차지한 빌딩들이 보인다
ⓒ 김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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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이 되어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일본의 이즈미에서 북상 중이던 재두루미들이 장항습지에 들러 지금은 총 90마리의 재두루미가 모여 있다. 미미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철새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부디 제대로 된 생태 보전 방안을 마련해서 지금 장항습지 이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좀 더 나아가 재두루미, 흑두루미 3000마리가 찾아오던 한강하구의 옛 모습을 되찾기를 바란다.

현재 한강하구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고, 고양시는 그 중 장항습지를 람사르협약에 등록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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