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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TV토론을 망쳤다. 유력주자간(박근혜-문재인) TV토론으로 가야 한다.'

새누리당과 KBS,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 일제히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TV토론이 끝난 후 공동대책회의라도 한 듯한 모습입니다. KBS와 조중동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TV토론이 정책 및 후보간 상호검증으로 가지 못하고 네거티브로 흐른 게 이정희 후보 때문이기 때문에 양자 토론으로 가야 한다."

TV토론 기피한 건, 박근혜 후보였다 

4일 TV토론에서 박근혜 후보가 이정희 후보에게 난타 당했기 때문일까요. 이들 '친박 언론'은 이정희 통합진보당에 대한 '증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제목만 한번 보시죠.

조선일보 2012년 12월6일자 3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2년 12월6일자 3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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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토론 그만 … 박-문 따로 하든지 진행방식 바꿔야" (동아일보 4면)
"판 깨러 나온 지지율 0.2% 후보에 … 판 제대로 깔아준 TV토론" (조선일보 3면) 
"막말 대선토론, 개선 요구 빗발" (중앙일보 1면) 

KBS는 5일 <뉴스9> '심층취재 - TV토론 이대로?'라는 리포트에서 형식적으로는 TV토론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척 했지만 사실상 이정희 후보에 대한 공격용 리포트를 내놓습니다. 리포트 내용을 추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12월5일 KBS <뉴스9>
▲ KBS 2012년 12월5일 KBS <뉴스9>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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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후보가 소속 의원이 6명인 덕에 참석 자격을 얻었지만, 이 후보의 최근 KBS 여론조사 지지율은 0.1%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어제 토론회는 세 후보에게 똑같은 시간이 할당됐고, 시간에 쫓겨 정작 유력후보 검증을 못하는 등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이정희 후보의 공세는 야권이 불리하다는 판단 아래, 대선판을 흔들기 위한 의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 '친박언론'은 4일 TV토론이 이정희 후보의 '공세적 토론방식'만 없었으면 마치 정책검증으로 귀결됐을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정희 후보가 '얌전한 토론방식'을 펼쳤다고 해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선관위 주최 법정토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토론진행 방식이었습니다. 후보간 상호검증과 정책토론이 이뤄지기 위해선 반론과 재반론 등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지만 선관위는 이를 원천적으로 봉쇄했습니다.

'묻고 답하기'로 끝날 수밖에 없는 토론방식을 만들다 보니 후보들도 '묻고 답하느라' 바빴다는 얘기입니다. 그것도 제한된 시간 내에 '묻고 답하기'를 해야 하는 상황. 이런 토론방식을 선관위가 만들었을 때 이들 '친박언론'이 문제점을 지적했었나요.

아닙니다. 철저히 침묵했습니다. 그래놓고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이정희 후보에게 '망신'을 당하고, 의도하지 않았던 보수층 결집효과가 나타나니까 이정희 후보에게 맹공을 퍼붓습니다. '친박언론'의 지면과 화면은 '정략적이어도 너∼무 정략적'입니다.

박근혜 후보 거부로 TV토론 무산될 땐 입도 뻥끗 안하더니...

사실 해법은 간단합니다. <한겨레>가 오늘자(6일) 사설에서도 지적했지만 "법정 토론회와는 별도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양자토론을 마련"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란 얘기죠.

한겨레 2012년 12월6일자 사설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2월6일자 사설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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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토론 방식의 법정 토론회는 박-문 두 후보의 맞짱 토론을 보고 싶어 하는 유권자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박근혜-문재인' 양자 토론이 성사될 경우 이런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입니다. 이들은 겉으로는 '3자 토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별도의 '양자 토론'은 유세 일정 등을 이유로 거부하고 있습니다. '3자 토론' 이후 나타나고 있는 보수층 결집효과만 톡톡히 누리겠다는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는 것이죠.

사실 TV토론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양자토론을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를 비판하는 건 언론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을 제외하고는 박 후보의 '토론 기피'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특히 조중동과 KBS와 같은 '친박언론'은 새누리당 대변인이 해야 하는 '이정희 후보 TV토론 책임론'을 자신들이 알아서 대대적으로 보도까지 해줍니다. '친박언론'의 지면과 화면에선 박근혜 후보가 '양자 토론'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허긴 '친박 언론'의 '박근혜 찬양보도'는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KBS, MBC, SBS가 추진했던 유력 대선 후보 3명의 순차 토론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쪽의 거부로 무산됐을 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도 뻥끗 하지 않은 언론이 바로 이들 '친박 언론'입니다.

한겨레 2012년 11월28일자 5면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1월28일자 5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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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TV토론 기피에 대해 일부 언론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네티즌들이 인터넷과 SNS 등에서 비웃고 풍자할 때 '친박 언론'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입 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정희라는 씹기 좋은 먹잇감(?)이 나타나니까 그제서야 'TV토론 실종' 운운하며 게 거품을 물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게 언론이라고 설쳐대는 꼴을 보는 것도 이젠 정말 지겹습니다.

박근혜, 조중동, KBS는 'TV토론'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태그:#TV토론, #박근혜, #조중동,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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