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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부산 영도구민장례식장에 마련된 최강서씨의 빈소. 유족이 최씨의 영정 앞에 앉아있다. 최씨는 부인과 사이에 7살, 5살 난 아들을 남겼다.
 21일 부산 영도구민장례식장에 마련된 최강서씨의 빈소. 유족이 최씨의 영정 앞에 앉아있다. 최씨는 부인과 사이에 7살, 5살 난 아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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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원."

지난해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35)씨는 유서를 통해 손해배상청구소송(아래 손배소)의 압박을 이렇게 표현했다.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 자본"이라고 한진중공업을 원망한 최씨의 유서는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는 한탄으로 끝을 맺는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30대 노동자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손배소. 무엇이 문제일까. 손배소는 위법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뜻한다. 하지만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제3조에 손해배상 청구에 제한을 규정해놓고 있다. 법에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기돼 있다.

언뜻 노동자의 파업을 보장해주는 듯 한 법조문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법에 의한'이라는 단서조항에서 갈린다. 법은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에서 노사의 입장이 다를 때 발생한 분쟁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정부와 사법부는 민영화나 구조조정·정리해고 등에 따른 파업은 경영권 보장 등을 위해 불법 파업으로 판단해왔다.

 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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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경영진은 이같은 정부와 사법부의 인식을 적극 이용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한 해도 아닌 7월까지의 손배소 액수만 700억1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2010년의 전체 손배소 액수인 121억4200만원의 약 5.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가압류도 크게 늘었다. 2010년에는 13억3000만 원에 불과하던 금액이 2011년 7월까지 160억49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12배가량 치솟은 액수다. 이같은 사측의 손배소는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늘어나는 손배소... 노동자들은 '죽음'으로 항의

 21일 오후 4시 30분터 열린 ‘한진중공업 복직자 최강서 열사 경과와 대책’ 기자회견이 끝나고 격분한 참가자들은 회사 진입을 시도했다. 참가자들은 회사 정문 로비의 셔터문을 뜯어냈다.
 21일 오후 4시 30분터 열린 ‘한진중공업 복직자 최강서 열사 경과와 대책’ 기자회견이 끝나고 격분한 참가자들은 회사 진입을 시도했다. 참가자들은 회사 정문 로비의 셔터문을 뜯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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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등이 밝힌 올해까지의 손배소 진행 사업장은 158억 원의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쌍용자동차지부(회사청구 100억 원, 국가청구 27억 원, 구상금 110억 원), MBC(195억 원), KEC지회(156억 원), 철도노조(98억 원), 현대차비정규지회(2010년 파업 81억 원, 2012년 파업 35억 원) 등이다. 민주노총 측은 비교적 적은 액수인 수억 원대의 손배소까지 합치면 전체 액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늘어나는 손배소에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목숨을 내던지며 세상에 항의했다. 2003년 두산중공업 노동자 배달호씨에 이어 이해남 세원테크 노조위원장이 자살을 택했다. 한진중공업도 김주익 노조위원장과 곽재규씨도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노동자들이 극한의 방법을 선택하고 나서야 정부와 사측은 손배소를 철회하거나 축소에 합의했다.

2003년 한진중공업은 잇따른 노동자들의 자살에 노사합의에서 '손배가압류 철회'를 명기했다. 당시 사측은 "회사는 즉시 손배가압류를 철회하고 원상회복하며, 이후 노조 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2010년에 버려졌다. 그해 회망퇴직에 반발한 노조가 전면 파업에 돌입하자 회사는 노조와 간부 등을 대상으로 50억 원대의 손배소를 청구했다. 이후 158억 원까지 올라간 손배소는 2011년 11월 노사가 개인상대의 손배소를 취하하고 노조를 상대로한 손배소를 최소화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309일 동안 크레인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도 이 같은 합의에 따라 다시 땅을 밟았다. 그러나 사측은 약속대로 노조 간부를 상대로 한 개인 손배소는 취하했지만, 노조를 상로 한 손배소는 포기하지 않았다.

158년치 노조조합비 내놓으라는 회사... "노조 말살 정책"

 금속노조 등이 사측에 손배소에 반발해 재판부에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탄원서. 노조는 오는 1월 3일까지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탄원서 운동을 벌여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등이 사측에 손배소에 반발해 재판부에 제출을 준비하고 있는 탄원서. 노조는 오는 1월 3일까지 시민들의 서명을 받는 탄원서 운동을 벌여 재판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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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이같은 배경에 "노조를 말살하려는 사측의 의도가 숨어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 등은 1월 18일로 예정돼 있는 손배소 1심 판결을 앞두고 탄원서를 통해 손배소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노조는 재판장에게 보내는 탄원서에서 "손해배상액 158억 원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 209명의 1년치 조합비가 1억여 원인 점을 비춰보면, 조합비 158년 치에 해당하는 것"이라며 "사측에서 이렇게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하는 것은 사실상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사측을 비판했다.

노조는 또 "회사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유령으로 만들고 노동자의 삶을 파탄시켜 사실상 목숨을 끊으라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제는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고 재판부에 당부했다.

노조뿐 아니라 법률 관련 단체들도 손배소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민주주의법학연구회·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회·법률원 등은 공동으로 연 기자회견에서 노조법 개정과 노동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들이 밝힌 한진중공업 사측의 손배소 내역은 사외작업비용(12억 원), 조선소임차비용(30억 원), 납기지연에 따른 추가도장비용(11억 원), 지체상금(100억 원)등이다. 이들은 이 같은 손배소 금액이 "손해배상 청구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에 전혀 맞지 않는 태도이며, 현재와 같이 사용자 친화적인 기업노조와 금속노조가 대립하는 상황에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를 파괴하고자 하는 행위임에 다름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법률단체 "박근혜, 손배소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 시급"

 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27일 오후 3시부터 한진중공업 최강서 열사추모 영남 노동자 대회가 부산역 광장에서 열렸다. 집회 측 추산 1500여명의 참가자들은 집회를 마친 후 영도구 한진중공업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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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법률단체는 박근혜 당선자를 향해 "지금이라도 현저히 부족한 자신의 노동정책을 개선하고, 올바른 견해를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이명박 정부에서 계속된 반(反)노조 정책의 전환을 명시적으로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권영국 민변노동위원장(변호사)은 지난해 12월 31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손배소는 노조 활동이 회사 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노조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사측이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손배소를 진행해 압박하는 동시에 손배소를 철회하는 조건으로 노조 활동을 포기하라는 회유책을 쓰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은 "현재 우리 법원은 불법여부·목적성·절차 등을 필요 이상으로 따지며 파업의 권한을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노동 3권은 헌법상의 기본권 행사인 동시에 권리행사이므로 폭력과 파괴 행위가 아니라면 불법과 합법을 따지지 않고 제기하는 손배소 같은 민사소송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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