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르고> 포스터

영화 <아르고> 포스터 ⓒ (주)워너브러더스 코리아


1979년 미국과 영국의 도움으로 이란의 '샤(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이후 사치와 독재를 일삼은 지도자 리자 팔레비는 이란 국민의 쿠데타로 축출당한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다. 팔레비의 망명 사실에 성난 테헤란 시민은 미국 대사관을 점령하고, 혼란스러운 상황 와중에 6명의 미 대사관 직원이 캐나다 대사관저로 도피한다. 미국 정부는 6명의 직원을 구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작전을 검토하지만, 마땅한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이때 CIA에서 구출 전문요원으로 활동하던 토니 멘데즈(벤 에플렉 분)이 자신이 아들이 보고 있던 영화 <혹성탈출>에서 힌트를 얻어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과 손을 잡고 6명의 직원을 구출하기 위한 기상천외 작전을 세운다. 작전명 일명 '아르고 엿이나 처먹어!"

벤 애플렉이 감독, 주연을 맡은 <아르고>는 33년 전 실제 있었던 인질 구출 작전을 영화화했다. 당시 이란에 억류되었던 인질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비밀에 붙여졌지만, 90년대 빌 클린턴 정부에 들어서야 인질 구출을 둘러싼 진실이 밝혀졌기에 이미 수많은 사람은 <아르고>가 어떤 결말을 낼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인질들을 구하기 위한 구출 작전 수행 중, 어떤 위기가 몰려와도 저 사람들은 구출될 것이다'라는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는 뻔한 결말을 보완할 긴장감 있는 전개를 필수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는 잘 알려진 실화를 영화화하고 싶다면 응당 뒤따라야 하는 전제다.

놀랍게도 <아르고>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나 저 인질들이 잘못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그만큼 실제로 강행되었던 '아르고' 작전이 실패 가능성이 높았던 위험천만한 도박이었기도 하지만, 영화 같은 실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내어 진짜 역사까지 잠시 잊게 하는 벤 애플렉의 연출력이다.

 영화 <아르고> 스틸사진

영화 <아르고> 스틸사진 ⓒ (주)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굿 월 헌팅>, <아마겟돈>, <진주만> 등 배우로 익숙한 벤 애플렉은 스타 출신 감독이 얼마나 근사한 영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표본이다. 미국에 <아르고>가 공개된 이후, 다수의 미국 영화 전문지는 "아카데미의 강력한 후보작(인디와이어)", "영리하고 근사한 스릴러. 심장을 조이며 식은땀을 흐르게 한다(할리우드 리포터)", "촘촘한 긴장감이 압권인 스릴러(슬래쉬 필름)" 등 잇단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할리우드 스타 배우의 용감한 도전에 격려를 보내기 위한 립 서비스 발언이라기보다, 실제 <아르고>는 벤 애플렉이 만든 영화라는 점을 떠나서 굉장히 잘 만든 스릴러에 속한다.

1979년 이후, 아직도 냉랭한 미국과 이란과의 관계를 비추어볼 때, <아르고>는 상당히 위험한 영화로 보일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당시 이란에 남아있는 남은 인질들을 위해 공로를 숨기긴 했어도 훗날 미 CIA 역사상 가장 영리한 작전으로 '역시나 위대한 미국.' 이란 자긍심을 일깨워주지만, 이란에게 있어서는 눈앞에서 인질을 놓쳐버린 뼈아픈 과오다.

때문에 <아르고>는 6명의 인질을 배출한 과정까지를 지극히 중립적으로 사건의 배경으로 처리하고, 대신 토니의 아이디어로 영화 스태프로 급조한 6명의 인질을 구출하는 장면에만 초점을 맞춘다. 작전 개시 직전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 끝까지 인질을 구출할 수 있었던 힘은 위대한 미국이 아니라 위대한 개인의 결단력에서 비롯된다. 거기에다가 살기 위해 기꺼이 사지에도 뛰어들 수 있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영리하고도 통쾌한 작전은 예상치 못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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