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배우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KBS 2TV <학교 2013>에서 강세찬 선생 역을 연기하고 있는 최다니엘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제 겨우 28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커리어를 착실히 쌓아가는 이 배우에게선 프로의 향기와 성장을 위한 땀 냄새가 동시에 느껴진다. 배우 최다니엘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최다니엘, 노희경과 김병욱을 만나다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배우 최다니엘

2008년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배우 최다니엘 ⓒ KBS

최다니엘은 일명 '되고송' 스타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특유의 능청스러운 표정과 익살스러운 연기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 CF 하나로 그는 그간의 무명생활을 딛고 자신의 이름을 서서히 알리기 시작한다. 18살에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 약 4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최다니엘은 노희경의 작품 <그들이 사는 세상>(2008)에 양수경 역으로 출연하는 행운을 맛본다.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그가 맡은 양수경은 사실 연기하기 수월한 캐릭터가 아니었다. 단순하고, 직설적이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이 캐릭터는 다소 얄밉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귀염둥이다. 이렇게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갓 연기를 시작한 신인배우가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마 <그들이 사는 세상> 제작진 입장에서도 양수경 역에 최다니엘을 캐스팅한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곧 기우임이 밝혀졌다. 최다니엘의 연기력이 생각보다 출중했기 때문이다. 능글능글한 표정과 신인답지 않은 여유, 보는 사람까지 즐겁게 하는 장난스러움은 마치 최다니엘이 양수경 그 자체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되고송'으로 대표되는 CF 스타의 꼬리표를 말끔히 떼어버릴 만큼 원숙한 연기를 선보인 것이다.

특히 최다니엘은 이 작품에서 40년 선배인 배우 윤여정과 호흡을 맞추는 신이 유난히 많았음에도 자신 있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후배의 연기력에 대해 가감 없는 평을 내리기로 유명한 윤여정이 "신선하다. 양동근을 처음 본 느낌이다"라는 극찬에 가까운 말을 남겼을 만큼 <그들이 사는 세상> 속 최다니엘은 신인답지 않은 노련미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처럼 그는 <그들이 사는 세상>을 통해 연기자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만천하에 드러내 보였다. 한두 번의 단역 출연을 제외한다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린 것이다. 특히 이 드라마가 웬만한 베테랑 연기자도 연기하기 힘들다는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작품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당시 노희경은 최다니엘의 연기에 대해 "만족한다"며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최다니엘은 일생일대 운명적인 작품 하나를 만나게 된다. 바로 '시트콤 명장' 김병욱 PD의 <지붕 뚫고 하이킥>에 이지훈 역으로 캐스팅된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강하게 박혀있는 가볍고 튀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확실한 연기변신을 시도할 수 있었다.

황정음과 신세경 사이에서 절묘한 삼각관계를 만들어 낸 그는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었다. 진중하면서도 코믹하고, 시니컬하면서도 자상한 이중적 성격의 캐릭터를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 내는 동시에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다져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지붕 뚫고 하이킥> 속 최다니엘에게서 <그들이 사는 세상>의 잔상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었다.

노희경이 최다니엘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본 인물이었다면, 김병욱은 최다니엘의 가능성을 한 단계 진화시킨 인물이었다. 김병욱은 특유의 염세적이고 섬세한 연출을 통해 기존 최다니엘이 가진 이미지를 모두 깨부수는 한편, 그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이고 진지한 측면을 부각시켜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줬다. 노희경과 김병욱, 두 거장을 만났다는 것은 배우로서 쉽게 누리기 힘든 큰 축복이었다.

최다니엘, 장나라를 만나다

 <학교 2013>에서 강세찬 선생 역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배우 최다니엘

<학교 2013>에서 강세찬 선생 역을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배우 최다니엘 ⓒ KBS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스타덤에 오른 후, 최다니엘은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우유시대> 등 스크린 공략에 나서는 한편 여러 편의 작품에 특별 출연하면서 활동 영역을 확장하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그는 데뷔 이래 최초로 2011년 KBS 2TV 월화드라마 <동안미녀>를 통해 미니시리즈 남자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배우 장나라와의 첫 만남도 바로 이때 이뤄졌다.

물론 처음부터 <동안미녀>가 기대작이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KBS 월화 드라마는 장기적인 침체일로를 걷고 있었고, 경쟁작인 <짝패>와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이미 시장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나라-최다니엘' 커플은 탄탄한 스토리와 설득력 있는 캐릭터로 중무장한 채 서서히 시청자층을 규합하기 시작했고 2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KBS 월화 드라마의 구세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최다니엘로선 첫 주연작에서 짜릿한 대역전극을 맛본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일약 KBS의 흥행커플로 떠오른 '장나라-최다니엘' 커플이 1년 만에 다시 안방극장에 돌아와 KBS 월화 드라마의 체면을 톡톡히 세워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학교 2013>이 그것이다. 전작인 <울랄라 부부>의 흥행 실패와 경쟁작 <마의>의 선전이라는 악재에도 야금야금 시청률 파이를 넓혀간 이 작품은 어느새 10% 중후반 대의 준수한 시청률로 '장나라-최다니엘' 불패 신화를 재입증해 보였다.

한 가지 특기할만한 사항은 장나라와 함께한 두 작품을 통해 최다니엘이 주연 배우로서 묵직한 무게감을 갖춰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2013>에서 그는 독특한 말투와 제스추어,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려함으로 강세찬 역의 매력을 한껏 높이고 있다. 어떤 캐릭터든지 스펀지처럼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경지까지 오른 것이다. 10년간 쌓아온 내공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최다니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정형화된 생각을 깨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더욱 연기에 진지하고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는 그는 빼도 박도 못하는 '천상배우'다. 적어도 그는 여느 청춘스타처럼 외모를 무기로 사람들을 현혹하지도 않았고, 수많은 광고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팔지도 않았다. 최다니엘을 발견할 수 있었던 곳은 언제나 카메라가 돌고 수 없이 이어지는 대사가 부딪히는 곳, 감독의 큐 사인과 스태프들의 땀방울이 흥건한 곳, 바로 그 곳뿐이었다.

재능과 노력, 열정의 황금비율로 날이 갈수록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최다니엘에게 남아 있는 꿈은 과연 무엇일까. 아마 끊임없이 연기하는 배우로 살다 가는 것, 그리고 그렇게 '좋은 배우' 로 기억 되는 것, 그뿐 아닐까. 지금도 눈물과 땀 냄새가 진동하는 그 치열한 현장 속에서 여전히 삶을 그리는 배우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그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최다니엘 장나라 노희경 김병욱 학교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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