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배우 김태희가 한 언론의 돌발 인터뷰로 곤욕을 치뤘다. 가수 비와의 열애설에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급히 자리를 뜨는 모습이 고스란히 방송됐기 때문이다. 공식 연인 선언 이후에도 김태희가 극도로 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이미지가 생명인 여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를 보니 스캔들에 정반대 자세를 취한 가수 이효리가 떠올랐다. 그녀 역시 이미지가 생명인 여자 스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효리는 남자친구 이상순과의 열애를 예능 프로에서 스스럼없이 밝힐 뿐 아니라 공개 데이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여자 스타인 김태희와 이효리는 어째서 이렇게 극단의 방식으로 대중을 대하고 있는 것일까.

 배우 김태희 측이 가수 겸 배우 비(본명 정지훈)과의 교제를 인정했다.

ⓒ MBC/CJ엔터테인먼트


김태희 가장 '이상적인 여성상'을 구현

김태희가 소위 말하는 톱스타로 뜰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다른 여배우들은 가지지 못한 화려한 스펙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냉철히 말하자면 김태희라는 '상품'은 상품 그 자체의 뛰어남보다는 그 상품을 포장하고 있는 포장지가 너무나도 예뻤기에 사랑 받을 수 있었다. 예쁘고 순수한데다가 서울대 출신의 수재라면 그 누구라도 '혹' 할 만하지 않겠는가.

김태희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꿈꿔오고 선호하는 여자스타의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한 인물이다. '예쁘고 학벌 좋은' 동시에 '깨끗한 이미지'와 때때로 발견할 수 있는 '귀여움'을 절묘하게 갖췄다. 한 마디로 정의해서 김태희의 이미지야말로 대중문화가 지향하는 여자스타의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압축해 놓은 상태인 것이다.

연기력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작품의 흥행 실패라는 쓴 맛을 종종 봤지만 이와 상관없이 김태희는 꾸준한 스타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고수하고 있는 스타의 이미지가 여전히 대중에게 유효하게 먹혀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비와의 스캔들은 김태희에게 치명적인 사건이었다. 그렇기에 공식적인 열애 인정에도 불구하고 고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장막에 숨어버리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김태희가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말 그대로 가장 이상적인 여자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원하고 갈망하는 여성상을 한 몸에 압축하고 투영한 그녀는 인간 김태희가 아니라 '스타 김태희'로서 존재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었다. 스타로 살아가야 하고, 배우로 대접받을 때 가장 빛나는 여자. 그 어떤 논란과 실패 속에서도 이미지만 지켜낼 수 있다면 끝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자. 그런 여자가 바로 '김태희' 다.

 지난 4일 방송에서 자우림의 '위로'를 열창하고 있는 이효리.

ⓒ SBS 화면 갈무리


이효리, 자신만의 색깔을 간직한 '트렌드세터'가 되다

김태희와 함께 항상 여자스타 선호도 1, 2위를 다투는 이효리는 김태희의 '이상적인 여성상' 과는 거리가 멀다. 김태희가 철저히 기존 문화의 전형성, 대중이 추구하고 갈망하는 스타성에 기반을 둔 스타라면 이효리는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하며 끊임없이 대중에게 새로움을 제시하는 스타기 때문이다. 아주 고전적이고 정적인 형태의 김태희와 달리 이효리는 적극성을 갖고 트렌드의 최전방에 나가 있어야 하는, 대단히 동적인 스타성을 특징으로 한다.

이효리의 성공 뒤에는 섹시와 소박이라는 두 가지 이미지의 혼합과 그것을 통해 끊임없이 대중의 기대를 '배신'하는 영리함이 있었다. <해피투게더>에서 신동엽과 함께 농담을 주고받던 이효리가 당대의 섹시스타로 성장하리란 건 2003년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효리는 보란 듯이 해냈고 '핑클'의 이효리라는 이름에 덧 씌워져 있던 청순한 이미지를 철저하게 부정했다.

핑클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방송인 이효리의 이미지를 배신함으로써 '가수' 이효리는 전적으로 새로운 이미지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방송인으로서 쌓아 온 신뢰에 가수 이효리의 새로운 이미지가 덧 입혀지자 대중은 그녀에게 폭발적으로 열광했다. 놀라울 정도로 영리한 이미지 마케팅 전략을 선보인 것이다.

이 때문일까. 이효리에게 한 두 개의 스캔들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대중이 그녀에게 기대하는 건 김태희 같은 '이상적 여성'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트렌드세터에 가깝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와의 동반 해외여행 보도를 "그럴 수도 있지 뭐"라는 한 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여자 스타는 아마 대한민국에서 이효리가 유일할 것이다.

결국 이효리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다채롭고 새로웠기 때문이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만 하는 스타, 언제나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트렌드를 들고 나와야 하는 스타, 섹시하면서도 털털하고 예쁘면서도 푼수 같아야 하는 '스타 이효리'는, 그래서 대한민국이 가장 선호하고 가장 좋아하는 스타로 존재할 수 있었다.

 2006년 9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당시 김태희

2006년 9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당시 김태희 ⓒ 오마이뉴스 남소연


김태희 Vs 이효리, 그들이 대중을 사로잡는 방법

김태희와 이효리는 동시대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스타라는 점에서 대단한 '공통점' 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태희는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스타로 존재할 수 있고, 이효리는 매번 새로웠기 때문에 스타로 존재할 수 있었다. 김태희는 자신을 포장하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아는 영리한 스타고, 이효리는 자신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스타다.

같은 시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너무나도 다른 극단의 방식으로 대중을 사로잡는 그녀들의 존재감은 그래서 특별하고 묵직하다. 예쁜 스타를 넘어서서 연기력까지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는 내실 있는 여배우 김태희, 가장 핫한 스타이면서도 너무나도 친근한 가수 이효리. 이 두 스타가 가지고 있는 양 극단의 매력과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전천후 스타성' 에 무한한 박수를 보낼 뿐이다.


김태희 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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