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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고등군사법정. 이날 오후 4시부터 이곳에서는 상관모욕죄 사건 항소심이 연달아 열렸다. 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육사 출신 이아무개(29) 대위와 특수전사령부에 소속된 이아무개(34) 중사가 연달아 항소심 법정에 선 것이다.

이 대위와 이 중사는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상관모욕죄 혐의로 각각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두 사람은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가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이는 '현역 군인의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러왔다.

이 대위의 최후진술 "기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아 무죄 주장하지 않겠다"

이 대위와 이 중사는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상관모욕죄 혐의로 각각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이 대위와 이 중사는 각각 지난해 8월과 11월 상관모욕죄 혐의로 각각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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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위는 이날 최후 진술에서 "이번 사건의 주무대는 트위터라는 온라인 공간이다"라며 "하지만 1심 재판에서 검찰은 조사부터 재판이 종결되는 시점까지 트위터가 무엇인지조차 파악하지도 못했고 파악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위는 군 검찰이 자신이 쓰지 않고 리트윗(트위터에서 남의 글을 재전송하는 행위) 글까지 기소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검찰관은 1심 재판이 끝나는 시점에서도 제가 쓴 글과 리트윗한 글조차 구분하지 못했다"며 "(이는) 수사관으로서 거의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동이다"라고 꼬집었다.

이 대위는 "재판부에 제출된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에는 검찰이 저의 계정이라고 주장하는 계정명 이외에도 저를 신고한 대학생의 계정명과 친구의 계정명이 검색되어 있다"며 "이 디지털 증거 분석결과로는 어떠한 사실도 증명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이것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했다, 그렇다면 저는 트위터 상에서 저 자신과 말싸움을 하다가 저 자신을 기무사에 신고한 것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이 대위는 "검찰은 제가 군인의 신분을 노출한 상태로 대통령을 비방했다고 줄곧 주장하고 있다"며 "하지만 군인의 신분을 노출했다고 주장하는 트윗은 트위터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나누던 이야기 중에 나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위는 "분리되고 단편적이며 최소 수일에서 수십일 간격으로 작성된 트윗을 한 곳에 수집·종합해서 저 개인을 특정하고 이것을 마치 제가 지속적으로 군인의 신분임을 드러내고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언어도단이다"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이 대위는 "10명의 가까운 현직 군인이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며 "그런데 오직 저와 이 중사만 기소하고 나머지 군인들은 견책, 근신 등 경징계를 내린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위는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일관되지 않았으며, 수사과정도 투명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주장은 최소한의 논리적인 정당성조차 갖추고 있지 못하다"며 "저는 이 기소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무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위를 변론해온 이재정 변호사는 '군인도 동료들끼리 정치적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자유시간에는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 등 독일 법 규정을 인용하면서 "법해석이 모호하고 첨예하게 논쟁하는 사건일수록 이런 원론적 의견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 검찰, 3년 구형... 재판장 "증거, 법리 안되면 양심으로 메우겠다"

이날 군 검찰은 이 대위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앞으로 2주 안에 이 대위 항소심 선고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재판장은 "상관모욕죄는 민간형법에는 없는 군 형법상의 특수한 범죄이고, 저도 처음 접해본 사건이다"라며 "외국 사례도 찾아보고,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형사법적 지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를 연구해서 판결하겠다"고 말했다.

재판장은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조심스럽긴 한데 증거로 제출된 기록, 확정된 법리 외에 남는 건 법관의 양심밖에 없다"며 "새로운 사건이어서 기존 법리나 규정을 다 검토했는데도 안 되는 부분은 재판부의 양심으로 메우겠다"고 '법관의 양심'을 강조했다.

한편 이 중사는 2심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위헌제청 신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재정 변호사는 이날 이 중사 항소심 공판에서  "위헌제청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그:#상관모욕죄, #이명박, #육사, #특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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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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